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또 '조국 늪'에 빠지나…잠룡들 옹호 속 '조국 논쟁' 재연

조국 회고록 출간 계기로 다시 불붙은 민주당 내 '조국 논쟁'
조응천 "대권주자들, 강성당원 의식해 옹호 발언…난처"
박찬대 "조국의 시간이 새로운 신호탄"
與 대권주자들, 친문 표심 의식한 듯 '조국 옹호'
민주당 지도부, 회고록 언급 자제 속 난감한 분위기
野 "부끄럽고 한탄스러운 수준"

지난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회고록 '조국의 시간: 아픔과 진실 말하지 못한 생각'이 진열돼있다.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회고록 '조국의 시간'이 출간되면서 한동안 소강상태에 있던 '조국 논쟁'이 더불어민주당에서 다시 불거지고 있다.

여권 대권주자들의 '조국 예찬'에 이어 소속 의원들이 반(反) 조국과 친(親) 조국으로 나뉘는 모양새에 4·7 재보궐 선거 이후 검찰개혁과 조국 프레임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당 지도부도 고심에 빠졌다.

◇조응천 "저서 발간 당혹" 박찬대 "새로운 신호탄"…또 조국 논쟁에 지도부는 골머리


'조국 논쟁'의 포문은 비주류 쇄신파 조응천 의원이 열었다.

조 의원은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4·7 재보궐선거 패배의 원인을 돌아보며 민심을 경청하는 프로젝트를 한창 진행하는 중에 하필 선거 패배의 주요한 원인 제공자로 지목되는 분이 저서를 발간하는 것은 우리 당으로서는 참 당혹스러운 일"이라고 적었다.

이어 "우리 당의 주요한 대권 주자들이 강성 당원들을 의식하여 조 전 장관에 대해 경쟁적으로 옹호하는 발언을 쏟아내는 모습이 이런 당혹감을 넘어 더욱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며 "송영길 대표를 중심으로 '조국의 시간'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입장을 정리하여 일관되게 민생에 전념하는 집권여당의 듬직한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이한형 기자
박용진 의원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민주당이 조국 사태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고 보느냐'라고 물은 질문에 "그렇다. 돌아봐야 할 일이 많다"고 답했다.

쇄신파의 비판에 같은당 박찬대 의원은 "조국 가족이 짊어진 미안함의 무게를 우리는 미안해했다"고 반격에 나섰다.

또 '조국의 시련은 개인사가 아닌 촛불시민운동의 개혁사'라는 추미애 전 장관 발언을 인용하고서 "촛불시민혁명의 새로운 이정표가 돼야 한다. 조국의 시간이 새로운 신호탄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4·7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민주당 초선의원들이 이른바 '조국 반성문'을 썼다가 강성당원들의 반발로 한 발 물러선 뒤 당내 조 전 장관에 대한 공개 비판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었는데, 다시 논쟁에 불이 붙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 윤창원 기자
이에 당 지도부 내에선 언짢아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민주당 지도부는 선거 직전까지 한창 추진하던 검찰개혁도 사실상 후순위로 제쳐두고 민생 우선 기치를 내걸은 상황이다. 검찰개혁을 부르짖는 개혁파 의원과 따로 시간을 갖고 톤다운을 주문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지도부는 조 전 장관의 회고록에 대한 공식 언급은 자제하면서도 검찰개혁의 대명사인 조 전 장관의 회고록 출간으로 대선 경선 직전에 다시 국론 분열과 정치적 다툼이 야기된 데 대해 "정무적 판단은 했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한 민주당 의원은 "억울한 건 밝혀져야 하지만 조 전 장관을 응원하는 의원은 보지 못 했다"고 했고, 또다른 의원은 "대선 직전에 출간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조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與 대권주자들도 '조국 예찬'…野는 "부끄럽고 한탄스러운 수준"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 윤창원 기자
반면 민주당 대권주자들은 일찌감치 조 전 장관에 힘을 실어줬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참으로 가슴 아프고 미안하다"며 "조 전 장관이 고난 속 기반을 놓은 정부의 개혁 과제들, 특히 검찰개혁의 완성에 저도 힘을 바치겠다"고 적었다.

정세균 전 총리도 "부디 '조국의 시간'이 법의 이름으로 당당하게 그 진실이 밝혀지길 기원한다"고 했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조국의 시련은 촛불로 세운 나라의 촛불개혁의 시작인 검찰개혁이 결코 중단되어서는 안됨을 일깨우는 촛불시민 개혁사"라고 옹호했다.

당내에선 이같은 대권주자들의 움직임에 대해 '대선 본선이 아닌 친문을 겨냥한 경선용 발언'이라며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한 민주당 중진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조 전 장관을 다시 끌어들여서 친문 표를 얻겠다는 건 잘못된 계산"이라며 "당에 무슨 도움이 되냐"고 비판했다.

민주당 대선후보의 본선 경쟁력을 감안했을 때 조 전 장관을 옹호하는 것은 제발목 잡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4·7 재보궐 참패 요인으로 내로남불로 상징되는 조 전 장관을 꼽는 보고서가 심심찮게 공유되는 상황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과 같은 당 성일종 의원. 윤창원 기자
야당인 국민의힘도 조 전 장관을 매개로 민주당을 향한 공격 수위를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31일 비상대책회의에서 "여당 대권 주자들의 수준이 참 부끄럽고 한탄스럽다"며 "깨어있는 국민의 옳은 소리가 희망이 된다. 이 정권의 치부를 덮기 위한 위선과 거짓의 정치를 국민 여러분께서 막아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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