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 타구에서 비롯되는 변수 없이 아웃카운트를 잡는 탈삼진 능력은 위기 상황에서 특히 더 중요하다. 볼넷은 투수 스스로를 흔들리게 만든다. 잦은 볼넷은 투수 뒤에 있는 야수들의 집중력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탈삼진이 많고 볼넷 허용이 적은 투수는 보통 성공한다. 이는 토론토 블루제이스를 이끄는 에이스 류현진의 장점이기도 하다.
류현진은 2021시즌 볼넷 대비 삼진(K/BB) 비율 7.25를 기록 중이다.
2013년 데뷔 이래 가장 좋은 성적이다.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 2위에 올랐던 LA 다저스 시절의 2019시즌 기록(6.79)보다 좋다. 류현진의 통산 K/BB 비율은 4.21이다.
류현진은 올해 K/BB 부문에서 메이저리그 전체 5위에 올라있다.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가운데 뉴욕 양키스 게릿 콜(10.78), 뉴욕 메츠 제이콥 디그롬(10.57), LA 다저스 훌리오 유리아스(10.00), 필라델피아 필리스 잭 에플린(9.00)의 뒤를 잇고 있다.
류현진은 29일(한국시간) 미국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필드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원정경기에서 1회말에만 볼넷 2개를 내줬다.
미국과 캐나다 현지 언론은 올시즌 한 경기에서 볼넷 2개 이상을 내준 적이 없는 류현진에게는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소개했다.
더불어 5월 말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추운 날씨와 강한 비바람 등으로 인해 투수가 정상적으로 던지기 힘든 상황이라는 부연 설명을 달았다.
류현진은 물론이고 테리 프랑코나 클리블랜드 감독 등은 이 같은 환경에서 야구를 해본 경험은 거의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낯선 환경에 당황한 류현진은 1회말 2점을 내줬다. 하지만 2회부터 볼 배합을 바꾸고 집중력을 끌어올려 5회까지 무실점 호투를 했다.
류현진은 5이닝 4피안타 2볼넷 6탈삼진 2실점을 올리며 잘 버텼다. 토론토는 11대2 강우콜드게임 승을 거뒀고 류현진은 시즌 5승(2패)을 수확했다. 평균자책점은 2.62로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리그 정상권이다.
악천후는 투수와 수비에 악영향을 끼쳤다. 토론토 타선은 이 같은 환경 속에서 7회까지 장단 15안타를 몰아쳤다.
하지만 클리블랜드는 류현진을 무너뜨리지 못했다. 류현진은 인디언스 타자들로부터 헛스윙을 6번밖에 이끌어내지 못했음에도 6개의 탈삼진을 솎아내는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했다.
찰리 몬토요 토론토 감독은 이번 시즌 들어 "류현진이 다음에 어떤 공을 던질 것인지는 덕아웃에서도 알 수가 없다"는 말을 자주 한다. 상대의 허를 찌르는 구종 선택과 정확한 코스에 공을 던질 수 있는 능력은 악천후 속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투런홈런을 포함해 4안타 3타점 활약을 펼친 2루수 조 패닉은 악천후 속에서 진가를 발휘한 류현진에 대해 "그가 류현진인 이유이자 그가 우리의 에이스인 이유"라며 "어떤 상황에서도 류현진은 해법을 찾아낸다"고 극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