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평은 한미정상회담 종료 9일 만에 나온 북한의 첫 반응으로, 미국과 남측을 비난하면서도 평론가 개인의 논평 형식을 통해 수위 조절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무엇을 노린 '미사일지침'종료인가'라는 제목의 '국제문제평론가 김명철'의 글을 통해 "얼마 전 미국을 행각한 남조선당국자가 현지에서 진행된 공동 기자회견이라는 데서 미국 남조선 '미사일지침'이 종료된 사실을 공표했다"며, "이미 수차에 걸쳐 '미사일지 침'의 개정을 승인해 탄두중량제한을 해제한 것도 모자라 사거리제한 문턱까지 없애도록 한 미국의 처사는 고의적인 적대행위라고밖에 달리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이어 "우리의 자위적조치들을 한사코 유엔 결의 위반으로 몰아붙이면서도 추종자들에게는 무제한한 미사일개발권리를 허용하고 입으로는 대화를 운운하면서도 행동은 대결로 이어가는 것이 바로 미국"이라면서, "이것은 미국이 매달리고 있는 대조선적대시정책의 집중적인 표현인 동시에 파렴치한 이중적인 행태를 스스로 드러내는 산 증거로 된다"고 비난했다.
통신은 그러면서 "지금 많은 나라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고안해낸 '실용적 접근법'이니, 최대유연성'이니 하는 대조선 정책 기조들이 한갖 권모술수에 불과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며, "미국이 남조선의 미사일 족쇄를 풀어준 목적은 조선반도와 주변지역에서 군비경쟁을 더욱 조장하여 우리의 발전을 저해하려는데 있다"고 주장했다.
통신은 특히 "미국은 오산하고 있다"며, "우리의 과녁은 남조선군이 아니라 대양너머에 있는 미국이다. 남조선을 내세워 패권주의적 목적을 실현해보려는 미국의 타산은 제 손으로 제 눈을 찌르는 어리석은 행위로 될 뿐"이라고 강조했다.
통신은 "속담에 가는 방망이 오는 홍두깨란 말이 있다"며, "우리는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며 조선반도의 정세격화는 우리를 위협하는 세력들의 안보불안정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압박했다.
통신은 아울러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겨냥해서도 "이 기회에 '기쁜 마음으로 미사일지침종료사실을 전한다'고 설레발을 치면서 지역 나라들의 조준경안에 스스로 머리를 들이민 남조선 당국자의 행동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일을 저질러놓고는 죄의식에 싸여 이쪽저쪽의 반응이 어떠한지 촉각을 세우고 엿보고 있는 그 비루한 꼴이 실로 역겹다"고 조롱했다.
김여정이나 최선희 등 북한 고위층의 담화가 아니라 평론가 개인논평 형식을 취했고, 한미정상회담 합의 중에서도 미사일지침에 국한하는 등 우회적인 비판을 했다. 김명철은 북한의 외곽기관인 조미평화센터 소장으로 알려졌다.
양무진 북한 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형식 면에서 대외통신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서 그것도 김명철이라는 개인필명을 통해 내보낸 점은 내용상 한미정상회담을 비판한 것처럼 보이나 당국 명의가 아니라는 점을 의도하고 있는 것"이라며, "북한이 한미정상회담 전체를 비판하고 대화를 포기했다면 이런 식의 개인논평은 아예 내보내지 않았을 것인 만큼 향후 대화를 염두에 둔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점을 드러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북한의 반응이 김여정 부부장,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권정근 외무성 국장 등 그동안 대미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혀온 인물들이 아닌 평론가 이름으로 나온 점에서 북한 측이 나름대로 북미관계에 대한 여지를 남긴 것"이라며, "미국 측이 밝힌 실용적 접근법, 최대 유연성이라는 대북정책 기조에 대해 보다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유인책 제시를 압박하는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박원곤 이대 교수는 "북한 인권과 대북제재 지속의지 등 그동안 북한이 반발할 만한 사안이 많았음에도 이번에 미사일 지침만을 특정한 것은 북한 미사일 개발을 위한 정당성과 연계된다"며, "북한이 미사일을 개발하면서 주창한 '자의적 조치'를 다시 한번 정당화함으로써 향후 미사일 발사 시험을 재개할 수 있음을 예고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