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후 원금 회수"…서민들 '가상화폐' 15억 날렸다

경남 경찰, 투자 사기 일당 4명 중 2명 구속
대부분 영세 서민 피해자만 63명 15억 6700만 원 날려

투자설명서 일부 내용. 경남경찰청 제공
"OOO 코인은 미국 △△△ 기업과 중국 □□□□가 공동 투자해 발행하고 채굴하는 가상 화폐입니다."

고수익을 노리고 투자한 60여 명이 넘는 서민들을 울린 투자사기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피해 금액만 15억 원에 이른다.

경남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글로벌 기업에서 개발한 가상화폐가 존재한 것처럼 속여 피해자 63명으로부터 투자금 명목으로 15억 6700만 원을 가로챈 혐의로 4명을 붙잡아 A(50대)씨 등 2명을 구속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들 일당은 총책임자, 한국지사장, 창원그룹장, 센터장 등의 역할을 맡아 2017년 1월부터 5월 말까지 창원 등지에서 투자 설명회를 투자자를 모집했다.

이들은 OOO 코인이 미국과 중국 등의 기업이 공동 투자해 채굴하는 가상화폐로, 1계좌당 1080만 원(3만 코인)을 투자하면 매일 240코인, 8만 7600원의 수익이 발생해 5개월이 넘으면 원금을 회수하고 수익이 발생한다고 꼬셨다.

또, 다른 투자자를 모집해 오면 이 투자자가 투자한 금액의 10%를 추천 수당 등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A 코인이 상장하면 5배 이상 폭등할 것이라고 말해 투자자들의 귀를 솔깃하게 만들었다.

투자설명서 일부 내용. 경남경찰청 제공
그러나 경찰 수사 결과 이들의 투자 설명은 사실과 달랐다.

미국 △△△ 기업은 가상 화폐인 OOO 코인을 개발한 사실이 없었다. OOO 코인은 자체적인 블록 기술이 없었고, 가상화폐 거래소에 상장이 예정돼 있지도 않았다. 즉, OOO 코인이 실물 화폐로 환전하는 거래시스템이 존재하지 않았다.

거짓 투자를 들키지 않기 위해 기존 투자금을 돌려막기식으로 실물 화폐로 환전 행위가 이뤄진 것으로 속였다.

경찰은 "OOO 코인만으로는 수익금을 발생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어서 약속한 원금과 수익금을 보장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 20명으로부터 진정을 접수한 경찰은 추가 피해 사실을 확인했고, 피해자만 63명에 이른 것으로 파악했다. 주변 지인들의 소개로 최근 붐이 일고 있는 가상 화폐 투자에 참여했고, 피해 금액은 15억 6700만 원에 이른다. 피해자 한 명은 1억 원이 넘는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일당은 받은 돈으로 생활비로 쓰거나 다른 가상화폐에 투자하기도 했다.

대부분 영세 서민들인 피해자들은 일상생활조차 하기 힘든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아들 전세보증금, 딸의 결혼 자금, 대출 등으로 모은 돈을 원금조차 회수 못 하자 사채를 갚으려고 청소, 식당 일에 전전긍긍하거나 가정 파탄에 이른 피해자도 있었다.

한 피해자는 "천추의 한이 되는 빚쟁이로 전락하고 말았다"며 "차마 죽지 못해 고통의 하루, 하루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들의 피해 회복을 위해 범죄 수익으로 얻은 13억 원 상당의 부동산에 대해 기소 전 추징 보전 조치를 했다. 범죄 수익은 향후 판결이 확정되면 검찰에서 환수해 보관한 뒤 절차에 따라 피해자들에게 돌려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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