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 "공수처장 후보 거론돼 합의금 1천만 원 줬다"

李, 택시기사 폭행 사건 입장문 발표
"합의금, 영상 삭제 대가 전혀 아냐"
"경찰 사건 처리 과정에 개입 안해"
"심려 끼쳐 송구…택시기사에 사과"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윤창원 기자
택시기사 폭행 사건으로 검·경의 수사를 받고 있는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이 합의금으로 1천만 원을 건넨 이유가 "당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후보로 거론되던 시기였기 때문이었다"고 해명했다.

이 전 차관은 3일 낸 입장문에서 "사건 2일 뒤인 11월 8일 사과와 피해 회복을 위해 택시기사와 만났고, 그 자리에서 진심으로 사죄한 뒤 합의금으로 1천만 원을 송금했다"며 "통상의 합의금보다 많은 금액이라고 생각했지만, 당시 변호사였고 공수처장 후보로 거론되던 시기였기 때문에 위 금액을 드리게 됐다"고 밝혔다.

다만 "합의를 하면서 어떤 조건을 제시하거나 조건부로 합의 의사를 타진한 사실은 전혀 없었고, 이같은 사실은 택시기사도 잘 알고 있다"며 "일부 언론에서 마치 합의금이 영상 삭제의 대가인 것처럼 보도했으나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전 차관은 또 "합의가 이뤄진 이후 택시기사와 사이에 피해자 진술 내용과 관련해 이야기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며 "피해 회복을 받은 피해자와 책임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가해자 사이에 간혹 있는 일이지만, 변호사로서 그런 시도를 한 점은 도의적으로 비난받을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택시기사 폭행' 사건 이후 증거인멸 교사 혐의 등으로 소환 조사를 받은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이 지난달 31일 새벽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자신이 받고 있는 증거인멸교사와 택시기사에게 적용된 증거인멸 혐의는 부인했다. 현재 수사기관은 이 전 차관 폭행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삭제한 택시기사는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삭제를 부탁한 이 전 차관은 이같은 증거인멸을 교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 차관은 "먼저 증거인멸죄로 입건까지 이뤄진 것에 대해 택시기사에게 송구하다"며 "합의가 종료돼 헤어진 이후에 택시기사에게 전화해 '영상을 지우는 게 어떠냐'는 요청을 했고, 택시기사는 이를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영상을 지워달라고 한 이유는 영상이 제3자에게 전달되거나 유포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었을 뿐, 블랙박스 원본 영상을 지워달라는 뜻은 전혀 아니었다"며 "더구나 택시기사는 요청을 거절했고, 실제 블랙박스 영상 원본이나 촬영한 영상 원본을 삭제하지 않고 그대로 보관하고 있었던 걸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이 전 차관은 "서초경찰서의 사건 처리 과정에 어떠한 관여나 개입도 하지 않았다"며 수사 무마 외압 의혹에 재차 선을 그었다. 이어 "이 사건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러운 마음이고, 특히 억울하게 입건까지 되신 택시기사에게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 전 차관은 변호사 시절인 지난해 11월 6일 서울 서초구 아파트 자택 앞에서 택시기사가 술에 취한 자신을 깨우자 멱살을 잡아 폭행해 경찰에 신고됐다. 당초 경찰은 이 전 차관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 폭행으로 입건하지 않고, 형법상 단순 폭행 혐의를 적용한 뒤 '택시기사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건을 내사종결해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지난달 30일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을 조사 중인 마포구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의 모습. 연합뉴스
특히 서초경찰서장과 형사과장 등 간부들은 이 전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 직후 그가 초대 공수처장으로 거론되는 유력 인사임을 미리 인지했다는 사실이 최근 CBS 단독 보도로 드러났다. 서초경찰서 생활안전과 직원과 서울경찰청 생활안전계 직원이 사건 발생 당시 이 전 차관이 유력 인사라는 점을 공유했다는 사실도 뒤늦게 밝혀졌다.

경찰의 봐주기 수사 의혹을 자체적으로 조사중인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지난달 30일 이 전 차관을 사건 발생 6개월 만에 처음 소환해 조사했다. 지난달 22일 이 전 차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검찰은 조만간 이 전 차관을 비롯해 사건 처리에 개입한 경찰 관계자들의 기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 전 차관은 지난달 28일 사의를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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