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참위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지연…환경부 청문회 개최"

5달 동안 피해판정 단 '1회'…"신청자는↑ 인정자는 제자리"
"사유 없이 불출석 시 무관용 원칙…2차 가해성 발언 삼가야"

2일 오전 서울 중구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서 황전원 사참위 지원소위원장이 가습기 살균제 참사 청문회 기본계획 및 피해구제 지연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책임 주무부처인 환경부에 대한 청문회를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간 사참위와 환경부는 특별법 개정으로 사참위 활동기한이 연장된 이후 자료 제출 및 시행령을 두고 신경전을 벌여왔다.

사참위는 2일 서울 중구 사참위 대회의실에서 언론브리핑을 열고 한정애 환경부 장관, 유제철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등을 '필수 증인'으로 출석시키는 환경부 대상 청문회를 조속한 시일 내 열겠다고 발표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 심사가 계속 밀리고 있는 원인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하겠다는 명목을 내세웠다.

사참위 피해지원국에 따르면, 환경부는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개정 이후인 지난해 10월 판정기관 10곳을 선정해 올해 말까지 매달 200명의 피해판정을 마치겠다는 계획을 보고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에는 내년 상반기까지로, 또 올 3월 말에는 내년 하반기까지 판정을 완료하겠다며 약 6개월씩 일정을 2차례에 걸쳐 연기했다.

사참위는 "환경부가 판정 일정을 수시로 변경해 정부 계획에 대한 피해자들의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며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제10조에 따르면 환경부 장관은 피해신청을 받은 날부터 60일 이내에 피해구제위원회 심의를 거쳐 구제급여 지급여부와 피해등급 등을 결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그 취지를 위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사참위는 지난 2019년 가습기살균제 진상규명 청문회 당시 폐질환 판정을 기준으로 볼 때 피해 조사에 적게는 273일부터 많게는 최대 526일까지 소요된 점을 들어 '판정기간이 너무 길다'고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실제로 환경부가 진행 중인 판정 일정은 매우 더딘 상황이다. 환경부는 지난달 26일 열린 제24차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위원회에서 개별심사 대상자 6037명 중 3명을 피해자로 인정하면서 남은 이들에 대해서도 신속하게 심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사참위는 "환경부의 지난 3월 최종발표에 의하면 올 상반기 중 약 8%(483명 추정)의 심사를 완료해야 하는데 이 계획에 비해 (피해판정이 이뤄진 3명은) 터무니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참위는 "환경부는 신속심사 이후 피해신청자가 증가하는 상황에서도 지난해 말부터 지난달 말까지 5개월 동안 피해판정을 단 1회 실시했다"고 짚었다. 당초 약속한 조사판정 전문기관 10곳 중 7개월이 지나도록 8곳(국립중앙의료원·강북삼성병원·서울아산병원·가천대 길병원·강원대 병원·충남대 병원·전북대 병원·순천향대 구미병원)만을 선정한 부분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했다.


지난해 말 기준 신속심사 대상자인 264명에 대한 판정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 지난해 12월 29일 이후 약 5개월 동안 피해자 인정 심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 등도 청문회 주요 질의사항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관련 환경부의 피해판정 상황.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공
사참위는 "지난달 중순 환경부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5개월 간 가습기살균제 피해신청 및 인정추이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일 기준 피해신청자는 7115명, 피해자는 4114명이고 약 5개월이 지난 지난달 14일 기준 피해신청자는 7447명으로 332명이 늘었다"며 "하지만 피해인정을 받은 피해자는 전과 같은 4114명으로 확인됐다. 피해신청이 꾸준히 접수되고 있지만, 피해인정은 전무(全無)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요양생활수당과 요양급여, 사망조위금, 장해급여 등 각종 구제급여 지급의 적정성 문제도 청문회에서 함께 다뤄질 예정이다.

사참위 황전원 지원소위원장은 "청문회는 사회적참사진상규명법에 보장돼 있으며 당사자들이 '받겠다', '안 받겠다' 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정당한 사유 없이 (환경부 관계자들이) 불출석할 경우 무관용 원칙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전히 고통 받고 있는 피해자들을 배려하지 못하는 환경부 측의 '2차 가해'성 발언도 지적했다.

한 장관은 지난달 4일 기자간담회에서 "가습기살균제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는 이미 끝났고 계속해서 '진상조사화'되는 데 대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참위의 활동근거인 특별법이 개정되는 과정에서 가습기살균제 관련 조사기능이 빠졌다는 점을 들면서 "다만, 기존에 진행 중이던 조사는 완결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같은 날 국무회의에서 "법률상 청문회는 강제적 자료요구 등이 가능해 남용될 경우 사실상 조사 형식으로 운영될 수 있는 염려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며 "실제 청문회 운영방안은 사참위의 시행규칙 정비과정에서 제대로 정비되어야 법에서 정한 진상규명 조사가 종료된 방식으로 운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공
사참위는 "현 상황에서 진상조사가 끝났다는 발언은 피해자에 대한 사실상 2차 가해"라며 "피해자들의 울분 지수가 높은 상황을 감안할 때 가장 신중해야 할 피해구제 기관이 이같이 발언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사참위가 지난 2018년 실시한 가습기살균제 피해가정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의 66.6%는 '만성적 울분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듬해 이뤄진 전수조사에서는 성인 피해자의 78.9%가 만성적 울분을 안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일반인 비율(43.5%)보다 현저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참위는 "청문회 관련 국무회의 석상 발언은 사참위의 독립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발언으로 부적절하다"며 "청문회 운영 규칙은 사참위의 소관이다. 신중한 발언을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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