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A씨 폰 혈흔반응無…故손정민 사건 '사고사' 결론 유력

A씨 휴대전화 포렌식·국과수 감정했지만 범죄혐의점 없어
'스스로 한강 들어가' 유력…경찰 "모든 가능성 열고 수사"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 숨진 손정민씨를 추모하는 글과 물품들이 놓여 있다. 이한형 기자
서울 한강공원에서 술을 마신 뒤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손정민(22)씨의 친구 A씨 휴대전화에서 '범죄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손씨 사망 사건은 사실상 '사고사'로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

5일 서울 서초경찰서는 A씨 휴대전화의 유전자·혈흔 등에 대한 감정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의뢰한 결과 혈흔 반응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유전자 등 검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A씨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에서도 범죄 혐의점이나 손씨 사망 경위를 파악해 줄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 A씨 휴대전화에는 손씨와의 불화나 범행 동기 등 특이사항은 없었다.

더불어 경찰은 A씨와 그 가족에 대해 △참고인 조사 10회 △휴대전화·노트북·아이패드·차량 블랙박스 등 전자기기 포렌식 △통신 수사 △주거지 주변 CCTV 분석 △당일 A씨가 입은 의복에 대한 감정 등을 진행했지만, 범죄 혐의점은 발견하지 못했다.

A씨의 범죄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으면서 남아 있는 가능성은 '제3자에 의한 범죄', '실족', '스스로 한강에 걸어 들어간 경우' 등이다.

지난달 17일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경찰이 故 손정민씨 친구의 휴대전화 수색 작업을 하는 모습. 박종민 기자
이 중 '제3자에 의한 범죄' 가능성은 매우 낮다. 부검 결과 사인은 '익사로 추정'됐고, 약독물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 머리 2개소 좌열창(피부가 찢어지는 손상)과 우측 볼 부위 손상은 사인에 이를 정도는 아니었다. 옷에서 손씨 혈흔이 발견되긴 했지만, 범죄와의 연관성은 없었다.

서울경찰청은 지난달 27일 중간 수사결과 발표에서 "현재까지 수사한 사항으로 볼 때 손씨의 사망이 범죄와 관련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경찰은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수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손씨의 입수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끊어진 49분'을 재구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현재까지 파악된 실종 당일 A씨와 손씨의 행적은 새벽 3시 38분부터 4시 27분 사이에 뚝 끊긴다. 현장을 근거리에서 비추는 CCTV가 없어 목격자 진술에 의존해야 한다.

지금껏 파악된 목격자는 낚시꾼 일행을 제외하면 총 9명이다. 6개 일행으로 나눠 진 이들은 짧게는 10m에서 멀게는 40~50m 거리에서 손씨와 A씨를 목격했다.

가장 가까이에서 본 목격자는 새벽 3시쯤 A씨가 강변에서 구토하는 모습과 손씨는 돗자리에서 취침을 하고 있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3시 38분에는 전화를 하고 있는 A씨와 손씨가 함께 있는 것을 목격했다. 다만 당시 A씨가 손씨와 떨어져 있었다고 진술한 목격자도 있다.

연합뉴스
이어 3시 15~30분쯤에는 A씨가 잠자고 있는 손씨의 뺨을 툭툭 치고 흔들면서 깨웠으며, 3시 38분 전화 이후에는 A씨가 짐을 챙기고, 손씨는 옆에 앉아 있었다고 한다. 3시 47분 이들이 귀가할 때는 손씨와 A씨를 모두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이후 4시 27분 A씨가 가방을 메고 잔디밭 끝 경사면에 혼자 누워 있는 모습이 목격됐다. 종합하면 3시 38분~47분 사이에 손씨와 A씨가 어딘가로 이동을 했고, 4시 27분 A씨 홀로 발견됐다. 이 사이 손씨가 실족했거나, 스스로 한강에 걸어 들어갔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드러난 정황으로는 손씨 스스로 한강에 들어갔다가 변을 당했을 가능성이 가장 유력하다. 실족을 하기엔 강변쪽 수심이 매우 얕은 데다가, 손씨 양말에서 한강 안쪽 10m 들어간 지점의 강바닥 흙만 유일하게 검출됐기 때문이다. 가는 도중의 흙은 물살에 쓸려갔거나, 걸어가다가 신발이 벗겨졌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당일 새벽 4시 40분쯤 낚시꾼 일행 7명이 목격한 '한강 입수' 남성이 바로 손씨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낚시꾼들이 목격한 위치 인근에서 손씨가 최초 발견됐기 때문이다. 해당 지점은 유속의 흐름이 낮아 한 자리에서 시신이 계속 머무르는 것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포한강사건 진실을 찾는 사람들(반진사) 회원들이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서초경찰서 앞에서 '고 손정민 사건 철저한 조사 요구'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황진환 기자
하지만 경찰이 손씨 사건을 '사고사'로 결론 내릴 경우 일부 시민들의 반발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강 의대생 사건의 진실을 찾는 사람들'(한진사) 회원들은 전날 검찰에 손씨 사건을 담당한 경찰을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고발했다.

이들은 "목격자의 진술과 현저히 다른 허위 내용을 기재하고 발표해 국민을 기만한 서울청 형사과장 및 서울청 공무원들을 고발한다"며 "동석자 A씨의 휴대전화를 습득했다고 알려진 환경미화원을 점유이탈물 횡령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반포한강사건 진실을 찾는 사람들'(반진사) 회원들은 이날 오후 7시쯤 고속터미널역 인근에서 '서초경찰서 부실·초동수사 규탄 및 손씨 추모 집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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