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이날 4대 그룹 총수를 청와대로 불러 한미정상회담의 성공적 진행을 도운 것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할 예정이다.
이날 오찬에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포함됐다. 삼성은 수감중인 이재용 부회장을 대신해 이번 미국 순방에도 동행했던 김기남 부회장이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 그룹은 첫 한미 정상회담에 맞춰 약 44조 원 규모의 미국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이번에 170억 달러(약 20조 원)의 대미 투자를 결정했다.
문 대통령이 4대 그룹 총수들과 별도의 오찬을 갖는 건 이번이 처음으로 이날 오찬에서는 반도체, 배터리 등 주요 사업의 규제 완화에 관한 내용이 오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정부 주도로 반도체, 배터리 등 미래 핵심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쏟아 내는 가운데, 대통령이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직접 듣는 자리가 되는 셈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면 얘기가 나올지도 관심이다.
이들은 사면의 필요성에 대해 총수의 부재로 책임있는 판단과 결정이 지체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스템 반도체 같은 첨단산업 분야에서 기술 경쟁은 불가피하고 선도적 지위 확보를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가 선결조건이기 때문이다.
또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을 넘어 원료의약품까지 생산하겠다고 밝히는 등 '삼성 역할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자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라는 점에서 재계 인사들이 모인 이번 회동 의제에 부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성공적인 한미정상회담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사면 얘기가 불쑥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미 경제 5단체가 공동으로 사면 건의를 했기 때문에 중복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올해 초 신년 기자회견 당시 사면과 관련해 "말할 때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것과 비교하면 온도차가 있는 것이다.
여기다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도 지난달 2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사면과 관련해) 별도 고려가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키웠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에 이어 정부 관계자도 (사면) 관련 얘기를 하고 있어 분명히 기류가 바뀐 것 같은 변화는 느끼지만 결국 결정은 청와대의 몫이니 현재로선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