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정부가 빚 안 늘리려니 민간 부채 급증?

나라살림연구소, 한국의 민간·정부 부채 비율 해외 주요 국가와 비교
정부 부채 비율 수준과 코로나19 이후 증가폭 모두 해외 국가보다 현저히 낮아
가계 부채 비율과 증가폭 모두 최고 수준…기업 부채 비율도 일본 다음으로 높아

코로나19 전후 민간부채와 정부부채 변화. 나라살림연구소 제공
문재인 정부의 확장적 재정 정책에 일각에서 제기하는 재정건전성 우려와 달리, 정작 한국의 정부 부채 비율은 해외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고 증가폭도 적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나라살림연구소가 9일 발표한 '나라살림리포트-한국, 민간부채 비율 높고 정부부채 비율 낮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과 주요 선진국을 비교하면 민간부채 비율은 비교적 높은 반면, 정부부채 비율은 매우 낮았다.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확장적 재정 정책을 펼쳤다.

그 결과 정부는 지난해 512조 3천억원의 예산을 편성하며 500조원 예산 시대를 열었고, 4차례의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하면 554조 7천억원을 지출했다.

올해도 정부는 558조원 규모의 예산을 마련한 데 이어 14조 9천억원의 1차 추가경정예산도 편성했다.

이어 지난 4일에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차 추경 예산을 편성하겠다는 입장을 확인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재정건전성이 악화해 미래 세대에 부담을 지울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하지만 분석 결과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는 해외 주요 국가에 비하면 2000~2020년 약 20년 내내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보고서에서는 국제결제은행(BIS) 자료를 바탕으로 2000년~2020년 GDP 대비 정부부채와 가계부채, 기업부채의 현황과 변화폭을 미국, 일본, 영국, 독일과 비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나기 직전인 2019년 기준 한국 정부의 부채 비율은 39.2%로, 일본(215.4%), 영국(110.5%), 미국(103.0%), 독일(65.1%)에 비하면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낮았다.

코로나19 유행으로 문재인 정부가 확장적 재정 정책을 펼치고 부채가 증가한 2020년(3/4분기 기준)에도 한국의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다른 나라에 비하면 훨씬 증가폭이 적었다.

한국 정부의 부채 비율은 전년과 비교해 6.4%p 증가했지만, 일본은 19.7%p, 영국은 23.2%p, 미국은 25.7%p, 독일은 11.8%p씩 증가해 모두 두 자릿수 이상 증가폭을 기록했다.


그 결과 이 시기 한국 정부의 부채 비율은 45.6%로, 일본(235.1%),영국(133.7%), 미국(128.7%), 독일(76.9%)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특히 한국의 정부 부채 비율은 일본과 5.16배 차이가 났고, 정부 부채 비율이 낮은 독일과도 1.69배 가까이 격차를 보였다.

문제는 민간영역의 부채다. 한국의 가계 및 기업 등 민간 부채는 비교대상 5개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인데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19년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95.2%로, 영국(83.8%), 미국(74.7%), 일본(60.3%), 독일(54.3%) 등 비교대상 5개국 중 가장 높았다.

게다가 2020년(3/4분기 기준)에는 한국의 가계 부채 비율은 101.1%로 전년 대비 5.9%p 증가했다.

이는 영국(88.9%), 미국(78.0%), 일본(64.3%), 독일(57.7%)이 전년 대비 각각 5.1%p, 3.3%p, 4%p, 3.4%p 증가한 것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나라살림연구소는 "한국의 가계 부채 비율은 2004년 소폭 하락한 이후 꾸준히 상승하여 2005년 일본, 2006년 독일을 앞질렀고, 2014년 미국과 2016년 영국의 가계부채 비율도 앞질렀다"고 지적했다.

2019년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기업 부채 비율 역시 101.8%로 일본(101.6%)보다 근소한 차이로 더 높았고, 미국(75.7%), 영국(72.0%), 독일(59.1%)과는 격차가 컸다.

2020년(3/4분기 기준)에는 한국의 기업 부채 비율은 전년 대비 8.7%p 증가한 110.5%로 12.6%p 증가한 일본(114.2%)보다는 낮았다.

하지만 7.8%p 증가한 미국(83.5%), 5.9%p 증가한 영국(77.9%), 4.9%p 증가한 독일(64.0%)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나라살림연구소는 "한국의 부채는 가계 및 기업 등 민간 부채의 비율이 가장 높은 수준이나, 정부 부채의 비율은 가장 낮은 특징이 있다"며 "이는 코로나19 유행으로 전세계 국가들의 부채 비율이 전반적으로 증가한 2020년에는 이러한 추세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의 부채는 가계와 기업 등 민간 부채는 가장 높은 데 반해 정부 부채는 낮은 구조가 고착화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바람직한 민간부채, 정부부채 비중 목표치를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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