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승진'만 빼고… '잡음 피하기' 주력한 검찰 인사

이성윤 서울고검장 승진 외 파격 인사 없어
대선 국면 앞두고 '검찰 이슈' 부각 불리 판단
김오수 협상 통했나…"의견 상당히 반영" 자평

이성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이 인사를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법무부가 피고인 신분으로 곧 재판을 받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서울고검장으로 승진시키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그러나 그간 다소 배제됐던 특수통 검사들이 다시 약진하는 등 이 지검장 승진 외에는 예상보다 평이한 인사가 이뤄졌다는 시각도 많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떠오른 가운데 검찰 관련 잡음이 대선판을 흔드는 상황을 차단하려 한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김오수 검찰총장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나름의 '탕평 인사'를 얻어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피고인' 이성윤 서울고검장 파격 승진…"내부 반발 기류 예상"

법무부는 4일 오후 대검검사급 검사 41명에 대한 신규 보임과 전보 인사를 단행했다. 이 지검장을 포함해 6명이 고검장으로 승진했고 검사장에는 10명이 승진했다.

전국 최대 규모 서울중앙지검의 상급관청인 서울고검장에 이성윤 지검장을 발탁한 것이 이번 인사에서 가장 파격적인 부분이다. 이 지검장은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에 외압을 가했다는 혐의로 기소됐지만 지검장 자리를 유지해 왔다. 통상 기소된 검사는 수사와 관련한 보직에서 배제해 왔기 때문에, 이 지검장을 직무배제하지 않는 것을 두고도 검찰 내부 비판이 거셌는데 심지어 주요 고검장 보직으로 승진한 것이다.

이 지검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로 지난해 윤석열 검찰총장과 갈등 국면의 중심에 있었다. 채널A '검언유착' 사건과 관련해 윤 전 총장 측 인물로 분류되는 한동훈 검사장을 수사하는 한편,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은 용두사미로 마무리 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 지검장의 승진을 두고 보은성 인사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의 한 중간간부는 "피고인인 이 지검장이 유임될 경우 서울중앙지검 내에서 반발성명을 내려는 움직임도 있었다"며 "서울고검장직에 대해서도 같은 문제의식이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한형 기자
◇대선 앞두고 이성윤 외 비판 여지 줄인 듯…특수통 본격 기용


이 지검장을 비롯해 이른바 '친정부 성향'으로 분류되는 검사들이 법무부와 대검, 수도권 검사장 요직을 꿰찼다. 다만 지난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체제에서 적극 공격수 역할을 했던 박은정 법무부 검찰담당관은 이번 검사장 승진 명단에서 빠졌고, 서울중앙지검장으로 거론되던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도 유임 조치했다. 노골적인 '친정부 검사 우대'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동훈 검사장은 주요 보직으로 복귀하지 못했지만, 다수의 특수통 검사들이 약진하며 균형을 맞췄다. 대표적인 '특수통'인 주영환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장은 사법연수원 27기에서는 유일하게 승진해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으로 발탁됐다. 과거 중앙지검에서 '청와대 울산 선거 개입 의혹 사건' 수사의 키를 잡았던 이근수 안양지청장은 대검 공판송무부장으로 승진했고, 같은 사건을 대검에서 지휘했다가 제주지검장으로 밀려났던 박찬호 검사장은 광주지검장으로 이동했다.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수사를 진두지휘한 이두봉 대전지검장도 인천지검장으로 수평 이동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대면조사하는 등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는 이원석 수원고검 차장도 제주지검장으로 승진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야권 대선 주자로 급부상한 가운데, 검찰의 문제가 대선 주요 이슈로 불거질 경우 내부사정에 정통한 윤 전 총장에 비해 여권 주자가 불리해지는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검찰의 한 고위 간부는 "견제해왔던 특수통 검사들을 상당수 배치한 것을 보면 현 정권에서 믿고 쓸 만한 (검찰 내부) 인사가 없어 인물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선 정국에서 관련 수사를 책임져야 하는 대검 공공수사부장에는 기존 이정현 부장이 유임됐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시절 법무부 대변인이었던 구자현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이번에 새로 검사장으로 승진했음에도 법무부 검찰국장이라는 중요 보직을 맡게 됐다. 통상 초임 검사장은 대검 참모나 지방검찰청의 차장검사, 법무연수원 부장 보직을 맡아왔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2일 오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예방하기 위해 경기도 과천 법무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이한형 기자
◇김오수 신임 총장 제역할 해냈나…협상 과정도 주목

이번 인사가 첫 시험대 성격이었던 김오수 검찰총장은 인사발표 후 공개적으로 만족감을 드러냈다. 전날 기자단에 보낸 입장을 통해 김 총장은 "이번 인사 과정에서 검찰의 안정과 화합을 위해 법무부장관께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고 그 의견이 상당부분 반영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 발탁을 비롯해 법무부와 대검, 수도권 검사장 자리에 '친정부 검사' 일색이라는 비판도 나오지만, 김 총장은 오히려 (자신이 요구한 대로) 합리적 인사가 이뤄졌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윤석열 전 총장 당시엔 대검을 중심으로 '총장 패싱'까지 언급되며, 법무부의 인사는 총장의 요구사항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이라고 선긋기를 했던 것과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박 장관과의 입장차를 김 총장이 유연하게 좁힌 것인지, 애초부터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았는지는 향후 검찰 중간간부 인사와 법무부의 조직개편안 처리 과정에서 좀 더 확실히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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