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서울고검장 '파격 영전'…한동훈 일선 복귀 불발

이정수 검찰국장, 서울중앙지검장 발탁
법무부 참모·친(親)정부 분류 인사 요직에
'검찰 견제 인사' 기조 유지
일부 특수통 검사 인사로 '균형 모양새'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왼쪽),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이한형·황진환 기자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핵심 참모인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이 낙점됐다. 이성윤 중앙지검장은 피고인 신분임에도 서울고검장으로 영전했다. 반면 이른바 '윤석열 사단'의 핵심 인사로 불려온 한동훈 검사장은 이번에도 일선 복귀가 불발됐다.

앞서 김오수 신임 검찰총장이 박 장관과 이번 인사와 관련해 이견을 내비치기도 했지만, 결국 친(親) 정부 성향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의 요직 배치, 윤 전 총장 라인 등 검찰에 대한 견제 기조가 유지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무부는 4일 대검검사급 41명에 대한 승진‧전보 인사를 단행했다. 부임일은 오는 11일이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관심을 모았던 이성윤 지검장은 당초 고검장급인 법무연수원장으로 ‘좌천성 승진’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서울고검장으로 ‘파격 영전’했다. 이른바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 무마 의혹’으로 기소된 피고인 신분이지만, 이 수사 자체의 적절성에 물음표를 붙이는 여권의 기류가 반영된 인사로 보인다.


이 지검장은 조국 수사를 기점으로 본격화 된 권력수사 국면에서는 ‘수비수’, 채널A 기자 강요미수 사건 등 여권이 공세를 펼쳤던 사안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공격수’ 역할을 자처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검찰 내 대표적인 친정부 인사로 꼽혀 온 인물이다.

이 지검장의 후임을 비롯한 검찰 내 ‘빅4(중앙지검장‧법무부 검찰국장‧대검 반부패강력부장‧공공수사부장)’ 요직 인사에서도 검찰 견제 기조가 뚜렷하다는 평가다. 새 중앙지검장에는 박 장관의 핵심 측근으로서 일각에서는 ‘추미애 라인’으로도 분류하는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이 오게 됐다.

이 국장은 서울남부지검장 재직 시절인 작년 11월 전국 일선 검사장 17명이 윤 전 총장 징계 청구를 비판하며 성명서를 냈을 때에도 이성윤 중앙지검장, 김관정 서울동부지검장과 함께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박 장관 체제 초기인 지난 2월 인사에선 심재철 당시 검찰국장과 자리를 맞바꾸기도 했다. 심재철 남부지검장은 유임됐다.

이번에 새 검찰국장에는 추 전 장관 체제에서 대변인을 맡았던 구자현 중앙지검 3차장이, 전국 특수수사를 총괄하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에는 문홍성 수원지검장이 각각 승진‧전보조치 됐고, 대검 공공수사부장에는 채널A 사건을 놓고 윤 전 총장과 대립각을 세웠던 이정현 부장이 유임됐다. 특히 문홍성 지검장은 과거 검찰의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 수사 무마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는 점이 향후 논란 지점으로 거론된다.

이 밖에 추 전 장관 아들 의혹 사건을 무혐의 처분한 김관정 동부지검장이 수원고검장으로 승진했고, 심우정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은 후임 동부지검장을 맡게 됐다. 윤 전 총장 징계 추진에 앞장섰던 것으로 알려진 이종근 대검 형사부장은 서울서부지검장으로, 마찬가지로 친정부 성향이라는 평가가 존재하는 신성식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수원지검장으로 이동했다. 수원지검은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 수사를 주도한 검찰청이다.

한동훈 검사장. 연합뉴스
이른바 ‘윤석열 라인’으로 불렸던 인사들은 이들과 희비가 엇갈렸다. ‘조국 수사’에 대한 여권의 재평가 기류가 있는 만큼, 해당 수사를 이끌었던 한동훈 검사장의 일선 복귀도 일각에서 예상됐지만 빗나갔다. 채널A 사건을 기점으로 한직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됐던 한 검사장은 이번에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전보 조치 됐다.

과거 대검 차장검사로 윤 전 총장을 보좌하며 '조국 수사'를 이끌었던 강남일 대전고검장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소윤(小尹)으로 불리는 윤대진 사법연수원 부원장은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밀려났다. 최근까지 대검 차장을 맡으며 윤 전 총장의 빈자리를 대신했던 조남관 대검 차장도 법무연수원장으로 전보됐다. 새 대검 차장 자리는 박성진 부산고검장이 맡게 됐다.

다만 특수통 출신이나 일부 권력수사 키를 잡았던 인사들을 승진‧전보 조치시킨 점을 두고는 나름 ‘균형인사’ 모양새를 갖추려 한 법무부의 고민이 반영됐다는 평가도 일각에 존재한다. 검찰 내 특수통 검사로 잘 알려진 주영환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장은 사법연수원 27기에서는 유일하게 승진해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으로 발탁됐다.

과거 중앙지검에서 ‘청와대 울산 선거 개입 의혹 사건’ 수사의 키를 잡았던 이근수 안양지청장은 대검 공판송무부장으로 승진했고, 같은 사건을 대검에서 지휘했다가 제주지검장으로 밀려났던 박찬호 검사장은 광주지검장으로 이동했다.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수사를 진두지휘한 이두봉 대전지검장은 인천지검장으로 전보됐다.

한편 법무부는 "이번 인사에서도 기존 인사 기조를 유지해 검찰 본연의 업무인 인권보호 및 형사, 공판 등 민생과 직결된 업무에 전념해 온 검사들을 우대해 조직의 안정을 도모했다"며 "신임 검찰총장의 인사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최대한 반영하고자 노력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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