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800명 조사하고 고위공직자·국회의원 구속은 0명…'꼬리자르기' 의혹 남을 듯
이날 특수본이 수사 중인 주요 공직자에는 △국회의원 13명 △지자체장 14명 △고위공직자 8명 △지방의회의원 55명 등이 포함됐다.
이러한 수사 결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수사의 양과 질을 확대한 데 대해 환영했지만, 충분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남겼다.
참여연대 김주호 사회경제1팀장은 "단시간 내에 상당히 다양한 유형의 문제를 밝혀냈고, 최종 수사 결과에서는 더 많은 것을 밝혀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처음 시민들의 공분을 일으켰던 LH 직원이나, 고위공직자 및 국회의원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문이 남는다"며 "수사대상이 주로 하위직 공무원 중심이다보니 '꼬리 자르기' 우려가 나올 수 있다"고 아쉬워했다.
실제로 이날 구속 대상 가운데 LH 관계자는 단 4명 뿐, 국회의원이나 3급 이상 고위공직자 중 구속된 사례는 아예 한 건도 없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김성달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1차 공개됐던 수사 결과보다 광범위하게 조사가 이뤄졌다"며 "차명거래 조사 여부가 중요했는데, 땅을 중심으로 조사하면서 차명 거래도 상당수 찾아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국민이 수사 결과를 받아들이려면 현 정부에서 진행했던 3기 신도시 등 대규모 개발 사업 예정지의 토지거래내역, 보상내역을 투명하게 들춰내야 한다"며 "전면적인 수사 결과의 투명한 공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땅 투기 뿐 아니라 공공주택이나 특공, 매입임대 주택에서도 부패 및 예산 낭비의 소지가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며 "정부 개발 사업의 불법, 편법 사례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LH 혁신안 결론 못내린 黨政…"LH 해체보다 투기 재발 방지·공공성 회복 집중해야"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국토교통부가 모여 당정 협의를 열고 LH 혁신안을 논의했지만, 처음 만났던 지난달 27일과 마찬가지로 별다른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국토부는 가칭 '주거복지공단'이라는 지주회사를 세워 LH 등 자회사를 관리하는 방식을 정부안으로 제시했지만, 여당 의원들이 모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세종대학교 임재만 부동산학과 교수는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를 합쳐 LH를 세울 때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며 "충분히 시간을 갖고 신중하게 고려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다만 지주회사 방식에 대해서는 "공공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공기업인 지주회사와 달리 자회사는 상법상 주식회사로 이윤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며 "자회사가 정말 공공성을 확보살 수 있느냐는 점에서 위험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어 "LH 조직이 방대하고 기능이 복합적이어서 서로 모순된 측면이 있으니 기능을 분리해야 한다"며 "지방분권시기에 맞게 지방자치단체 등에 권한을 나눌 필요도 있다"고 짚었다.
김주호 팀장도 "LH 개혁안의 핵심은 지주회사 논란이나 LH 해체 여부에 있지 않다"며 "공공의 자원과 정보를 공직자들이 사익 추구에 사용하지 않도록 상시적으로 감시하고 관리감독하는 방안, 투기 의혹을 제대로 처벌하고 환수하는 방안, 공공성을 갖고 개발하도록 하는 3가지 방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주회사 논란에 대해서도 "현재도 LH가 교차보조 방식이어서 공공택지를 개발해 일부를 민간에 매각하는 등의 방법으로 자원을 끌어와야만 공적 사업에 쓸 수 있는 구조"라며 "지주회사 방식으로 가면 수익 창출 부담이 커지면서 오히려 공공개발이 민간 투기로 흘러가고, 공공성이 더 약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성달 국장은 "결국 국민의 불만은 LH가 집값도 잡지 못하면서 무분별한 대규모 개발을 벌이고는 본인들 투기로만 활용했다는 것"이라며 "근본적으로 중앙정부 중심의 대규모 개발정책을 폐기하는 내용이 혁신안에 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LH에는 공공주택을 관리하고 서민 주거를 안정시키는 등 주거 복지의 기능만을 남겨야 한다"며 "주택 개발 업무는 중앙정부의 대규모 개발이 아닌 지방정부의 소규모 개발로 무게 중심을 옮겨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