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씨와 강한 비바람, 한미 프로야구 무대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어본 베테랑에게도 낯선 환경이었다. 류현진은 "야구를 하면서 이런 날씨에서 던진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리안 몬스터는 날씨마저도 정복했다. 캐나다 매체 스포츠넷은 류현진이 혹독한 날씨 속에서 자신의 다양한 재능을 선보였다고 높게 평가했다.
류현진은 29일(한국시간) 미국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4피안타 2볼넷 6탈삼진 2실점 호투를 펼쳐 11대2 강우콜드게임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5승을 수확했지만 결코 쉽지 않은 경기였다.
류현진은 1회말 2실점을 했다. 모든 게 평소와 달랐다. 구속은 줄었고 공은 다소 밋밋했다. 류현진만 그랬던 건 아니다. 이날 마운드에 오른 모든 투수가 날씨의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류현진은 1회말 두 차례 만루 위기를 최소 실점으로 막았다. 이후 특유의 적응 능력을 날씨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스포츠넷은 류현진이 2회부터 날씨에 적응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류현진이 2회에 던진 첫 12개의 공 가운데 10개는 싱커 혹은 커터"였다며 "체인지업 등 느린 공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비교적 속도가 빠른 구종을 앞세워 2회를 삼자범퇴로 끝냈다"고 적었다.
류현진의 패스트볼 계열 구종의 속도가 평소보다 2마일 이상 줄었지만 오히려 이를 평소보다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 짓궂은 날씨를 헤쳐나갔다는 것이다.
이 매체는 "류현진의 총 투구수 91개 가운데 58개가, 2회부터 5회까지 던진 공 59개 가운데 37개가 싱커나 커터 혹은 포심패스트볼"이었다며 "변화구를 적게 던졌다. 특히체인지업을 던지지 않고 승부를 펼친 경우도 많았다"고 적었다.
스포츠넷은 다양한 투구 레퍼토리를 갖춘 베테랑 투수만이 할 수 있는 경기 운영 능력이라며 류현진의 환경 적응 능력을 높게 평가했다.
또 이 매체는 류현진이 기록한 탈삼진 6개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류현진은 이날 헛스윙을 6개밖에 이끌어내지 못했다. 환경에 적응한 새로운 볼 배합 때문인지 평소보다 비율이 적었다.
그럼에도 노련한 투구와 정교한 제구력으로 많은 삼진을 기록했다. 스포츠넷은 "헛스윙 개수가 적었기에 류현진의 탈삼진 6개는 더욱 놀랄 만한 기록"이라고 주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