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은 2일 같은 당 송영길 대표가 이른바 '조국 사태'에 관한 당 차원의 공식 사과 입장을 밝히자 페이스북에 이렇게 반박했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지도부 판단에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별다른 이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조국 전 법무장관 관련 논쟁에 특히 예민했던 친문(친 문재인계) 진영도 유독 잠잠하다.
그러자 권리당원 게시판이나 유튜브·기사 댓글에 '송영길 사퇴'를 도배하던 강성 당원들은 다소 수그러드는 모습이다. 측근들에 따르면 송 대표에게 쏟아지는 '문자폭탄'도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한다.
왜 그럴까.
◇"이제는 민생과제 챙겨야"
조 전 장관을 둘러싼 논쟁이라면 여전히 할 말이 많지만 이 이슈가 거듭될수록 민심 이반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 공개적인 언급을 꺼리는 분위기다.
조국 사태가 정치권 이슈를 다시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경우 부동산, 백신, 재난지원금, 손실보상 등 원내 현안을 처리하는 데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 복심으로 알려진 윤건영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이제 반성과 성찰은 송 대표 기자회견을 계기로 일단락 짓고 이제 민생개혁 과제를 챙겨야 한다"고 토로했다.
◇애초 '바닥 민심' 점검하던 자리
송 대표가 사과 입장을 내놓은 건 '민심청취 프로젝트' 대국민 보고회에서였다. 지난 한 달간 각 지역구에서 청취한 '바닥 민심'을 점검하고 여기에 답변하는 형식이었다.
행사를 앞두고 조 전 장관 회고록 '조국의 시간'이 별안간 출간하면서 눈길이 쏠린 건 사실이지만 이 때문에 언급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려웠다고 한다.
실제로 지난달 25일 청년 간담회에서는 "최순실-정유라 사건엔 모두가 한목소리로 비판했지만 조국 사태 때는 비교 대상을 같이 놓지 말라며 내로남불 했다(대학생 윤지호씨)"는 등의 지적이 분출됐다.
때문에 지도부 논의 과정에서도 "신중하자"거나 "입장 표명을 당대표 모두발언이 아니라 기자 질의응답 과정에서 하자"는 등의 지적이 일부 나왔지만 언급 자체를 피하자는 주장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친문 핵심으로 꼽히는 한 재선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윤 전 총장 수사에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도 아주 좋은 멘트였다"며 "당대표로서 책임 있고 진정성 있게 하신 것 같다"고 평가했다.
◇불씨 완전히 꺼지진 않아
차기 대권 주자들도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대체로 지도부 입장에 힘을 실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당원으로서 현 지도부 입장을 존중한다. 깊이 관여하고 싶지 않다"라고, 이낙연 전 대표는 "송 대표 말씀에 깊이 공감한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의 경우 앞서 조 전 장관을 향한 안타까운 심정을 공개적으로 내비쳤으나 각 캠프에서는 민심 이반을 부추기진 않을까 우려해 왔다.
외려 차기 대선을 9개월 앞둔 상황에서 곤혹스러운 쟁점이 계속되지 않도록 지도부가 먼저 선을 그어준 데 대해 다행스럽다는 반응도 나온다.
다만 불씨가 완전히 꺼졌다고 보긴 어렵다.
이재명 지사 측 의원은 통화에서 "이 지사가 지금으로선 노코멘트를 이어갈 것"이라면서도 "출마선언이나 예비후보 등록 이후면 모를까…"라며 여지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