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경력직으로 스타트업 회사에 입사해 콘텐츠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팀 변동 이후 파트장이 저를 팀장 업무에서 배제하고 잡무를 시켰습니다. 회의실 예약, 회의록 작성과 같은 인턴 업무를 저에게 주면서 직원들 앞에서 모욕감을 줬습니다. 어느 날 회사는 유학파 출신 직원을 채용하고 제가 하던 팀장 업무를 맡겼습니다. 굴욕감으로 불면증과 우울증이 점점 심해졌습니다. 파트장이 노골적으로 저를 무시하고 따돌리자 다른 직원들도 저를 '왕따'시켰습니다. 대표이사에게 이같은 괴롭힘을 얘기했지만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습니다."
6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올 1~5월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제보 1014건 중 '직장 내 괴롭힘'이 52.5%(532건)로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제보내용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따돌림·차별·보복 54.7% △부당지시 52.3% △폭행·폭언 51.1% △모욕·명예훼손 37.8% 등으로 파악됐다.
특히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피해자 200명 중 사측에서 '피해자 보호' 등 조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응답은 39%(78명)에 달했고, 신고 이후 오히려 부당한 처우를 받은 경우도 31%(62명)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이같은 직장 내 괴롭힘이 다른 회사들에 비해 비교적 '수평적' 구조로 운영된다고 알려진 IT 기업이나 스타트업 회사들 안에서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의 수시 근로감독 내역에 따르면 카카오는 임직원 116명에게 미사용 연차수당과 연장근로수당 등 총 1억 3천의 수당을 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주 52시간 근무제를 지킨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연장근로가 주 12시간을 넘긴 직원에게는 인사시스템에 기록을 남기지 못하게 한 정황도 포착됐다.
카카오의 한 간부는 직원의 업무 인수인계가 매끄럽지 못하단 이유로 폭언을 하고 직원의 윗옷을 붙잡고 끌고 다녀 징계위원회에서 감봉 처분을 받기도 했다. 이번 노동부의 감독은 카카오 직원들이 지난 2월 사측의 근로기준법 위반사례를 모아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성남지청에 청원하면서 이뤄졌다.
게임회사 넷마블과 온라인 강의업체 에스티유니타스 등도 임금체불과 주 52시간제 위반 등이 적발됐다.
직장갑질119는 "스타트업 회사의 직장갑질 가해자는 대표가 많다. 직원들을 학생 대하듯 무시하는 사장도 있고 능력주의에 빠진 대표들도 적지 않다"며 "자신이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다고 믿고, 능력이 부족한 직원을 무시하거나 조롱하고, 연봉을 깎거나 쫓아내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는 10월 중순부터 시행되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갑질금지법) 개정안을 들어 "사용자 또는 사용자의 친인척이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일 경우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고, 신고 시 의무사항에 '당사자 등에 대한 객관적 조사', '비밀유지 조항'이 추가됐다"고 말했다.
직장갑질119는 "여전히 가해자 처벌조항도 없고 '5인 미만·하청·특수고용·프리랜서' 등은 적용되지 않지만, 스타트업 악질 사장의 직장 갑질을 노동청에 신고하면 처벌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스타트업들에 대해 다양한 지원을 진행 중인 정부 정책을 두고 "정부는 정부지원금을 받는 스타트업 기업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직장갑질 실태를 조사하고, (사내 갑질이) 심각한 기업에 대해서는 특별근로감독을 벌여 직장갑질을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