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시 상남동의 한 노래주점 앞에서 멈춰선 밴 차량에서 짧은 치마를 입은 아가씨 서너명이 내린다. 아가씨들은 곧바로 주점 안으로 들어간다. 근처의 다른 주점 앞에는 또하나의 차량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두 명의 아가씨가 주점에서 나오자 이들을 태우고 어디론가 바쁘게 출발한다. 모텔에서 내려온 한 여성도 자신을 기다리던 승용차에 탄 뒤, 담배를 피워 물기 시작했다.
유흥업소에 도우미 여성을 공급하는 속칭 ''보도방'' 차량들이 밤거리를 누비고 있다. 실제로 상남동에는 여성 여러 명을 태우고 가거나 술집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고급 승용차나 밴 차량들이 쉽게 볼 수 있는 광경이 됐다.
보도방은 여성들을 모집한 뒤, 차량으로 유흥업소까지 태워주고 데리고 오는 등 아가씨들을 관리하고 알선해 주는 일을 하고 있다. 이 곳 상남동 일대의 보도방은 80여곳에 이르고, 도우미 여성도 1천여명이 훨씬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하더라도 더많은 여성들이 보도방에서 일했지만, 경기침체 등으로 손님이 줄면서 여성들의 숫자도 줄었다.
상남동 일대의 유흥주점들은 술을 마시는 곳인지 성매매를 하러가는 곳인지 모를 정도로 술을 마시고 나면 2차(성매매)를 가는 것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곳도 많을 정도로 ''2차 문화''가 발달해 있다. 상남동에서 하루저녁에 이뤄지는 성매매가 무려 1만 건에 달한다는 여성단체의 조사결과가 발표됐을 정도다.
한 상가 건물 안에 음식점과 술집, 노래방, 모텔 등 온갖 형태의 유흥업소들이 들어서 있어 한 건물 안에서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는 이른바 ''원스톱 상가''들이 상남동에 많은 것도 이유가 된다. 룸살롱의 술시중부터 접대 여성과의 성매매까지 모든 것을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상남동의 유흥업소들의 변태영업도 심심찮게 이뤄진다. 옷을 벗기거나 유사성행위를 하는 것은 물론, 심지어 업소 안에서 집단 성행위도 벌어지고 있다.
한 유흥업소 관계자는 "요즘에는 돈을 많이 쓰는 손님이 없어 돈 좀 쓰는 손님이 나타났다 하면 2차 나가는 것을 먼저 요구하는 여성들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접대부들은 대개 돈만 주면 뭐든지 다 한다. 특히, 아가씨들보다는 미시 여성들이 변태 영업에 적극적이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업소들끼리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퇴폐적인 여성접대로 유명한 서울 북창동 식으로 서비스를 해준다거나, 1대2나 1대3의 성관계까지 가능하다는 자극적인 내용의 전단지를 돌린 업소도 있다. 또, 러시아 등 외국인 여성들이 직접 업소 홍보 전단지를 나눠주며 업소 홍보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술을 마시기보다 곧바로 성매매를 선호하는 남성들이 늘어나면서 안마시술소나 출장마사지 등이 더 인기있다는 말도 나온다. 속칭 ''대딸방''이나 ''키스방'' 등 유사성매매 업소나 신종 변태업소도 여기저기서 영업을 하고 있다.
경찰 집계로는 상남동에는 20곳의 안마시술소와 11곳의 마사지 업소가 있지만, 신고가 안된 불법 출장마사지 업소 등까지 합치면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경남여성회 부설 창원여성인권상담소 최갑순 소장은 "창원은 도시의 규모나 인구에 비해 성매매 중심지역이 크게 형성돼 있고, 특히 상남상업지구는 전국에서도 유명할 정도로 ''대규모 산업형 성매매 단지''가 조성돼 있어 보다 강력한 성매매 근절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창원시는 단속을 외면하고 있다.
창원시는 지난 한해 동안 상남동 일대 유흥업소에 대한 단속을 통해 23건을 적발하는 데 그쳤다. 상남동의 유흥업소 수는 창원시 전체에 사실상 절반에 가깝지만, 전체 적발건수 310건에 비해서 10%도 안 되는 23건에 불과한 것이다.
이에 대해 창원시가 사실상 단속을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유흥음식업중앙회 창원시지부는 "창원시나 경찰서는 단속을 하지 않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계속적으로 단속을 요청하고 해도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자율정화위원회를 만들어 자체적으로 단속을 하고 있지만, 단속권한이 없어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여성인권상담소 최갑순 소장은 "창원시와 경찰이 단속에 대한 의지가 없다. 형식적인 단속으로는 절대 성매매 행위가 근절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창원시 위생과 관계자는 "집중단속 기간은 물론, 불시에 단속을 벌이는 등 지속적인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창원시의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보니, 성매매나 변태업소들의 영업은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