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주52시간제 사각지대에 장시간 노동의 독버섯이 여전히 남아있어 진짜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한 후속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아무리 일해도 대가 없는 포괄임금제 놔두면 주52시간제도 무용지물
오는 7월 1일부터 주52시간제가 5인 이상 50인 미만 기업에도 적용되면서 2018년부터 사업장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도입됐던 주52시간제 전환 절차가 마무리된다.
하지만 주52시간제가 자리를 잡고 있는 중에도 장시간 노동의 관행은 여전히 곳곳에 남아있다.
대표적 꼼수가 아무리 오래 일해도 미리 정한 수당만 연봉에 포함시키는 포괄임금제다.
포괄임금제는 실제로 일한 시간을 측정하기 어려울 때, 실제 일한 시간에 관계없이 일정 시간 초과 근무했다고 간주하고, 미리 정한 수당을 임금에 포함시켜서 한번에 지급하는 제도다.
제도를 악용하면 낮은 수당만 지급하면서 장시간 근무를 강요할 수 있기 때문에 그동안 정부는 꾸준히 포괄임금제를 남용하는 사업장을 단속해왔다.
대법원에서도 2010년 노동시간을 측정하기 어려운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일한 만큼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포괄임금제의 문턱을 높였다.
하지만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7년 10인 이상 사업장의 52.8%가 포괄임금제를 사용하고 있는 형편이다.
게다가 주52시간제가 확대되면서 장시간 노동에 익숙한 사업장에서 포괄임금제를 악용할 우려는 갈수록 더 커지고 있다.
정부는 불가피하게 장시간 노동이 필요한 경우 각종 유연근무제를 활용하도록 권장하지만, 절차와 요건이 복잡한 유연근무제 대신 포괄임금제를 차용하는 편이 사측에게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포괄임금제 오남용을 막기 위해 정부는 2018년 안에 관련 지침을 발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감감무소식이다.
지난 달 31일 노동부를 대상으로 포괄임금제 규제 지침에 대해 공개질의한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이조은 간사는 "포괄임금제를 규제하자는 것은 새로운 얘기도 아니고,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였다"고 꼬집었다.
이 간사는 "정부가 말하는 지침 수위도 포괄임금제를 원천 차단하자는 것도 아니고, 노동시간을 측정할 수 있는 곳에는 적절히 규제하겠다는 당위적인 수준"이라며 "이 정도의 규제는 하루 빨리 도입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52시간제 적용 대상에서 아예 빠져있는 5인 미만 기업에 대해서는 노동시간을 줄일 대책이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노동부에 따르면 2019년 5인 미만 사업체는 130여만 곳으로 전체 사업체의 61.5%에 달하고, 종사자 수도 356만여명에 달하는데 이들 모두 주52시간제의 사각지대에 남게 되는 것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제11조에 따라 5인 이상 사업장에는 당연 적용되지만,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일부 규정을 대통령령에 따라 따로 지정해야만 적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5인 미만 사업장은 비단 주52시간제 뿐 아니라 연장·야간·휴일근로를 하면 통상임금의 50%를 더해 주는 가산수당이나 유급 휴가 등 노동시간에 관한 각종 제도가 아예 적용되지 않는 실정이다.
게다가 5인 이상 기업들은 근로감독 등을 통해 장시간 노동 실태를 관리할 수 있지만, 수가 많고 영세한 5인 미만 기업은 사실상 정부의 감시망에서 벗어나 있다시피 하다.
특히 다음 달 1일부터 주52시간제가 시행되는 5인 이상 50인 미만 중소기업의 경우 법망을 피하기 위해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을 만드는 편법을 동원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게다가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 역시 5인 미만 사업장은 예외로 두고 있기 때문에 사업주들이 관련 부담을 피하기 위해 '사업장 쪼개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노동시민단체 권유하다 정진우 위원장은 "5인 미만 사업장이 법의 규제 밖에 있다보니 대부분 사업주들은 아예 노동시간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없다"며 "이 때문에 사업주 마음대로 추가 연장 노동을 강요하고, 출퇴근 시간도 따로 확인하지 않는 '공짜노동'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에 대해 흔히 연장근로수당 미지급 측면에서 얘기하는데, 근본적으로 노동시간 규제를 포함한 근로기준법이 차별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문제"라며 "근로기준법을 모든 사업장에 적용할 수 있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