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 침수지역 강릉시 경포해변 인근 진안상가 일대는 누적강수량 200mm 이상의 폭우가 쏟아지면 어김없이 물에 잠긴다. 성인 어른 허리까지 차오르는 수준이다. 강릉시는 매년 집중 호우에 대비해 펌핑 장비와 차수벽 등을 보강하지만, 번번이 침수피해가 반복되고 있다.
이와 함께 진안상가 2층 규모의 건물은 지난 2019년 '구조상 붕괴' 수준의 안전등급 E등급을 받아 당장 붕괴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건물은 1년 6개월이 넘도록 그대로다. 지난 7일 취재진이 해당 일대를 둘러보니 천장이 내려앉았고, 벽에는 선명한 균열이 눈에 띄었다.
진안상가 건물 2층은 입점 상가들이 다 빠져 어두컴컴해 폐허가를 연상케 했다. 1층은 음식점과 카페, 자전거 대여점 등이 즐비한 채 운영이 한창이었다. 한 상인은 "건물도 노후화했는데 매년 비만 내렸다 하면 상습 침수돼 지반이 약해질 대로 약해졌다"며 "정말 언제라도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안타깝고 답답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뾰족한 대안이 나오지 않으면서 결국 올해 여름이 다가왔다. 침수가 또 예상되는 가운데 건물붕괴 우려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안전불감증'이 위험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강릉시번영회 관계자는 "강릉시는 자진해서 나가길 바라는데 장사하는 상인들 입장에서는 당장 밥벌이 수단이어서 쉽게 나가지 못하고 있고 있다"며 "E등급을 받고도 몇 년 동안 운영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고, 관광지에 맞게 재건축을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번영회와 상인들에 따르면 최근 한 대형 건설사가 진안상가 뒤쪽 경포상가 등 만 평 일대 지주들을 대상으로 토지매매 동의서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재개발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농민 이교석(66)씨는 "강릉시가 몇 년 전 운정교 아래 경포천 둑을 제거했는데, 제거한 폭이 52m 정도 되고 높이도 주변 밭보다 70cm 정도 높아 인근 농작물들이 침수 직격탄을 보는 것"이라며 "둑 제거 전과 후 침수 피해가 명확하다면 당연히 재해와의 연관성을 의심해볼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성토했다. 이와 관련해 이씨는 진위 여부를 파악해 달라며 강릉시와 강원도 담당부처는 물론 감사원에도 민원을 제기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강릉시는 경포천 둑 제거와 침수피해 간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오히려 제방으로 막혀있었을 때는 그 안에서 빗물을 다 받아야 했는데, 둑이 제거되면서 경포호수로 유입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다만 최근 내린 큰비가 저기압을 동반하고 해수·호수 면이 동반 상승하면서 침수로 이어진 '환경적인 요인'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진안상가와 3.1독립만세운동 기념공원 일대가 저지대인 것도 침수피해의 취약점 중 하나다.
강릉시 관계자는 "근본적인 침수피해 방지를 위한 계획을 세우는 중으로, 예산이 확보되면 전반적인 개선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진안상가 일대 재개발과 관련해서도 염두에 두고 있고, 수시로 상인들과 전화를 해 상황을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