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린 텟 아웅 (前 미얀마군 대위, 미얀마 현지)
미얀마 사태가 일어난 지 벌써 넉 달째입니다. 민주화운동은 여전히 진행 중인데요. 저희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는 지속적으로 주목하고 보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마련한 특별기획이죠. ‘굿모닝 미얀마’ 오늘 만나볼 분은 10년이 넘게 군에 몸담고 있다가 차마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눌 수는 없다, 하면서 부대를 탈영한 미얀마 군인 린 텟 아웅 대위입니다. 현재는 시민방위군에게 이런 저런 조언을 하고 지금 주도를 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 린 텟 아웅 대위와의 인터뷰 참 어렵게 연락이 닿았습니다. 비밀 통신망을 통한 연결인데요. 지금부터 만나보죠. 오늘 동시통역에는 ‘미얀마 투데이’의 운영자세요. 최진배 씨가 수고를 해 주시겠습니다.
◆ 최진배> 안녕하세요.
◇ 김현정> 반갑습니다. 불러보죠. 대위님 나와 계십니까? 밍글라바 (안녕하세요).
◆ 린 텟 아웅> 밍글라바.
◇ 김현정> 대위님, 지금 계신 곳이 어디인지 자세하게 질문 드리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시민군에서 어떤 일을 하고 계시는지는 질문 드려도 되겠죠?
◆ 린 텟 아웅> 지금 어디인지는 정확하게 말씀드리기가 어렵고요. 그리고 사실 지금 이제 PDF라고 불리는 시민방위군하고 직접적인 참여를 하시는 것도 조금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십니다. 그런데 다만 군에 오래 몸을 닫고 계셨던 것만큼 (시민방위군에) 군사적인 조언, 그리고 전략 같은 걸 수립하는 점에 있어서 많이 조언을 해 주는 방향으로 지금 진행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시민군에게 조언을 해 주고 계신다는 말씀. 그런데 미얀마는 오랜 시간 군사정권이 자리하고 있어서 사실은 군부의 나라라고 할 수 있는데 그 군에서 탈영을 한다는 건 어떤 의미입니까?
◆ 린 텟 아웅> 제가 지난 13년 동안 군인으로서 자긍심을 가지고 복무를 하였습니다. 군인이라면 모름지기 국가를 지키기 위해서 존재를 해야 되는데 이 군부가 지난 2021년에 불법으로 쿠데타를 일으켜서 지금 국민들을 학살하고 있고 학살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재산을 약탈하는 이런 모습들을 많이 보여줌으로써 큰 실망을 느꼈습니다. 이는 더 이상 국민을 위한 군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것이 가장 큰 이유가 되어서 지난 3월 말쯤에 탈영을 하고 시민의 편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그런데 지금 전 세계 얼굴을 공개하고 인터뷰를 하고 계세요. 어떻게 굳이 얼굴까지 공개할 결심을 하셨어요?
◆ 린 텟 아웅> 제가 지난 2월 1일에 쿠데타가 발생한 이후에 많은 생각을 한 후에 군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에 군은 정말 잔인한 방식으로 국민들을 학살하고 무력을 의존해서 이 민주화 운동을 지금 탄압하고 있는 과정들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이런 상황들에 있어서 얼굴을 보여주고 지금 활동을 하는 이유는 제가 얼굴을 보이고 현재 상황을 전 세계에 전함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이 미얀마의 상황을 더욱더 정확하게 알 수 있게 되고 더불어서 다른 군인들과 군에 있었던 동료들이 함께 시민의 편에 설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얼굴을 드러내고 지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말하자면 더 진정성을 가지고 설득하기 위해서는 얼굴을 공개하는 게 낫겠다, 이런 결정을 하셨다는 건데 그런데 그렇게 얼굴 공개했다가 군부에 잡히기라도 하면 너무 위험하신 건 아닌가요?
◆ 린 텟 아웅> 제가 한 일에 대해서 군부가 다 알고 있고 만약에 제가 체포되게 되면 법적인 처벌을 받기보다는 아마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죽임을 당하게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지금 그 상황을 알면서도 얼굴을 공개했다는 건데 두렵지는 않으세요?
