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가족을 잃거나 갖은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는 피해자들은 정부의 진상조사에 강한 불신을 토로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다가오는 8월 말이면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발생한 지 꼭 10년째다.
정부가 집계한 충북지역의 피해 신고는 모두 191건으로, 이 가운데 실제 피해를 입었다고 판명된 구제 인정자는 54%인 104명에 그쳤다.
사망자도 피해 신고 48명 가운데 33명(68.5%)이 실제 피해를 본 것으로 인정됐다.
하지만 충북지역 환경단체와 피해자들은 이런 결과는 빙산의 일각이라며 정부에 대한 강한 불신을 제기하고 있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과 환경보건시민단체는 2일 청주시 가경동 롯데마트 청주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진상조사 결과를 규탄했다.
이어 "법원도 가해 기업에게 무죄를 선고했으며 국회는 지난해 말 특별조사위원회에서 진상규명, 피해대책과 재발방지 기능의 조사기능을 삭제했다"며 "정부는 진심으로 피해자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하였는지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충북지역 환경단체가 파악한 도내 가습기 살균제 피해 경험자는 무려 2만 9357명.
이 가운데 82.6%(2만 4254명)가 병원 치료까지 받았지만, 정작 자신이나 가족이 피해자인지도 모르고 지내는 사람들이 허다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때문에 정부의 집계는 그저 보여주기식에 그쳤고, 적절한 배상이나 보상 등 피해대책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피해자들 역시 정부가 대책마련은 뒷전이고 유야무야 시간만 끌고 있다며 울분을 토로하고 있다.
충북지역 피해자 김종제씨는 "지난 2009년 갑자기 숨도 못 쉴 정도로 건강에 이상이 생긴 뒤 벌써 12년째 온몸에 피멍이 들 정도의 고통을 겪고 있다"며 "형은 급성 폐결핵으로 투병하다 지난해 세상을 떠났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시간이 얼마 없다"며 "지금 10년이 지났고, 앞으로 10년이 더 흐르면 피해 받고 있는 분들은 아무 보상도 못 받고 죽는 것 밖에 없다"고 말했다.
벌써 10년이 흘렀지만, 가습기 살균제로 소중한 가족을 잃은 피해자들의 고통은 아직도 아물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