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TV토론서 '대선 스케줄' 두고 이준석 vs 나경원‧주호영 난타전
당권 후보들은 지난달 31일 저녁부터 1일 새벽까지 진행된 첫 TV토론에서 대선 스케줄과 할당제, 영남당 논란 등을 두고 난타전을 벌였다. 예비경선에서 이 전 최고위원에 이어 2‧3위를 차지한 나 전 의원과 주 의원은 선두 주자인 이 전 최고위원을 집중 공격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우리당이 결국 정시에 버스를 출발시켜서 이긴 것"이라고 '자강론'에 기반한 당내 경선 진행에 무게를 실었다. 이에 나 전 의원은 "그렇다면 윤 전 총장은 후보가 우리 당에 들어오지 않아도 버스는 그냥 출발하겠다는 이야기로 이해해도 되겠냐"고 했고, 주 의원도 "자칫 잘못하면 야권이 분열된 상태로 대선을 치를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공격에 가세했다.
경선 스케줄을 두고 몇 차례 공방이 오간 후 나 의원은 "이 전 최고위원이 유승민 후보한테 유리하게 하려는 것 아닌가"라며 "(이 전 최고위원이) 그동안 '유승민계'로 분류됐는데 그런 부분을 지적한 것"이라고 계파 논쟁을 꺼내들기도 했다.
이에 이 전 최고위원은 "우리당을 (후보들) 개인 사정에 맞추면 그게 어떻게 공당이냐"며 "벌써 사람 이름이 몇 번 나왔냐. 룰은 엄격해야 하고 사람을 바라보면 안 된다"고 받아쳤다.
이 전 최고위원은 나 전 의원의 '성공한 공천엔 이익, 실패한 공천엔 불이익' 공약을 언급하며 "2020년 총선의 동작을 공천은 성공인가 아니면 실패인가"라고 압박성 질문을 하기도 했다. 지난해 총선 당시 서울동작을에 출마해 낙선한 나 전 의원을 저격한 것이다.
이밖에 청년할당제 등 폐지를 주장한 이 전 최고위원을 향해 '분열의 리더십'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나 전 의원은 '영남당 논란'을 꺼내들어 주 의원을 공격했고, 주 의원은 2019년 조국 사태 당시 강경투쟁 사례를 언급하며 당시 원내대표였던 나 전 의원을 압박했다.
본경선 룰이 '당원 70%‧일반여론 30%'로 적용되면서 각 후보들은 연일 영남권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책임당원의 절반 이상이 TK 및 PK 등 영남권에 모여 있는 점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50~60대 영남권 당원 표심에 따라 당락이 결정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예비경선에서 50% 반영된 당원 표는 여론조사 방식을 택하면서 표본을 추출했지만, 본경선에선 약 30만명에 달하는 전체 당원들이 투표권을 갖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활용되는 지역‧세대 등 보정 작업이 없기 때문에 본경선 전략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예비경선에서 1위를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킨 이 전 최고위원의 최대 약점은 계파 논란이라 게 중론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를 기점으로 유승민 전 의원이 TK 지역에서 '배신자'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유 전 의원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이 전 최고위원을 향한 경쟁자들의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자신을 둘러싼 계파 논란이 거세지자, 유 전 의원도 반격에 나섰다. 유 전 의원은 지난달 31일 영남대 강연 후 "계파 공격은 저에 대한 모욕이고 젊은 정치인들에 대한 모욕"이라며 "낡은 계파라고 공격하는 중진 후보들은 당장 그런 공격을 멈춰 주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예비경선에 비해 영남권에서 이 전 최고위원의 지지세도 서서히 상승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4‧7 재보선 승리에 이어 내년 대선 정권 탈환을 위해선 여론의 지지도가 높은 당 대표를 선출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TK 지역 한 초선의원은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이 전 최고위원이 지금 이른바 '바람'을 탄 상황"이라며 "TK 지역 당원들 사이에서도 지지와 반대 의견이 절반씩 갈라질 정도로 많이 따라잡은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내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보수층 유권자들도 결국 내년 대선에서 정권교체에 가장 도움이 되는 인물이 누구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이 전 최고위원이 가장 좋은 카드라는 생각이 들면, 이 전 최고위원을 선택할 수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