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군 부사관 성추행 피해 뒤 극단적 선택…회유·은폐 수사

3월 초 강제추행 피해…유족들 "부대 상관들 조직적 회유"
국방부 "성폭력 피해자 보호 못한 것에 대해 막중한 책임감"
서욱 "2차 피해에 대해 군·검·경 합동 수사 TF를 구성해 수사"
공군 "사안의 엄중함 깊이 인식…명명백백히 진실 규명"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지난달 21일 공군에서 근무하던 여성 부사관이 성추행 피해를 신고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해 군 당국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다.

1일 공군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초 충남 서산의 공군 20전투비행단에서 여군 A중사가 선임 장모 중사로부터 억지로 저녁자리에 불려나간 뒤 귀가하는 차량 뒷자리에서 강제로 추행을 당했다.

A중사는 이튿날 피해 사실을 정식으로 신고하고 전출시켜 달라는 요청을 했다. 그는 경기도 성남의 15특수임무비행단에서 근무하던 중 지난달 22일 부대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 측은 사건 발생 당일부터 상관에게 알렸지만, 즉각적인 가해·피해자 분리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히려 즉각적인 피해자 보호 매뉴얼 가동 대신 부대 상관들의 조직적 회유가 이뤄졌으며, 같은 군인이던 A중사의 남자친구에게까지 연락해 설득해달라고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발견 하루 전 남자친구와 혼인신고를 마쳤지만 당일 저녁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며, 자신의 '마지막' 모습도 휴대전화로 남겼다고 유족들은 전했다. 추행 사건에 대해서는 군 검찰이, 사망 사건과 2차 가해 의혹에 대해서는 군사경찰이 수사 중이다.

국방부 부승찬 대변인은 1일 정례브리핑에서 "국방부는 우리 군이 성폭력 사건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 막중한 책임감을 통감한다"며 "유족 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서욱 국방부장관. 윤창원 기자
서욱 장관은 사안의 엄중함을 고려해 성폭력 사건뿐만 아니라 그와 관련된 상관의 합의 종용이나 회유, 사건 은폐 등 추가적인 2차 피해에 대해서도 군 검·경 합동 수사 TF를 구성해 신속하고 철저히 조사하도록 지시했다고 부 대변인은 전했다.

공군 최윤석 공보팀장(중령)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분들께 진심어린 위로의 마음을 다시 한번 전해드린다"며 "이성용 공군참모총장은 이번 사안의 엄중함을 매우 깊이 인식하고 있으며, 엄정하고 강력한 진실 규명에 최선을 다해 명명백백히 진실을 규명할 것을 강력히 지시했다"고 밝혔다.

공군은 전익수 법무실장(준장)을 장으로 하는 군 검찰과 군사경찰 합동전담팀을 구성하고, 아울러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지원을 받기로 했다. 관련 조치는 정상화 공군참모차장이 총괄한다.

최 팀장은 "공군 인사참모부 주관으로 유가족 분들에 대한 지원에도 모든 정성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 다만 수사 상황 등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는 부 대변인과 최 팀장 모두 "합동조사팀에서 수사 결과를 통해서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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