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도리' 박순찬 "이준석, 잘 생기게 그려달라 댓글을..."[뉴스업]

4컷 시사만화 장도리, 역사 속으로
26년간 연재 마친 박순찬 화백
가뭄을 소재로 한 첫 그림 기억에 남아
못도 박고 의자도 고치는 순우리말 '장도리'
발음도 쉽고 친숙한 도구라 이름 정해
시사 만화 관심 커지는 시기는 '선거철'

■ 방송 : CBS 라디오 <김종대의 뉴스업> FM 98.1 (18:25~20:00)
■ 진행 : 김종대 (연세대 객원교수)
■ 대담 : 박순찬 화백

◇ 김종대> 지금 유튜브로 보고 계시는 분들 만화 한 편 보실 수 있는데요. 익숙한 그림이 나갈 겁니다. 아직 안 나가네요. 차차 보시고 바로 경향신문에 연재되던 4컷 시사만화 장도리입니다. 위트 있는 촌철살인의 대사와 그림으로 권력을 비판하고 현실을 풍자하면서 큰 인기를 몰았던 만화 장도리가 24일 연재를 마쳤어요. 지금 사진 보니까요. 대단하네요. 아주 특징들이 다 이렇게 잘 표현된 유명 정치인들 나와 있습니다. 장도리 박순찬 화백 어서 오십시오.

◆ 박순찬> 안녕하세요. 박순찬입니다, 반갑습니다.

◇ 김종대> 반갑습니다. 만화는 시원시원하신데 목소리는 차분하십니다. 방금 나온 정치인들 캐리커쳐 말입니다. 굉장히 어떤 특징을 두드러지게 이렇게 표현해서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데 주로 특징들은 어떻게 잡아내시는 거예요?

◆ 박순찬> 아무래도 좀 많이 그리다 보니까 사람들의 얼굴들이 다 다르게 생겼고 어떤 게 다른 점인지에 대해서 많이 비교를 하게 되지 않겠습니까, 많이 그리다 보면. 그러다 보면서 개개인의 어떤 특징들이 굉장히 조금씩 눈에 들어와서 그렇게 표현이 되는 것 같습니다.

◇ 김종대> 그렇군요. 그런 데서 많은 사랑을 받으셨는데 연재를 마친다. 언제 마치시게 됩니까? 이미 마쳤습니까?

◆ 박순찬> 이미 마쳤죠. 지난주 월요일자로 마쳤습니다.


◇ 김종대> 섭섭하네요. 많은 독자들 서운하다고 이야기 많으실 것 같은데 어떤 이야기 들으셨습니까?

◆ 박순찬> 아쉽다는 말씀 많이 해 주시고 그리고 26년 정도 연재를 했으니까요.

◇ 김종대> 꽤 긴 시간이었군요.

◆ 박순찬> 꽤 긴 시간이었고 장도리 만화 같은 경우에는 30~40대, 20대 분들, 젊은 분들이 많이 보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예를 들어서 지금 26살이시면.

◆ 박순찬> (태어났을 때부터) 나온 거니까 어떤 분들 같은 경우에는 지금 40대라고 해도 한 10대 정도부터 봐오신 거고. 이 장도리라는 만화는 원래 있는, 태곳적부터 있었던 걸로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 이게 없어질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라는 반응들도 있고 그래서 재미있었던 반응이었습니다.

◇ 김종대> 첫 연재 시작하는 날이 1995년 2월 6일이에요. 그래서 26년. 그때 첫 연재 기억나십니까? 어떤 내용이에요?

◆ 박순찬> 첫 연재니까 아무래도 오래됐어도 다른 만화는 잘 기억이 안 나도 첫 연재는 기억이 나는데 그때는 신문만화를 처음 그렸던 상황이었고 굉장히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 김종대> 아니, 왜 당황이 돼요?

◆ 박순찬> 지금은 매체가 많고 인터넷을 통해서 여러 가지 의견도 많이 나오고 하지만 당시에는 신문이라는 게 어떤 독점적인 그런 매체가 아니었겠습니까? 무게감도 많고 압박감도 지금하고는 좀 많이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상당했어요, 만화를 연재한다는 게. 그래서 젊은 나이에 신문만화를 그린다고 생각을 하니까 굉장히 좀 두렵기도 하고 부담이 많이 됐었죠. 그래서 굉장히 정신없는 상황에서 그렸던 것 같아요.

◇ 김종대> 정신없는 상황에서.

