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A 학원 소속 작사가 8명은 지난 2일 법무법인 마스트를 통해 계약해지·불공정 분배 관련한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작사비 미지급 △사전 합의 없는 지분 분배 △곡 등록을 위해 필요한 지분 확인서에 작사가들 동의 없이 대리 서명한 것 △국외 발생 저작권 사용료 징수·지불 내역 미지급 등 학원 운영 중 발생한 여러 부당행위에 관해 문제를 제기한 상태다.
더불어 국외 발생 저작권 사용 징수·지불 내역, 작사비 입금 내역 등 그동안 소속 작사가들에게 공개되지 않았던 회계장부 열람을 요구했고, 더 이상의 저작권 침해 행위를 중단하도록 요청했다는 게 작사가들 설명이다.
작사가들은 "저희가 학원에 소속돼 있던 짧게는 2년, 길게는 4~5년 동안 학원 측을 향한 내부적인 문제제기가 몇 차례 있었지만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았다"라고 입을 모았다. '익명의 케이팝작사가 대리인' 트위터 계정과 '그것이 알고 싶다' 보도 등을 통해 사건이 공론화한 후 그동안 알지 못했던 지분 확인서의 존재와 대리 서명, 기획사 관계자와 유착관계가 의심되는 정황 등 숨겨진 부당 행위를 추가로 확인하게 됐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이어 "하지만 사건이 공론화되고 방송이 보도된 후 학원 측은 전반적인 시스템 개선과 신뢰 회복보다 타 작사학원을 비방하거나 방송에 출연한 내부 고발자를 색출해 내려는 등의 태세를 취했고, 방송에서 조명된 문제들에 대해서도 현재까지 충분히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이 같은 학원과 학원 대표의 태도에 더이상 계약관계를 이어나갈 수 없을 정도로 신뢰를 잃어 계약해지를 요구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작사가들에 따르면, A 학원은 각종 논란에 대해 대외적인 입장 발표 대신 수강생을 대상으로 한 '내부 해명'만 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화 메신저로 소속 수강생에게 입장문 발표와 해명을 했으나, 소속 작가들에게 명확한 해명과 사과를 따로 진행하지는 않았다는 설명이다. 작사가들은 "트위터 계정과 '그알'에 관련 문제를 알린 제보자 수색을 위해 '학원 수강생들의 제보자 의심에 대한 오해 해결'을 명분으로 몇몇 작가들에게 개인적으로 연락을 취해온 적이 있다"라고 전했다.
작사가들은 "사건 공론화 전에는 (기획사로부터) 작사비를 받지 않는다고 공지해왔기 때문에 소속 수강생과 작사가들은 작사비 존재 여부를 정확히 알 수 없었다"며 "또 작업한 가사들이 모두 김 원장 손을 거쳐 기획사로 전달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불이익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작사비나 지분 분배 등에 쉽게 불만을 제기할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작사가들은 "사적인 감정으로 특정인을 매도하거나 훼방하려는 의도는 없다. 그저 지금이라도 저희의 정당한 권리를 되찾고 싶을 뿐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학원에 남은 수강생, 작가들은 물론 음악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창작자에게 더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작사가들은 이번 피해 사례를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저작권 분쟁조정위원회에도 신고 접수했다. 협회는 올해 4월 분쟁조정위원회를 신설하면서 "'유령 작사가'와 같은 행위를 근절시키고 올바른 작품 활동 문화를 만들기 위해 분쟁조정위원회를 발족했다"라고 배경을 밝혔다. 위원회는 곡 권리를 두고 벌어지는 분쟁을 조정하고 피해 본 회원들 민원을 받아 관련 부서 상담, 법률 자문 등 전반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작사가들은 "학원 측이 행한 지분 확인서 대리 서명은 형법상 사문서 위조에 해당할 수 있다고 안다. 사문서 위조에 해당하는 저작물의 저작권 재분배와 위조를 행한 자의 협회 회원 징계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더 이상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백여 건에 가까운 사문서 위조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협회 측에도 책임을 묻고 확인 절차를 개선하도록 해 창작자들이 조금 더 나은 환경에서 작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라고 부연했다.
협회 역시 CBS노컷뉴스에 작사가들이 피해 사례를 신고했고, 현재 저작권 분쟁조정위원회에 이 건이 정식으로 접수된 상태라고 확인해 줬다. 다만 지분 확인서 대리 서명 건 문제제기와 관련해서는 "저작물 등록 시 제출 서류와 증빙자료를 검토 후 등록하고 있으나, 국내 곡의 경우 월 평균 8900여 곡에 이르는 만큼 모든 저작물 저작자에게 일일이 사실관계나 이면 내용을 직접 확인하기 매우 어렵다"라고 해명했다.
협회는 "회원들의 저작권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저작물 등록 절차 등의 개선점을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신고 저작물의 엄격하고 정확한 서류 심사를 위해 담당 직원의 교육·등록 저작물의 철저한 검수를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알렸다.
작사가·작사학원 수강생들 착취 논란은 지난 3월 '익명의 케이팝작사가 대리인' 트위터 계정을 통해 본격적으로 공론화됐다. 핵심은 자신의 가사가 기획사에 제대로 전달되는지, 나아가 채택되는지, 채택된 가사의 저작권 지분은 어떻게 되는지 등 당사자가 꼭 알아야 할 정보에서 소외되며, 학원에서 가져가는 몫이 지나치게 크다는 등 창작 행위에 따른 정당한 대가와 처우를 보장받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이후 지난달 8일 방송한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작사가들이 겪은 불공정 사례가 더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각각 10~15곡 정도에 참여했고 김 원장에게 권리를 빼앗겼다고 주장한 제보자들의 평균 작사 참여율은 77%였으나 그들에게 돌아가는 저작권 지분은 4.5%에 불과했다. 신인 작사가일 경우 100% 본인의 아이디어로 쓴 곡에도 김 원장이 자신을 공동 작사가로 올리고 저작권 지분도 똑같이 나눴다, 지분 배분 관련 설명을 듣거나 지분 확인서를 본 적이 없다는 폭로도 나왔다.
대형 기획사 A&R 팀장과의 유착을 통해 인기 그룹 곡에 유령 작사가를 끼워 넣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이에 김 원장은 유령 작사가로 지목된 B는 곡에 참여하지 않은 채 크레딧에 이름을 올리거나 지분을 가져간 적은 없다며, 불법적인 거래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CBS노컷뉴스는 A 작사학원에 작사가들의 계약해지 요구와 관련한 입장과 향후 계획 등을 문의했으나 답을 들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