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미국 이베이 본사와 매각주관사인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가 지난 7일 진행한 이베이코리아 본입찰에 롯데쇼핑과 신세계그룹 이마트가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예비입찰에 참여해 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던 SK텔레콤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본입찰에 불참했다.
점령자(랜더스,Landers)와 거인(자이언츠, Giants)으로 야구장에서 기싸움을 벌였던 유통가 수장들이 이커머스 전쟁터에서 진검승부를 펼치게 됐다.
라이벌 대결에서 두 기업은 어느 하나도 물러설 수 없는 벼랑 끝에 서 있는 상황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이커머스 거래액은 지난 2019년 135조원에서 지난해 161조원으로 커졌다. 한 해 30조원씩 커지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유통 '공룡'인 롯데와 신세계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지난해 롯데온의 거래액은 7조 6000억원, 신세계 SSG닷컴은 3조 9000억원으로 각각 5%, 3%에 그쳤다.
1위인 네이버쇼핑(28조원)과 쿠팡(24조원)에 비하면 미비한 수준이다.
하지만 지난해 거래액 20조원인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게 되면 롯데와 신세계는 각각 27조원, 23조원을 넘어서며 단숨에 1,2위 주자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특히 신동빈 회장의 야심작이던 롯데온(ON)이 부진을 겪으면서 롯데로서는 이베이코리아를 다른 기업에 넘겨줄 경우 이커머스 시장에서 완전히 도태될 거라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롯데는 최대 강점인 자금력을 무기로 인수전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 2조 8615억원을 확보하고 있는 롯데는 지난해 부동산 자산을 매각해 총 3조 6927억원의 자금을 마련했다. 이베이코리아의 매각 희망가 5조에 절반 수준을 이미 확보한 셈이다.
◇'단독' 출마한 롯데…이마트는 네이버 손 잡고 이커머스 왕좌 노려
이마트의 현금성 자산은 1조 5000억원으로, 네이버의 2조 6692억원과 합칠 경우 4조가 넘는 실탄을 쥐게 된다.
네이버-이마트 연합군이 3위 이베이코리아를 얻게 된다면 2위 쿠팡을 누르고 압도적인 1위로 이커머스 '왕좌'를 차지할 수 있다. 신세계는 이미 자사 온라인 쇼핑몰인 SSG닷컴을 오픈마켓으로 전환해 인수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5조원에 달하는 인수 가격을 마련하기 위해 기업들 간 손을 잡고 인수전에 뛰어들게 되면 향후 인수 후 유동성 위기인 승자의 저주를 피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본입찰에 네이버-신세계가 맞붙으면서 딜 성공 가능성은 한층 커졌다.
이에 따라 두 유통 라이벌 경쟁의 승패는 인수 가격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다만 매각사에서 제시한 가격은 5조원으로, 인수 후보군이 제시한 가격 3~4조원과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베이 매각의 본입찰 마감에 따른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일정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음주 미국 이베이 본사 이사회가 예정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사회 후 우선협상대상자가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