◆ 박순찬> 그때 당시에는 가뭄이 아주 큰 이슈였고 지금하고는 다르게 농산품을 100%수입하고 그런 시대가 아니기 때문에 가뭄으로 인해서 도시민들이 겪는 그런 고충들도 많았어요. 그래서 이제 가뭄에 대해서 그렸던 기억이 납니다.

◇ 김종대> 그렇군요. 95년이면 김영삼 정부 시절이네요.

◆ 박순찬> 그렇습니다.

◇ 김종대> 그때면 문민정부로 전환돼서 우리 사회가 어떤 새로운 출발을 막 다짐하는 상황인데 그때 시사만화가 공개채용 공고를 보신 거군요, 그러니까. 그래서 이렇게 공채로 선발한 그때 신문사 있었나요?

◆ 박순찬> 거의 없죠. 제가 알기로는 세계일보가 공개채용을 한 적이 있었고. 두 번째로 제가 했던 걸로 그렇게 알고 있어요.

◇ 김종대> 그렇군요. 그때 이런 평가가 나왔어요. 신세대 감각이 뛰어나고 세필화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면서 시사만화의 생명인 촌철살인의 대사를 이끌어내는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부담되실 만도 했겠네요.

◆ 박순찬> 처음 연재할 때는 사실 어떻게 알고 썼는지 모르겠는데.

◇ 김종대> 그러면 장도리라는 이름 어떻게 탄생했습니까?


◆ 박순찬> 제가 좀 뭘 만들고 이런 걸 좀 좋아했습니다. 장도리가 요즘 잘 쓰이지는 않지만 예전에는 어떤 물건이 고장나고 하면 많이 수리해서 쓰기도 하고 해서 집집마다 그런 장도리. 벽에도 못을 박아서 그림도 걸고 요즘이야 그림을 잘 걸지 않습니까? 집에 이제 인테리어가 다 돼 있기 때문에. 예전에는 장도리를 이용해서.

◇ 김종대> 못을 쳤죠.

◆ 박순찬> 못도 박고 의자도 좀 고치고 이런 게 지금보다 많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굉장히 친숙한 도구다라고 생각을 해서 또 발음하기도 좋고 순우리말이고. 그래서 이름을 택했던 것 같습니다.

◇ 김종대> 그렇군요. 그러니까 뭔가 뽑아버릴 때 통쾌한 느낌이 들잖아요. 그런 맥락이 아닌가 생각이 드는데 이렇게 만화를 삽화 간에 압축해서 멘트도 넣고 또 여러 가지 어떤 메시지도 고민해야 되고 하루에 이런 작업을 한다는 게 그것도 매일. 굉장히 힘든 면이 있을 것 같아요.

◆ 박순찬> 처음에 많이 힘들었죠.

◇ 김종대> 어땠어요? 그때 이런 작업을 하면서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 겁니까? 일상 업무가?

◆ 박순찬> 일단 신문, 방송 뉴스를 계속 체크하고 어떤 일이 터졌는지 알아야 뭘 그릴 거 아니에요. 그래서 이제 그거에 대해서 좀 분석도 해야 되고 그거의 역사적인 연원도 알아봐야 되고 그래야 깊이 있게 분석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구상하다 끝나는 거죠, 하루가. 그림 그리는 시간은 사실 얼마 안 되고.

◇ 김종대> 아이디어를 내는 시간이 대부분입니까?

◆ 박순찬> 그렇다고 볼 수 있죠.

◇ 김종대> 그렇군요. 항상 아이디어에 올인하시는. 그림체는 단순한데 그렇게 정치인들 특징을 잡아서 그걸 이렇게 캐릭터로 만드시잖아요. 어떤 비결이 있습니까?

◆ 박순찬> 비결이라고 하면 쉽게 비법이 있는 거 아니냐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것 같은데 그런 게 있으면 저도 쉽게 할 수 있고 제가 안 가르쳐드리겠죠.

◇ 김종대> 영업비밀이네요.

◆ 박순찬> 네. 그냥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많은 사람들을 그리다 보니까 거기에서 어떤 노하우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 김종대> 그렇군요. 그러면 여기에서 박순찬 화백 모셨으니까 특별한 요청을 부탁드리고 싶어요. 제가 지금부터 마스크를 벗겠습니다. 제 특징을 잡아서 1분 즉석 캐리커쳐 부탁드릴게요.

