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 재난지원금 논의 본격화…여름 휴가비 받나?

국민 위로·내수 진작…늦어도 추석전 지급 추진 전망

연합뉴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논의가 급류를 탈 전망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물론 대권 후보들을 중심으로 당내에서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어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을 위한 당정 협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대선용 퍼주기 논란과 함께 악화하는 재정건전성 등을 들어 취약계층을 선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찮아 지급 방식이나 규모를 놓고 진통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으쌰으쌰' 전국민 재난지원금 논의 본격화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1일 원내 대책 회의에서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포함하는 추경안의 편성과 처리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윤 대표는 2차 추경과 관련 지난달 31일 "저희 당은 이번 여름 움츠러든 실물 경기에 온기를 불어넣기 위한 추경 등 재정 대책을 강구할 예정"이라고 추경을 기정사실화한 데 이어 이날은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언급했다.

전국민 재난지원금은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월 19일 여당 지도부와의 오찬 간담회에서 당시 이낙연 민주당 대표의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제안에 대해 "코로나에서 벗어날 상황이 되면 국민 위로, 국민 사기 진작용 지원금 지급을 검토할 수 있다"고 했었다.

당시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온 국민이 '으쌰으쌰' 힘을 내자는 차원에서 국민을 위로하고 동시에 소비를 진작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는 "방역 상황과 경제 여건 변화에 곧바로 대처할 수 있도록 큰 폭으로 증가한 추가 세수를 활용한 추가적인 재정 투입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했다.


지지부진한 소비 회복, 일자리 양극화, 자영업자의 경영난 등을 감안해 올해 2차 추경 편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됐다.

대권 주자들은 전국민 재난지원금에 적극적이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31일 페이스북에 "당정청에 지역화폐형 제2차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요청드린다"고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이렇게 경제가 안 좋을 땐 소비가 미덕으로, 소비해야 생산으로 연결돼 선순환된다"며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촉구했다.

민주당이 전국민 재난지원금 카드를 꺼내 든 것은 문 대통령의 언급처럼 올해 세금이 잘 걷히고 있기 때문이다.

재정 당국에 따르면 수출 호조와 부동산 시장 활황으로 법인세와 부동산 관련 세금이 크게 늘면서 1분기에만 국세 수입이 1년 전보다 19조원이나 늘었다.

하반기에 세수가 다소 감소한다는 점을 감안해도 연간 기준으로 17조원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정치권에서 전국민 재난지원금이 거론될 때마다 재정 문제를 들어 민감한 반응을 보였던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아직 별다른 반응이 없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세수 증가로 재정 운용에 숨통이 트였기 때문일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여당이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주도할 경우 반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 이르면 여름 휴가철 지급…1인당 30만원?

여름 추경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언제 어느 정도 규모로 편성할 것이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경우 슈퍼 추경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국회에서 논의하고 있는 영업 손실보상금의 소급분까지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재난지원금이 전국민 지급으로 가닥이 잡힐 경우 최소 14조원은 넘을 것으로 보인다. 작년 봄 지급했던 1차 전국민 재난지원금은 4인 가족 기준 100만원씩 모두 14조3천억원이 투입됐다. 국민 1인당 25만원씩 지급하면 12조7천억원, 30만원씩 지급하면 15조3천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여기에 손실보상금 소급분과 올해 1차 손실보상금 지급 이후 발생한 추가 피해에 대한 보전금까지 합하면 전체 추경 규모는 30조원을 훌쩍 넘을 수도 있다. 이렇게 된다면 추경 규모는 사상 최대였던 작년 3차 추경(35조1천억원)에 근접한다.

재난지원금 지급 시기로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르면 여름 휴가철, 늦어도 추석(9월 21일) 이전이 거론되고 있다. 또 종전의 가족 기준이 아닌 개인별로 지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재원이다. 올해 세수가 17조원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이미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1차 추경(14조9천억원)을 편성하면서 9조9천억원어치의 국채를 찍었다.

30조원이 넘는 슈퍼 추경이 현실화할 경우 모자라는 예산은 나랏빚으로 조달해야 한다.

올해 1차 추경 이후 국가채무는 965조9천억원,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8.2%까지 높아졌다. 현재 논의 중인 여름 추경을 포함해 연내 2차례 더 추경을 편성하면 국가채무비율은 50%를 넘길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7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국가채무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지만 다른 나라들에 비해 증가 폭이 작고 재정건전성이 양호한 편"이라고 했지만 급격한 부채 증가에 따른 재정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커질 수밖에 없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을 예고한 상황에서 재정을 풀어 전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은 방역이나 경기부양 효과 측면에서도 적절하지 않다"면서 "굳이 추경을 편성한다면 취약계층에 선별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정세윤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을 풀어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피해자를 지원하고 전국민에게도 재난지원금을 지급해 경기를 진작하자는 대의에는 찬성한다"면서도 "전국민 재난지원금의 경우 소비 진작을 위한 것이라면 코로나가 통제될 연말이 타이밍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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