◆ 린 텟 아웅> 사실 두렵습니다. 두렵지 않다고 하는 것은 거짓말이고요. 그런데 이게 단순하게 저를 위한 싸움은 아니라 우리나라 그리고 우리 미래세대를 위한 싸움이기 때문에 저희는 두려움이 있더라도 그거를 이겨나가면서 싸워나갈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본인은 그 두려움을 감수하고 간다지만 가족들은요? 가족들은 얼마나 걱정을 하실까 싶은데 연락이 닿습니까?
◆ 린 텟 아웅> 사실 가족들하고는 그렇게 연락을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연락을 하는 것 자체가 서로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부분이 되기도 하고요. 그래서 가족들의 소식은 이제 그 주변인들을 거쳐 거쳐서 지금 가끔씩 전해 듣고 있고 전해 들을 때마다 사실 걱정이 많이 됩니다. 그런데 걱정을 서로 하는 것 말고는 저희가 가족끼리도 해 줄 수 있는 것들이 없기 때문에 최대한 그런 생각을 안 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제가 지금 이 신념 때문에 이렇게 군을 박차고 나왔는데 이 신념을 계속적으로 이끌어가면서 결국은 이 민주화가 이루어지는 것이 가족과 저를 위해서 가장 좋은 결과를 가져올 거라고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걱정은 되지만 꿋꿋하게 나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가족과도 연락을 끊은 거다. 여러분, 그 이유는 지금 저희도 일반적인 전화로 통화를 하고 있는 게 아니라 보안에 잡히지 않는, 어떤 통신 검열에 잡히지 않는 특별한 인터넷망을 이용해서 저희가 어렵게 어렵게 연락이 닿았습니다. 이렇게 지금 숨어서 지내는 상황이기 때문에 가족과 전화를 한다든지 이런 게 쉽지 않을 수 있어요. 린 텟 아웅 대위님, 혹시 대위님 이후에 비슷하게 군을 나온, 군을 나와서 시민들을 돕고 있는 군인이 또 있습니까?
◆ 린 텟 아웅> 네, 상당히 많습니다. 지금 제가 직접 확인한 인원만 지금 800여 명 정도 되고요.
◇ 김현정> 800여 명.
◆ 린 텟 아웅> 이탈 군인들과 함께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될 것인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활동들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최근에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이 홍콩 봉항TV와 인터뷰를 한 게 화제가 됐습니다. 이렇게 말을 했어요. “미얀마 시민들의 저항이 이토록 심한지 몰랐다” 그 소식 전해 들으셨어요?
◆ 린 텟 아웅> 네, 들었습니다. 마치 본인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을 이야기하듯이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많이 허탈감을 느꼈습니다.
◇ 김현정> 그 군 내부에서는 이 시민들의 민주화 운동에 대해서 일반 군인들은 어떤 반응입니까? 어떻게들 얘기해요?
◆ 린 텟 아웅> 제가 부대에서 이탈하기 전에도 이 쿠데타 상황에 대해서 주변 장교들과 또 이제 병력들과도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습니다. 외부 소식에 대해서 관심이 없거나 아니면 전혀 알 수가 없는 병사들이 한 절반 정도 되고 또 외부 소식을 알고 있는 절반 정도는 사실은 군의 행위에 대해서 엄청 반대하는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반대를 하고 그것이 옳지 않음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군인들 가족들이 대부분 관사에서 같이 생활을 하거든요. 사실상 군의 통제 하에 있기 때문에 가족들의 안위가 두려워서 사실상 군부에 반하는 행동을 할 수도 없고 다만 그래서 심정적으로는 이것이 잘못된 것을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이런 병사들이 상당히 많은 편입니다. 퍼센트로 이야기를 드리자면 한 50%, 60%이상이 군에 반대하고 있다, 이런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라고 말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 김현정> 절반이 넘는 군인들이 이건 아니다, 군부가 이렇게 하는 건 아니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가족이 말하자면 볼모처럼 잡혀 있다는 얘기네요.
◆ 린 텟 아웅> 네, 맞습니다.
