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여성 성폭행' 정보요원 2명 10년·7년 구형, 쟁점은?

정보사령부 중령·상사, 공작 대상자 탈북 여성 성폭행 혐의
피고인들 혐의 전면 부인…"합의한 성관계" 주장
기소된 뒤 사건 당시 녹음파일 제출…수사 때는 사본만
국과수 "명확히 판단 어렵지만, 사후편집으로 볼 특징 확인 안 돼"
검찰 "피해자 진술 일관되며, 매우 특수한 사정 고려해야"
안희정 확정판결의 '위력' 관련 판례 인용해 구형
여성단체 "정보사 자체가 거부할 수 없는 위력"

지난 7일 오전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서 열린 결심공판 직전 여성단체들이 피고인들의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형준 기자
탈북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군 정보부대 간부 2명에게 징역 10년형과 7년형이 각각 구형됐다.

군 검찰은 지난 7일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서 열린 전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B중령과 C상사의 결심공판에서 이들에게 각각 징역 7년형과 10년형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피고인들은 5개월 정도 이어진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탈북민 통해 정보 얻던 공작팀…검찰 "복종하는 관계에서 피해자 간음"

공소사실에 따르면 B중령은 공작팀장, C상사는 공작담당관으로 두 사람 모두 국방정보본부 예하 정보사령부에서 근무했다.

두 사람은 북한이탈주민과 접촉해 핵무기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임무를 맡고 있으며, 지난 2016년쯤 탈북 여성 A씨를 처음 만났다. A씨는 북한에 있을 당시 무기 연구소에서 근무를 했다고 한다.

이들은 아직 북한에 있는 A씨의 오빠를 통해 정보를 얻고자 했다. C상사는 북한에 있는 오빠의 소식 등을 여러 방법으로 확인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공작) 사업이 잘 되면 배를 타고 가서 (오빠를) 만나보자"고도 했다고 한다.

때문에 검찰은 A씨가 이들이 마음만 먹으면 자신을 북한으로 돌려보낼 수 있겠다는 두려움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또한 오빠가 북한 당국에 붙잡혀 생사조차 알 수 없게 된 뒤로는 이들에게 더욱 복종할 수밖에 없었다고도 덧붙였다.

국방부 검찰단은 C상사에게 2018년 5월~2019년 2월 사이 6번에 걸쳐 A씨가 취한 틈을 타 성폭행한 혐의 등을 적용했다. 여기에 더해 2019년 9월 합의서 공증 관련 문제로 말다툼을 하다 A씨를 폭행했다는 혐의도 추가했다.


또한 B중령에게도 지난 2019년 1월 A씨와 식사를 한 뒤, 그의 집에 들어가 간음한 혐의(피감독자간음) 등을 적용해 두 사람을 지난해 8월 31일 재판에 넘겼다.

◇혐의 전면 부인하는 피고인들 "성관계 했지만 합의 하에 했다"

이에 대해 B중령과 C상사 측은 그 동안의 공판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C상사 측은 피해자와 성관계를 한 것 자체는 사실이지만, 합의 하에 했다며 A씨가 자신에게 카카오톡으로 관련 언급을 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어 "위력으로 피해자를 간음했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고 주장했다.

B중령 측은 2019년 1월 자신이 A씨를 간음한 혐의를 받는 사건 당시 녹음을 했다며, 해당 파일들을 증거로 사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를 근거로 "자연스러운 성관계였고 녹음파일은 공소사실의 내용과 큰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B중령 측은 군 수사기관에 이 파일을 제출할 당시 사본만 제출했고, 원본을 제출해 동일성을 인정받아 증거 능력을 갖추는 절차는 거치지 않았다. 휴대전화의 디지털 포렌식도 거부했다.

실제로 피해자 측 전수미 변호사는 지난 3월 30일 2차 공판에서 "(파일을) 군 검찰의 수사 단계에서 제출하지 않고, 재판 단계에서 제출한 것을 보면 은폐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피고인들은 국군정보사령부에서 근무했고, 국가에서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다"고 말했다.

정보사령부는 임무 특성상 가짜를 만드는 경우가 있다. 때문에 파일 자체가 조작됐거나, 특정한 상황을 연상하게 하는 내용이 녹음되도록 말을 했을 수도 있다는 논리다.

다만 국과수는 문제의 파일에 대해 "(여러 개의 녹음 파일에 대한) 음향정보의 연속성, 주기성을 확인할 만한 특징적 정보가 존재하지 않아 음향정보의 연속 시퀀스(sequence)를 명확히 판단하기 곤란하나, 감정물의 파일 구조에서는 사후편집으로 볼 만한 특징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회신했다.

피해자 A씨 측은 C상사의 주장에 대해서는 "카카오톡 대화의 전체 내용을 보면 한동안 C상사가 대화를 피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는 주장과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B중령이 제출한 녹음에 대해서는 "그에게 절대 반말을 하지 않는데 반말을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으며, 녹음 파일에 기록된 시간대가 실제와 다르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B중령이 녹음을 왜 했는지가 결심공판의 피고인 신문 과정에서 문제가 되기도 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
◇검찰 "피해자 진술 일관되며 제반 사정 고려해야"…여성단체 "탈북민에겐 정보사 자체가 위력"

피감독자간음은 여러 사정으로 가해자의 지시를 어기기 힘든 피해자의 심리적 요인이 작용하는 범죄다. 전수미 변호사는 "그 (파일) 자체는 해당 사건을 부인하는 증거가 될 수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녹음에서 일반적인 피해자의 언행과 다른 점이 발견되더라도 무턱대고 혐의를 부인하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논리다.

군 검찰도 구형을 하며 이같은 점을 강조했다. 검사는 "공소사실의 대부분은 피해자와 피고인(들)이 단둘이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범행으로, 피해사실과 전후 정황을 묘사하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과 피고인 진술의 신빙성을 비교검토하는 것이 핵심이다"고 했다.

이어 "피해자 진술은 사건 전반에 관한 주요 부분에 있어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에까지 대체로 일관된다"며 "A씨가 지속적으로 C상사에게 연락을 하며 집착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 범죄 피해자로서 취하지 않았을 형태로 보여도 신빙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며, 최근에 홀로 한국에 정착했고 공작원들로부터 경제적·심리적으로 종속돼 조정과 통제를 받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피감독자간음죄 자체의 성립에 대해서도 "감독 관계에 있는 자에 대해 위력을 행사해 간음한 것을 뜻한다"며 "직접적으로 폭행하거나 불이익을 이야기하거나 암시한 바가 없다고 해도, 지위 등으로 인해 자신의 요구를 쉽게 거부할 수 없는 상황임을 인식하고 간음했다면 위력 행사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2019년 9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비서 성폭행 사건에 대한 대법원 확정판결에서 "'위력'이란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을 말하고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않으므로, 폭행·협박뿐 아니라 행위자의 사회적·경제적·정치적인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판시한 내용을 인용한 것이다.

7일 오전 안양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들은 국방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이탈주민 피해자에게는 국가기관인 정보사령부 자체가 거부할 수 없는 위력이며, 그 영향력 아래 놓이게 되는 것은 너무나 명백하다"며 "군 권력 앞에서 절대적 약자인 피해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의한 '동의'란 존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피감독자간음은 그 특성상 군에서 자주 벌어지는 위계(位階)에 의한 성폭력과도 궤를 같이한다. 지난달 세상을 떠난 공군 여성 부사관의 성추행 피해 사건이 국민적 관심사가 된 상황에서,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도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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