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대기업 회장 측근인데…" 억대 사기 70대 구속

'대기업 회장 아버지', 'LH 본부장' 등 인맥 과시
함바집·공사 입찰 등 명목으로 2억여원 챙겨
실제로는 인맥 없어…받은 돈으로 호텔서 생활
피의자 혐의 전면 부인…"인맥 과시한 적 없다"

대기업 회장 등 유력인사 측근 행세를 하며 각종 사업권을 명목으로 수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70대 남성이 구속됐다.

부산 부산진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A(70대)씨를 구속 송치했다고 9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6년부터 3년간 공사장 식당 운영권이나 신축 공장 설비 발주 등을 미끼로 지인 2명으로부터 2억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의 사기 행각은 지난 1월 피해자들로부터 고소장이 접수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피해자들의 고소 내용에 따르면, 서울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B(50대·여)씨는 5년 전 한 손님 소개로 A씨를 알게 됐다.

A씨는 B씨에게 "대기업 회장 아버지와 친한 사이다", "LH 본부장과 막역한 사이다"라고 언급하며 인맥을 과시했고, B씨는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

이후 두 사람은 "양딸로 입적해 재산을 상속하겠다"는 이야기까지 오고 갈 정도로 친해졌다.

그러자 A씨는 식당을 운영하는 B씨에게 "해당 대기업에서 남해에 발전소를 짓는데, 인맥을 이용해 이곳 공사장 함바 식당 운영권을 주겠다"고 제안하면서, "기존에 운영권을 가진 쪽을 내보내려면 비용이 든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B씨를 남해로 데려가 실제 해당 기업에서 발전소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현장을 먼발치에서 보여줬고, 이에 B씨는 A씨에게 7천만원 가량을 건넸다.

전기설비 업체를 운영하는 또 다른 피해자 C씨는 A씨로부터 "일본 대기업 회장 일가와 친분이 있다", "회장 혼외자 이름도 내가 지어줬다"는 등 친분을 과시하는 말을 들었다.

이후 A씨는 C씨에게 "해당 대기업에서 국내에 공장을 짓는데, 공장 전기설비 입찰을 따게 해주겠다"고 말했고, 이에 C씨는 A씨가 공사 관계자들을 만나는 경비 명목으로 수차례 돈을 건넸다.

피해자들이 A씨에게 사업 관련 경비나 활동비 명목으로 건넨 돈은 모두 2억여원에 달한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유력인사들과 친분이 전혀 없었으며, 일정한 직업과 주거지 없이 피해자들로부터 받은 돈으로 경기도 일대 호텔 등에서 생활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인맥을 과시하며 사업권을 따주겠다고 언급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진술하면서, "받은 돈은 빌린 돈이며, 아직 갚지 못했을 뿐"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말 A씨를 구속 송치한 경찰은 추가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부산진경찰서 관계자는 "A씨는 자신의 범행을 전면 부인하고 있으나, 돈을 빌려달라는 말에 수천만원을 선뜻 주는 일은 흔치 않다고 본다"며 "비슷한 이유로 A씨에게 돈을 건넨 피해자들이 고소를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 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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