◆ 박순찬> 김종대 의원은 제가 만화에 한번 엑스트라로 한번 등장한 적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잘 등장이 안 돼서요. 이번 기회에 한번 이렇게 그리는 기회가 있네요.

◇ 김종대> 그렇군요. 저기 지금 청취자 여러분들께서는 유튜브로 이 그리시는, 그 작업하시는 장면이 나가거든요.

◆ 박순찬> 모자가 굉장히 독특한데 그 모자 쓴 상태로 제가.


◇ 김종대> 네, 좋으실 대로. 지금부터 작업이 들어갑니다. 이렇게 26년 동안 참 세월도 많이 흘렀고요. 또 사람들의 어떤 특징 이런 걸 갖다가 하나의 캐릭터로 완성해 가는 하나의 어떤 본인의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하신 거예요. 지금 모자가 그려져 있고요. 눈썹을 아주 짙게 이렇게 하고 안경도 지금 그리고 계십니다. 제가 이 모자에 안경 이건 이제 CBS의 하나의 어떤 특허품이 됐습니다. 내일 신문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3205님 의견도 들어오고 계십니다. 이렇게 장기간 연재되던 코너가 없어진다면 신문사로서도 큰 공백 이런 독자들 항의 이런 거에 많이 시달리실 건데요. 그렇지 않겠습니까?

◆ 박순찬> 글쎄요. 저는 이미 나왔기 때문에.

◇ 김종대> 남아 있는 사람들 몫이다. 아이고 그렇게 훌훌 떠나시면 듣는 신문사는 또 서운하시겠는데요. 거의 다 됐습니다. 제가 조금 보니까 제 얼굴의 특징이 저렇구나, 이런 느낌이 들 정도예요. 완성된 즉석 작품입니다.
대부분 이렇게 화백의 손을 통해서 표현된 캐리커쳐에 대해 그 정작 당사자 정치인들의 반응은 어떨까요? 마음에 들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은데. 이렇게 풍자적으로 그리시면.

◆ 박순찬>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요즘 이렇게 많이 핫 하신 이준석 의원이 예전에 댓글을 단 적이 있어요, 잘생기게 그려달라고. 그게 좀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입니다. 그전에는 정치인들이 예를 들어서 좀 이렇게 암암리에 편집국장을 통해서다른 기자들 통해서 잘 좀 그려줬으면 좋겠다, 이런 식으로 했지 그렇게 공개적으로 댓글을 단 사람은 없었거든요.

◇ 김종대> 그러면 만화 밑의 댓글에다가 온라인으로 단 것 같은데 본인은 좀 마음에 안 들었나 보죠? 잘생기게 안 나왔나 보죠? 해학적이고 소통이 되는 캐리커쳐로 그려주시기 때문에 잘생기고 못생기고 문제가 아니잖아요.

◆ 박순찬> 다 개성이니까요. 잘생기다, 못생기다의 기준도. 사실은 그런 건 없다고 봅니다, 사람의 얼굴에 있어서.


◇ 김종대> 알겠습니다. 화백의 독특한 시각이에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도리 에피소드 어떤 게 있을까요?

◆ 박순찬> 기억에 남는 거는 이제 제가 좀 많이 다른 만화들 소재 중의 하나가 기업 문제를 좀 많이 다뤘습니다. 그래서 이제 그런 것들이 좀 기억에 남고요. 왜냐하면 우리나라에 아무래도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집단이 대기업이고 또 많은 영향을 끼치는데도 불구하고 사실 그 문제점에 대해서는 지적을 많이 안 하고 있는 형태가 아닙니까? 그래서 이제 그런 걸 만화를 통해서 좀 우회적으로나 은유적으로 이렇게 표현하는 게 하나의 만화의 강점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을 해서.

◇ 김종대> 지금 만화가 두 편 유튜브에 떠 있습니다. 오른쪽 건 보니까 청년 하청노동자의 희생. 300kg 철로 된 부품에 희생당한 그 내용이네요. 굉장히 가슴 아픈데 여기에 보니까 기업 착취에 깔리고 그 뒤로 명화는 빛난다. 저 그림 그리실 때 어떤 마음으로 저 맥락은 어떤 기업의 이윤 논리를 비판하신 것 같은데.

◆ 박순찬> 이번에 그림을 세금 문제가 있었을 때 그림 기증 보도가 많이 나오지 않았었습니까? 그걸 이제 빗댄 내용이죠.

