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부사관 성추행·사망사건' 처음부터 다시 수사한다

서욱 국방부장관, 1일 오후 7시 국방부 검찰단 직접 수사 지시
피해 신고 이후 조직적 회유·은폐 등 2차 가해 형사 처벌과 문책 불가피할 듯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공군 여성 부사관이 성추행 피해 신고 후 조직적 회유에 시달리다 끝내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군인권센터 관계자들이 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를 방문, 가해자 구속 수사·관련자 엄중 문책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하고 있다. 2021.6.1 shine@yna.co.kr 연합뉴스
공군 여성 부사관이 성추행 피해 신고 후 조직적 회유에 시달리다 끝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국방부 검찰단이 직접 수사에 착수했다. 사실상 재수사 수준으로 수사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1일 오후 7시부로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군사법원법 제38조(국방부장관의 군검찰사무 지휘/감독)에 따라 이번 사건을 공군에서 국방부 검찰단으로 이관하여 수사할 것을 지시했다고 국방부가 밝혔다.

국방부는 "초동수사과정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었는지, 2차 가해가 있었는지 등을 포함해 사건의 전 과정에서 지휘관리 감독 및 지휘조치상에 문제점이 없었는지 면밀히 살피면서 수사 전반에 대한 투명성과 공정성을 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공군 검찰과 경찰에서 각각 강제추행 신고 건과 사망사건·2차 가해 여부 등을 별개로 수사했지만, 국방부 검찰단이 피해 발생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 사건 전반을 전체적으로 다시 들여다보게 될 전망이다.

특히 피해 신고 이후 조직적 회유·은폐 시도 등 2차 가해가 확인될 경우 형사처벌과 별개로 관련자는 물론 지휘관 등에 대한 엄중 문책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충남 서산에 있는 공군 모 부대에서는 지난 3월 초 여군 A중사가 선임인 B중사로부터 억지로 저녁 자리에 불려 나간 뒤 귀가하는 차량 뒷자리에서 강제추행을 당했다.

A중사는 이튿날 유선으로 피해 사실을 정식으로 신고했고, 이틀 뒤 두 달여 간 청원 휴가를 간 것으로 알려졌다. A중사는 자발적으로 부대 전속 요청도 했다.

그러나 유족 측은 사건 발생 당일부터 상관에게 알렸지만, 즉각적인 가해·피해자 분리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해 신고 이후 국선변호인을 선임받았지만, 적극적인 피해자 변호 및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즉각적인 피해자 보호 매뉴얼 가동 대신 부대 상관들의 조직적 회유가 이뤄졌으며, 같은 군인이던 A중사의 남자친구에게까지 연락해 설득해달라고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A중사가 두 달여 간의 청원휴가 기간 부대 성고충 상담관 및 지역의 민간 상담소를 통해 심리상담 등을 받았으며, 상담 과정에서 이메일과 문자 등으로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심경을 드러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담 내용은 대부분 공군본부에도 보고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A중사는 지난 18일 청원휴가를 마친 뒤 전속한 15특수임무행단으로 출근했지만, 나흘 만인 22일 오전 부대 관사에서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청와대 청원 캡처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국방부는 우리 군이 성폭력 사건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 막중한 책임감을 통감한다"며 "그리고 유족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공군도 이성용 참모총장 명의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 진심 어린 위로의 마음을 다시 한번 전해드린다"고 밝혔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