민주노총은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정의 달'이라는 말이 무색케 지난 5월에만 77명의 노동자가 출근 후 퇴근하지 못했다. 반복되는 산재사망, 중대재해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요구안을 정리해 어제 청와대에 전달하고 답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중대재해를 멈추기 위한 문 대통령과의 긴급 노·정 교섭, 민주노총-고용노동부의 비상대응팀 가동 △중대재해사업장(원청) 사업자 구속 △노동자와 시민이 참여하는 특별근로감독·노동자 작업중지권 즉각 보장 등 실효성 있는 비상조치 △근본적 제도개선 등을 요구안에 담은 것으로 파악됐다.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은 "이곳에 추모공간 하나 만드는 것조차 용납하지 않는 정부가 과연 노동자 목숨을 지킬 생각이 있는지 모르겠다. 평택항 고(故) 이선호씨 빈소에 정치인들이 왔다 가도 무슨 변화가 있나"라며 "이씨가 죽은 이후 지금까지 51명이 또다시 산재로 사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정부와 자본에 의한 구조적 살인인 산재를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추모공간 설치도 가로막는다면 대통령의 이선호 빈소 방문은 기만이고, 노동자의 안전을 지킬 생각이 없다는 것"이라며 "(코로나19) 방역으로 어려움을 겪는 건 알지만 코로나로 죽은 사람보다 산재 사망자가 더 많은데 어떻게 책임질 건가"라고 반문했다.
양 위원장은 "우리는 더 이상은 죽지 못한다. 여기서 우리의 요구를 전하기 위한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며 "문 대통령은 우리가 마련한 추모공간에서 머리를 숙이고 희생된 노동자들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과정에서 일부 조합원은 '숨을 쉴 수 없다'고 호흡곤란을 호소하거나 차도에서 쓰러지기도 했다. 조합원 2명이 구급차로 병원에 이송되는 동안 이같은 국면은 약 30분 동안 이어졌다. 다만, 현장에서 경찰에 연행된 조합원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주·정차 위반으로 3차례 차량 철수명령을 내린 경찰은 견인대상 통지서를 발부해 스타렉스 차량을 끌고 갔다. 현장에 나와 상황을 주시하던 종로구청 관계자도 민주노총 측이 도로에 내려놓은 천막 구조물을 압수 조치했다.
구청 관계자는 "인도에서든 도로에서든 천막을 설치하는 행위는 주행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불법 행위"라며 "만약 추후에 천막을 설치하더라도 이를 압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채증자료를 바탕으로 집회를 주최한 민주노총 관계자들에 대해 집시법 위반 혐의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