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의혹' 민주당 의원·가족 12명 이첩…경찰 수사 변곡점 맞나

권익위 조사 결과, 투기 의혹 민주당 의원·가족 12명 적발
명단 공개 및 특수본 이첩…국회의원 수사 탄력 주목
특수본, 3개월 동안 투기 혐의 강제수사 의원 1명
국회의원 수사 '답보' 비판…특수본 시험대

더불어민주당이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통보받아 8일 공개한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의원들. 사진 맨 위 왼쪽부터 김주영, 김회재, 문진석, 윤미향 의원. 두 번째줄 왼쪽부터 김한정, 서영석, 임종성, 양이원영 의원. 마지막 줄 왼쪽부터 오영훈, 윤재갑, 김수흥, 우상호 의원.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및 그 가족 12명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국민권익위원회에 의해 수사 의뢰되면서 '답보' 상태였던 경찰의 국회의원 투기 수사가 변곡점을 맞을지 주목된다.

지난 3월부터 부동산 투기사범 수사를 시작한 경찰이 투기 혐의로 강제수사에 착수한 국회의원은 현재까지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이 유일하다. 구속하거나 검찰에 송치한 국회의원도 아직 없어 부실 논란이 제기돼왔다.

◇권익위 조사 결과 '투기' 국회의원 및 가족 12명…특수본에 이첩

9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주축이 된 정부합동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이르면 이날 권익위로부터 민주당 의원들의 투기 내용 자료를 이첩 받을 예정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박종민 기자
앞서 특수본은 지난 7일 민주당 의원 12명과 관련된 권익위의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 결과' 공문을 접수한 바 있다. 이날 이첩받는 자료에는 개별 조사결과 내용이 담긴 것으로 파악된다.

권익위는 민주당 국회의원 174명과 그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 등 총 816명을 대상으로 지난 7년 간 부동산 거래를 전수 조사한 결과, 12명의 위법 의혹을 적발했다. 6명은 국회의원 본인, 6명은 의원의 배우자를 비롯한 가족이다.

애초 권익위는 이들의 명단은 물론, 의심 거래 내역 등을 공개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전날 소속 의원에 대한 탈당 방침을 밝히며 명단을 전격 공개했다. 해당 의원은 △김주영·김회재·문진석·윤미향(이상 부동산 명의신탁 의혹), △김한정·서영석·임종성(이상 업무상 비밀이용 의혹), △양이원영·오영훈·윤재갑·김수흥·우상호(이상 농지법 위반 의혹) 의원으로 나타났다.

12명의 의원 및 가족이 수사선상에 오름에 따라 그간 답보 상태였던 특수본의 국회의원 투기 수사가 탄력을 받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특수본에 따르면 현재 내·수사 대상에 오른 국회의원은 총 17명이다. 이중 투기 의혹은 14명, 기타 관련 의혹은 3명이다. 권익위로부터 이첩 받은 12명 중 6명은 기존 경찰 내·수사 대상과 중복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 윤창원 기자
◇3개월 간 투기 혐의 강제수사 의원 1명…특수본 수사 '시험대'

지난 3월 5일 국수본 주도로 '부동산 투기사범 특별수사단'을 편성한 경찰은 같은 달 9일 수사단을 특수본으로 격상하며 수사에 박차를 가했다. 수사단 편성 기준으로 수사는 98일째 이어지고 있다.

특수본은 지난 7일 기준 총 670건에 2974명에 대한 내·수사를 진행했다. 투기 의혹 LH 직원 및 공무원, 일반인 등을 적발하는 데 일부 성공했지만, 국회의원 투기 수사는 별다른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 투기 혐의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착수한 국회의원은 현재까지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이 유일하다. 구속하거나 검찰에 송치한 의원도 없는 상황이다.

내·수사 대상이었던 민주당 양향자, 양이원영 의원에 대해선 무혐의 처분했고, 또 다른 2명의 의원에 대해서도 무혐의로 가닥을 잡은 바 있다.

특수본은 지난 1일 국민의힘 정찬민 의원에 대해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투기 의혹이 아닌 투기와 관련된 뇌물수수 혐의에 해당한다. 이마저도 구속영장이 검찰로부터 반려돼 보완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회의원 투기 수사가 지지부진하다는 지적과 관련, 특수본 관계자는 "객관적 사실을 확인해 혐의를 판단했다"며 "혐의가 없는 것을 일부러 만들어 낼 순 없다. 맹탕 수사라는 지적에 동의하긴 어렵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특수본부장을 맡은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연합뉴스
한편 특수본은 지난달 26일 국민의힘 부동산투기조사 태스크포스(TF)로부터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13명의 전·현직 국회의원 투기 의혹에 대한 고발 및 수사 의뢰를 받기도 했다. 이중 권익위 조사 결과와 겹치는 인물은 김주영·김한정·서영석·임종성·양이원영·윤재갑 의원 등 6명으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공정성 등을 이유로 권익위 조사를 거절한 국민의힘은 소속 의원 102명 전원의 부동산 전수조사를 감사원에 의뢰할 방침이다. 이를 감안하면 수사 대상에 오를 국회의원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경찰은 국회의원 투기 의혹이 계속해서 제기되는 만큼 사실상 수사를 다시 원점에서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사건을 종결했던 의원들에 대해서도 재수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간 경찰이 여러 번 강조했던 '성역 없는 수사'가 또 다시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특수본 관계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성역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래픽=김성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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