◇ 김종대> 그리고 보니까 왼쪽에 또 있는 만화. 이게 신도시 들어설 예정이니 몰빵하세요. 저 투기를 풍자하셨네요. 설명 좀 해 주세요.

◆ 박순찬> 이게 이제 LH 사건으로 굉장히 부동산 투기 문제가 굉장히 이슈가 굉장히 장기간 이슈가 됐었는데 그때도 역시 지금 계속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것들이 어떤 청년 노동자의 희생 이런 보도들이 계속 나오고 있고 그걸 대비해서 어떤 노동하는 사람들, 일하는 사람들이 어떤 대가를 받아야 되는데 그런 어떤 투기나 한탕주의가 더 혜택을 받는 그런 사회 모순을 다룬 거죠.

박순찬 화백의 4컷만화 '장도리' (출처=경향신문)

◇ 김종대> 그 밑에 보니까 프리미엄 수억 예정 분양권입니다라고 하면서 사회 지도층이 서로 분양권 프리미엄 거래하는 장면 나오고 있죠. 또 오른쪽에 보니까 넌 합격 예정이니까 출근 준비나 하고 있어라 이건 뭐 일종의 아빠 찬스 이런 것으로 불공정 보여주셨고요. 넌 뭐 별일 없겠지, 이런 내용 있습니다. 또 노동자의 아까 가방에 컵라면이 있다는 그런 가슴 아픈 것도 표현을 해 주셨어요. 이외에도 정치 현안 중에 조금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 박순찬> 정치 현안이 이제 가장 사람들에게 관심을 끄는 시기가 아무래도 선거기간이겠죠. 특히 대선 또 조금 있으면 대선이 이루어지겠지만 이 대선이나 총선, 이럴 때 이제 큰 이슈들이 많이 생기고 만화 소재도 많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 김종대> 그렇다면 우리의 희노애락을 삽화만화에 담아서 웃기고 울리는 이런 시사만화. 이 삽화 만화의 존재의 의미는 뭐라고 보십니까?

◆ 박순찬> 4컷은 보통 한 컷을 칼툰이라고 하고 4컷부터가 코믹스로 들어갑니다. 이야기 만화는 보통 4컷부터 시작을 한다고 생각을 하시면 되는데 그게 이제 가장 스토리 만화의 압축된 형태가 삽화죠, 기승전결을 하나씩 표현하는 것이 4컷 만화고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짧게, 짧은 시간 안에 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그런 굉장히 어떤 효율성도 높고 그런 좋은 장르라고 볼 수 있는데 그런 만큼 또 이제 어려운 부분도 많이 있습니다. 압축을 해서 기승전결로 풀어내야 되기 때문에 어렵지만 그래도 짧은 시간 안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그런 강점이 있는 장르죠.

◇ 김종대> 그런데 점점 이제 사라지고 있는 거 아닙니까, 앞으로?

◆ 박순찬> 지금 이제 4컷이라는 게 아무래도 다루기 힘들고 하지만 웹툰이나 이런 쪽에는 네 컷 형식의 짧은 컷만화들은 많이 있습니다.

◇ 김종대> 신문에서는 조금 줄어들고요. 앞으로 이렇게 퇴사를 전격적으로 하시고 나름대로 계획이 있으실 걸로 보여지는데 어떤 계획이십니까?

◆ 박순찬> 지금 일단 책 작업을 하고 있고요.

◇ 김종대> 책이요? 어떤 책?

◆ 박순찬> 하나는 아까도 물어보셨지만 캐리커쳐 비법이 있느냐라고 물어보셨는데 간단하게 어떤 비법이 있는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그림을 그리고 또 캐리커쳐까지 그릴 수 있는 어떤 방법 같은 걸 좀 과학적으로 분석을 해서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서 그런 것들을 풀이를 해서 설명하는 만화로 설명하는 책을 하나 준비 중에 있어요.

◇ 김종대> 그러면 만화가 꿈이 있는 분들이 한번 볼 만하시겠네요.

◆ 박순찬> 만화가 꿈일 뿐만 아니라 그림에. 이 책은 일단 제가 생각하는 대상은 그림에 전혀 관심이 없고 그림을 한 번도 안 그려본 사람들을 위한 책입니다. 그래서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그림을 접해서 어떤 그림을 통해서 어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키울 수 있는 그런 기회가 됐으면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 김종대> 알겠습니다. 앞으로 다른 방식의 확장된 장도리가 되지 않을까 기대가 됩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박순찬 화백이었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 박순찬>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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