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우린 감사원에 받겠다"…감사원 "불가"
국민의힘은 이날 당 소속 국회의원 102명 전원의 부동산 전수조사를 감사원에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소속 의원 12명이 부동산 불법 거래에 연루된 의혹이 있다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전수조사 결과와 관련해 민주당이 선제적 조치에 나서자 맞대응하는 성격이 짙다.
앞서 국민의힘은 전현희 권익위원장이 민주당 재선 의원 출신이라는 점을 이유로 들며 지난 3월부터 조사를 거부해왔던 만큼, 전수조사를 받으라는 민주당의 역공에 감사원 의뢰를 재차 얘기하는 것은 '시간 끌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소한의 검토도 없이 지난 3월부터 감사원 의뢰 입장을 고수한 국민의힘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에 대해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감사원의 조사를 받겠다는 의지"라는 해명을 내놓은 상태다. 이러한 가운데 감사원 관련법을 바꾸면 된다는 발언은 필요에 따라 법은 바꾸면 된다는 가벼운 인식까지 드러내 논란이다.
강민국 대변인은 '감사원법에 따르면 국회 소속 공무원은 직무 감찰 대상이 아니지 않은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민주당은 필요하면 입법 독재로 공수처법도 만드는데, 그 부분이 만약 필요하다면 원포인트 입법도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만약 국민의힘이 법을 바꾸자고 나선다고 해도, 정부 전수조사에서 의혹이 제기된 의원들에 대해 탈당권유 등 선제적 조치를 내린 민주당이 이같은 요구를 받을 가능성은 '0'에 가깝다. 이에 대해 강 대변인은 "민주당이 의지만 있다면 같이 원포인트 법 개정을 하든지 해서 (감사원 조사를) 받으면 되지 않겠는가"라고 답하는 등 되레 책임을 여당에 돌렸다.
국회 공무원이 관련법 상 감찰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게 국민의힘 측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시간 끌기에 불과하다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 이용빈 대변인은 "국민의힘이 몰랐을 리가 없다"며 "알고도 그랬다면 이는 얄팍한 꼼수 정치의 진수라고 해야 할 것. 국민을 바보로 보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정의당 이동영 수석대변인 역시 "감사원법상 국회의원은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감사원 조사가 아니면 어떤 조사도 못 받겠다고 우기는 꼼수와 억지는 시민들의 화만 돋운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이번주 차기 당대표 등 새로운 지도부가 선출되면 부동산 전수조사에 어떻게 응할지 다시 논의할 계획이다. 지난해부터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잇따라 부동산 투기 등의 문제로 탈당한 점과 '부동산 부자'가 상당하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전수조사가 이뤄질 경우 야당에도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