◇ 김현정> 아니, 그러면 우리 린 텟 아웅 대위 같은 경우에는 가족들이 관사에 사셨던 게 아닌가요? 괜찮으신 건가요?
◆ 린 텟 아웅> 제가 아직 결혼을 안 해서 결혼을 안 한 경우에는 그런 관사를 제공하는 것에 있어서의 조금 제약이 있다 보니까 가족들하고는 같이 안 살고 이전부터 조금 떨어져서 지내서 생활을 했었습니다.
◇ 김현정> 다행이네요. 그렇기 때문에 조금 더 가족들로부터 자유롭게 이런 결정을 내리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린 텟 아웅 대위님, 혹시 한국에 5.18 민주화운동에도 이런 군인들이 있었다는 거 알고 계세요?
◆ 린 텟 아웅> 네, 저도 광주의 이야기에 대해서 많이 들어봤고 그래서 광주에 관련된 한국 영화들도 다 찾아봤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 린 텟 아웅> 그 군과 경찰들이 민중의 편에 서서 민중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을 하신 부분도 있다는 것도 들었고요. 이것이 저뿐만 아니라 다른 군인들과 경찰 분들이 반드시 본받아야 되는 내용이라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그냥 ‘5.18’, ‘광주’, 이렇게 어렴풋이 알고 있는 게 아니라 시민들 편에 서서 싸웠던 군인이 있다는 사실까지도 알고 계시는군요. 5. 18 민주화운동에 대해서 많이 알고 계시네요. 린 텟 아웅 대위가 많이 알고 계시는 겁니까? 정말로 미얀마 인들이 일반적으로 많이 알고 계시는 거예요?
◆ 린 텟 아웅> 저뿐만 아니라 미얀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광주에 대한 이야기를 다 알고 있습니다. 특히 광주 시민들과 연계를 하면서 우리 미얀마를 위해서 많이 힘써주고 있는 부분들을 모두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광주가 저희에게 있어서는 더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는 공간입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그렇군요. 대위님, 앞으로의 계획, 어떤 계획 가지고 계시고 또 소원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 린 텟 아웅> 저의 생각으로는 현재 미얀마의 민주화 혁명이 다른 무엇보다 무장 투쟁을 통해서 이루게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현재 군부가 가지고 있는 무력과 시민들이 가지고 있는 무력 사이에서 엄청나게 큰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것을 최대한 좁히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을 제가 하는 방향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무기라든가 인력, 훈련, 또 전력 면에서 (시민방위군이) 부족한 부분들이 많은데 군인으로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들을 다해 이러한 전력 차를 줄이기 위해서 앞으로 활동할 계획이고요. 또 제가 생각하는 미얀마의 미래는 군부 독재가 종식되고 진정한 의미의 연방민주주의 국가에서 미래 세대가 전쟁이나 공포 없이 살아갈 수 있는 그런 나라가 저희가 꿈꾸는 미얀마의 미래입니다.
◇ 김현정> 네. 40여 년 전에 민주화 운동이 벌어졌던 광주에는, 한국에는 결국 봄이 왔습니다. 민주화가 이루어졌습니다. 용기 잃지 마시고요. 린 텟 아웅 대위님, 안전하게 건강하게 시민들과 함께 싸우셔서 결국은 그 봄을 찾으셔야 됩니다. 여기서도 기원하겠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 린 텟 아웅> 네, 이렇게 인터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 김현정> 린 텟 아웅 대위님, 오늘 고맙습니다. 제이주띤바대 (감사합니다).
◆ 린 텟 아웅>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미얀마 군인으로 17년을 재직하다가 군을 탈영했습니다. 탈영해서 지금은 시민군을 돕고 있는 분, 린 텟 아웅 대위와 인터뷰를 나눠봤습니다. 이거는 일반적인 전화 통화가 아니고요. 저희가 비밀 인터넷 통신망을 이용해서 아주 어렵게 연락이 닿았다는 점 여러분들께 말씀을 드리고 오늘 통역에는 ‘미얀마 투데이’라는 소식지를 운영하는 분이세요. 최진배 씨가 함께 해 주셨습니다. 최 선생님, 고맙습니다.
◆ 최진배>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