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도 그만뒀는데…" 평택시체육회 억지 '임용 지연' 논란

공채 최종합격하고도 3개월째 임용 '뭉그적'
퇴사 후 임용일만 학수고대, 청원서 피해 호소
일방적 회장 면담, 학연·지연·연령 부당 발언
시체육회, 직무 적합성 놓고 지자체에 책임 전가
"회장 발언 자질 의문…정당한 임용 진행돼야"

지난 2일 A(33)씨는 '평택시체육회 행정 6급 공개채용에 정정당당하게 최종 합격한 33세 청년을 평택시체육회장이 임용거부하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청와대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렸다. 청와대국민청원 캡처
경기도 평택시체육회가 공개채용 최종합격자에 대해 학연·지연·연령이 부족하다는 등의 부당한 이유를 들어 수개월째 임용을 미루면서 합격자가 피해를 호소하고 나서는 등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임용 뒷전, 회장 면담부터…학연, 지연, 연령 부족 거론

4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따르면 지난 2일 A(33)씨는 '평택시체육회 행정 6급 공개채용에 정정당당하게 최종 합격한 33세 청년을 평택시체육회장이 임용거부하고 있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먼저 A씨는 "4년제 대학교에서 체육학을 전공하고 체육강사, 장애인체육회 등에서 근무하며 평택시에서 살고 있는 청년"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어 "평택시체육회 행정 6급 공채 공고문 자격요건을 보고 도전해 서류전형과 면접관들의 까다로운 면접을 거쳤다"며 "홈페이지에 최종 합격자로 공시된 것을 보고 공고문에 기재된 임용일에 맞춰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임용일 만을 기다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평택시체육회는 임용일이 연기됐는데 회장(이진환)과 개별 면담 후 일정이 정해질 것이라고 했다"며 공고문에 제시되지 않은 추가 채용절차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회장은 면담에서 '나이가 어리다', '한국체대, 용인대처럼 정통 체육대학 출신이 아니라서 선후배 관계 형성이 잘 안 되어 있다', '행정 6급 관리자는 학연, 지연의 도움을 받아야 되는데 경험, 연륜이 부족하다', '평택시청에서 위촉한 면접관들이 체육전문가를 제대로 선별하지 못했다'는 등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발언을 쏟아부었다"고 털어놨다.

또한 "체육회장이 공고문에도 명시되지 않은 시체육회 인사위원들에게 재검증을 받아야 된다면서 인사위원 구성을 낱낱이 얘기했다"며 "현직 민주당 여성위원장 1명, 현직 변호사 2명, 1천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중소기업대표 1명, 전직 시의원 1명 등을 거론했다"고 덧붙였다.

평택시체육회 사무실. 평택시청 제공
이와 함께 "시청과 시체육회 담당자들이 7급으로 낮추면 임용을 서두르겠다고 회유까지 했다"며 "이에 임용지연의 명확한 이유와 조속한 임용을 촉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내 시로부터 '임용권은 평택시체육회장에게 있다'는 답을 받았지만 시체육회는 3차례에 걸친 내용증명에도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끝으로 그는 "비상식적인 채용절차에 직장을 잃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며 "시체육회장의 공개 사과와 즉각 사퇴, 아무 결격 사유 없는 합격자의 조속한 임용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청원글은 이날 오후 3시 기준 1700여명의 동의를 받고 있다. 청원기한은 다음 달 2일까지다.

◇자격조건 '두루뭉술', 채용 맡겨놓고 수용불가 '억지'

이에 대해 시체육회는 채용절차를 위탁 받은 평택시가 공채 취지에 맞는 기획·홍보 관련 행정경험이 전혀 없는 지원자를 일방적으로 선발한 것이라며 임용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더욱이 시체육회는 해당 6급 합격자에 대한 임용 여부를 향후 합격 당사자가 제기하는 행정심판 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의견서까지 지난 2일 시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체육회 관계자는 "기획과 홍보 경험을 갖춘 팀장급 인재를 뽑으려던 것인데 이런 경험이 전무한 지원자가 선발됐다"며 "최종 결과를 내기 전에 시청에서 한 마디 상의도 없었다"고 책임을 평택시에 돌렸다.

반면 평택시는 공정채용법에 따라 외부기관을 통해 적임자를 가린 것으로 애초부터 체육회가 공고문에 자격기준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아 논란을 자초했다고 반박했다.

2021년 평택시체육회 직원 공개 채용 공고 내용 중 자격기준 내용. 공고문 캡처
실제 공고문을 보면 '4년제 대학졸업자로서 5년 이상 체육분야 경력자'와 '정부투자 및 출연기관에서 이에 상응하는 직급 이상의 직에 재직한 자' 2가지 중 하나만 충족하면 된다는 자격조건이 명시돼 있다. A씨는 이 같은 조건을 갖춘 데다 가산점 대상자이기도 했다.

다만 시는 최종적인 채용 권한은 시체육회에 있어 임용을 강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평택시 관계자는 "채용기관의 입김이 작용할 우려가 있어 합격자 선정 과정에 체육회와 소통을 최소화하고 공정하게 심사했다"며 "그럼에도 임용일이 늦춰지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보지만 임용권자는 시체육회장이라서 계속 설득을 하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당한 임용 지연 금물, 채용 절차 공고대로 이뤄져야"

전문가들은 합당한 채용 절차에 따라 합격자 선정과 공식 통보까지 이뤄진 만큼, 공고된 대로 임용 절차가 이행되도록 시체육회가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노동연구원 하재준 선임연구위원은 "체육회장이 부당한 이유를 주장하며 임용을 유보하는 행위 자체가 수장으로서의 자질을 의심하게 만든다"며 "정당한 절차에 따라 채용이 확정 공지된 데 대해 남은 임용절차가 이뤄지도록 약속을 이행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평택시체육회 로고. 평택시체육회 홈페이지
앞서 평택시체육회는 지난 2월 17일 기획·홍보와 전문·생활체육 등 행정업무 전반을 담당할 팀장 1명(6급)과 일반회계 담당 1명(8급) 등 총 2명을 선발하기 위한 채용공고를 냈다.

당시 시체육회는 공정한 채용을 목적으로 평택시에 공채 절차를 위탁했다. 이후 시는 외부 채용기관(한국바른채용인증원)에 의뢰해 심사를 진행한 결과 1차 서류심사에서 6급 2명, 8급 4명의 지원자들을 선발한 뒤 3월 9일 면접심사를 거쳐 사흘 뒤 최종합격을 통보했다.

하지만 8급 직원만 임용됐을 뿐 6급 팀장 합격자에 대해서는 임용이 지연되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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