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검찰총장 직에서 사퇴 후 노동‧경제‧IT 등 각 분야 전문가를 만나 조언을 들으며 대선 공부에 매진해온 윤 전 총장은 최근 잠행을 깼다. 국민의힘 소속 권성동, 정진석, 윤희숙 의원 등과 회동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조기 입당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오는 11일 국민의힘 새 지도부가 선출된 이후 윤 전 총장이 야당에 합류해 대선후보들과 경선을 치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윤 전 총장 측근들이 잇따라 선을 긋고 나서는 등 분위기가 바뀌었다.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아직은 입당에 대해선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며 "다음주쯤 공보팀 구성이 완료된 이후 정치권 관계자 및 측근들과 논의 후 다음 행보의 윤곽이 드러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처럼 윤 전 총장이 링 위에 오르지 않은 상황이다보니, 코로나19 백신 아스트라제네카(AZ) 접종한 사실까지 기사화되는 지경이 됐다. 구체적인 메시지가 없다보니, 참석 여부를 검토하기만 한 공부모임을 두고도 행간을 읽어 내느라 야권의 안테나가 곤두서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의 정치적 메시지와 입당 여부는 물론, 시기를 놓고서도 명확한 건 없다. 조기입당설과 속도조절론이 벌써 몇 차례 자리를 바꿨다. 이마저도 측근들의 전언에 의한 것들이다 보니, 여권은 물론 러브콜에 열심인 야권에서조차 윤 총장이 '간 보기'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내 한 관계자도 통화에서 "아직 검증이 안된 윤 전 총장에게 우리당이 모든 걸 베팅할 순 없다"며 "윤 전 총장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라도 당권주자들이 지금은 윤 전 총장에게 러브콜보다는 검증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윤 전 총장의 행보가 과거 '새 정치'를 내세우며 장외 정치를 지속했던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흡사하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안 대표는 정치권 입문 전 소위 '신비주의' 전략으로 관심을 모았지만 결국 여의도 입성 후 검증을 통해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전직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자연인으로 머물고 있는 윤 전 총장이 정치권 밖에서 간보기 정치를 계속하는 게 좋은 방식이 아니다"며 "여러 의혹을 뚫기 위해서라도 빨리 검증대에 오르는 게 낫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