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용구 영상有" 진술확보 당일 '영상 없다' 보고 작성

경찰, 사건발생 사흘 뒤 피해자 조사
피해자 "폭행 영상 없다" 주장
조사 후 '영상有' 제3자 진술 확보
확인 없이 당일 '無영상 보고' 정황
'증거' 강조했다는 서장 지시와 배치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땀을 닦고 있다. 윤창원 기자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을 담당한 경찰이 사건 발생 사흘 만에 '폭행 블랙박스 영상이 있다'는 제 3자 진술을 확보하고도 적절한 확인 절차 없이 곧바로 '영상이 없으며, 단순폭행죄를 적용하겠다'는 취지의 내부 보고서를 올렸던 것으로 파악됐다.

보고 내용은 그대로 결재돼 며칠 뒤 내사종결 처분으로 귀결됐다. 이처럼 이른 시점에 경찰이 무리하게 1차 결론을 내린 정황이 파악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이 폭행 영상을 직접 접하고도 "못 본 것으로 하겠다"며 외면한 것으로 알려진 때보다 앞선 시점이다.

31일 CBS노컷뉴스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이 차관 폭행 사건을 맡은 서초경찰서 A경사는 지난해 11월9일 피해자인 택시기사 B씨 조사를 마친 뒤, '폭행 영상이 없다'고 한 B씨 진술과 배치되는 제 3자 진술을 확보했다. B씨를 만났던 블랙박스 업체 주인이 'B씨가 폭행 영상을 휴대전화로 촬영해갔다'는 내용의 증언을 한 것이다.


그러나 당시 A경사는 B씨에게 영상 유무에 대한 재확인 작업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대신 '폭행 영상이 없다'는 취지의 보고서가 당일 상관에게 올라갔는데, 보고서 내용에는 B씨 진술을 토대로 반의사불벌죄인 단순폭행죄로 이 차관의 혐의를 변경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애초 11월6일 사건 발생 때 현장에 출동했던 서초파출소 경찰관은 피해자 의사와 상관없이 처벌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상 운전자 폭행 혐의를 이 차관에게 적용했지만, A경사는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처벌하지 않는 혐의로 바꾸겠다고 보고한 것이다.

이 차관이 택시기사를 폭행한 뒤 사흘 만이자, 이 사건의 첫 당사자(피해자) 조사가 이뤄진 직후 부실하게 결론이 내려진 정황이다. 이날은 형사과장과 서장을 비롯한 복수의 서초서 간부들이 이 차관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군에 포함되는 유력인사로 인지했다고 파악된 시점이기도 하다.

특히 A경사의 11월9일 내부 보고 과정은 최근 경찰의 발표로 알려진 서초경찰서장 C총경의 지시 내용과는 완전히 배치되는 내용이어서 그 배경에 물음표가 붙는다. 이날 아침 C총경은 이 차관이 공수처장 후보자로 거론된다는 사실을 보고 받고 '증거 관계를 명확히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그러나 A경사는 핵심 증거인 폭행 영상의 존재 가능성을 알린 블랙박스 업체 주인의 진술조차 당시 보고서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이 사건은 A경사가 보고한 대로 이 차관과 피해자가 합의한 '단순폭행 사건'으로 확정돼 11월12일 내사종결 처분됐다. A경사는 처분 국면에서도 택시기사 B씨로부터 직접 폭행 영상을 접하고도 "못 본 것으로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증폭된 바 있다.

서초서의 이 차관 사건 처분이 '봐주기'였는지, 외압이 작용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서울경찰청 청문·수사 합동 진상조사단도 이 같은 지시·보고 과정의 실체가 정확히 무엇인지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단은 C총경에 대해선 이 사건을 당시 서울청에 알리지 않아 중요사건 보고 규칙을 어겼다고 보고 있다. 다만 서초서 생안과 직원과 서울청 생안계 직원 사이에 당시 이 차관이 유력인사라는 점이 공유됐다는 점을 '정식 보고'가 아닌 '단순 상황공유'로 판단하고 있는 서울청의 시각을 놓고도 적절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서울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전날 이 차관을 사건 발생 6개월 만에 처음 소환해 조사했다. 해당 조사에서는 이 차관이 택시기사 B씨에게 영상 삭제를 요구했는지, 경찰 수사에 직·간접적으로 외압을 행사했는지 여부가 쟁점으로 다뤄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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