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2년 무급휴직' 회생 승부수 띄웠다

인건비 30~50% 절감…6월말‧7월초 M&A 본격 추진
"자구안 통해 새 여건 마련" VS "변화 충분치 않다"
'52:48' 엇갈린 사내 여론…강경파 "공적자금 투입해 달라"

8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모습. 연합뉴스
쌍용자동차가 향후 2년간 인건비의 30~50%를 삭감하는 경영정상화 자구방안을 마련했다.


인건비 절감은 무급 순환휴직을 통해 달성할 계획이다. 급격하고 인위적인 구조조정 없이 만성적인 적자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한 일종의 절충안을 낸 것이다.

쌍용차의 의도는 6월말~7월초 본격화할 매각(M&A) 절차를 조기에 매듭짓기 위해 매력적인 인수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다.

하지만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자구안에 대한 찬반 투표는 52.1%, 과반을 겨우 넘긴 찬성률로 통과됐다. 자구안을 대안으로 보지 않는 시선도 상당수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으로 불안감이 없지 않다.

다만 대규모 해고에 따른 반대급부를 피해 '총투표'라는 안전장치를 걸었다. 일단 매각 추진 절차는 탄력을 받을 것이란 시각과 효율 면에서 구조조정의 효과에 미치지 못해 충분치 않은 조치라는 관점이 엇갈린다. 시장의 유보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강경파는 오히려 공적자금 투입과 같은 다른 차원의 해법을 요구하고 있다.

쌍용차가 8일 밝힌 바에 따르면 노동조합은 7~8일 진행한 자구 계획 찬반 투표에서 조합원 3273명 중 52.1%인 1681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조합원의 47.3%인 1528명은 반대 의사를 밝혔다. 특히 본조(평택) 소속 조합원 투표에서는 오히려 반대표가 1416표(53.59%)로 1213표인 찬성표를 앞질렀다.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본관 모습. 연합뉴스
자구안의 내용은 △무급 순환휴업 최대 2년(생산직 50%, 사무직 30%) △임금 삭감 및 복리후생 중단조치 2년 연장 △임원 임금 20% 추가 삭감 △단체협약 주기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변경 등이 포함됐다.

무급 휴직 대상은 생산직 50%와 사무관리직 30%다. 전체 직원 4703명(올해 3월 말 기준) 중 3300여명이 생산직이다. 순환 휴직의 경우, 우선 1년간 시행한 다음 회사 상황을 고려해 1년 더 연장하는 방식을 택했다. 당장 4703명 중 몇 명이, 얼마만큼의 기간 동안 휴직에 들어갈지 구체적인 사안은 정해지지 않았다.

쌍용 측은 정년퇴직 등 자연 감소 인원에 대한 신규채용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인력 구조조정과 생산성 향상의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절충안 마련과 달리 2009년에는 사측이 974명의 정리해고를 발표해 노조가 공장을 점거하는 등 노사 갈등이 폭발했다. 이번 자구안 투표에서 반대파에 섰던 이들도 해고 뒤 복직한 직원들이 중심이 됐다. 이들은 '헐값 매각'보다 한국GM에 대한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과 같은 공영화 방안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는 자구안 마련을 계기로 청산보다 회생 가치가 높게 평가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영회계법인과 법무법인 세종을 매각주간사로 선정해 지난 7일 법원 승인을 받았다. 9일부터 쌍용차 사측은 한영회계법인-세종 컨소시엄과 회사 인수·합병(M&A) 관련 협의를 시작하고, 이달 말 M&A 입찰 공고를 낼 계획이다.

전망은 불투명하다.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된 미국 HAAH오토모티브, 에디슨모터스, 케이팝모터스 등 후보군들은 자금력이나 인수전 완주 여부에 대한 전망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하다. 때문에 쌍용 측에선 내심 '제로베이스'를 강조한다. 투자 여건이 개선됐기 때문에 좀 더 확실한 투자자가 나타나길 기대하고 있는 셈이다.

작년 말 기준 3700억 원 규모였던 쌍용차의 공익 채권 규모는 현재 7000억 원 수준으로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는 당장 지급할 필요가 없는 전 직원의 퇴직 충당금이 포함된 금액으로 실제 채권은 3700억 원보다 줄었다는 것이 쌍용차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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