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두 지자체는 같은 입장을 보였지만 2019년을 기점으로 인천시는 중고선박 구입을, 옹진군은 새 선박을 건조하는 방안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인천시-옹진군,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인천~백령 대체선 도입방안 결정 방침
28일 인천시와 옹진군 등에 따르면 인천시와 옹진군은 이달 말 나올 예정인 인천연구원의 '대형여객선 도입지원사업 추진방안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인천항~백령 대체 여객선 도입 사업 방향을 결정한다.
이 연구용역은 올해 2월 옹진군이 의뢰한 것으로 선령만료로 2023년 5월 운항을 종료하는 2천톤급 여객선 하모니플라워호의 후속 여객선의 도입 방안을 연구했다.
옹진군은 2019년부터 2천 톤급 이상의 신규 여객선 도입을 추진했지만, 그동안 선박 건조에 나서는 선사가 없었다. 선박 건조에 최소 2년가량 투입되는 만큼 더 이상 대체선 투입 사업이 늦춰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 이 용역을 발주하게 된 배경이다.
반면 인천시는 3천 톤급 중고선박을 구입해 인천교통공사가 직접 운영하는 방안(공영제)을 추진했다.
이 연구용역은 기존 여객선의 운항 종료 시기에 맞춰 새 여객선 건조와 중고 여객선 구입 중 어느 방안이 교통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는가를 들여다본다. 이와 함께 기상악화로 인해 결항이 기존 여객선들의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찾는다.
◇2010년 도출된 3천 톤급 중고선 대체 투입 연구 결과
인천항~백령 간 대형여객선 도입 사업은 2010년으로 거슬러 간다. 당시 이 항로에는 정원 300명을 태울 수 있는 350톤급 선박 3척이 운항됐다. 이 여객선들은 크기가 작아 풍랑주의보 등 기상악화로 인한 연평균 결항이 79일에 달하는 등 주민들의 불편이 적지 않았다.
이에 인천시와 옹진군은 3천 톤급과 300톤급 여객선 각 1척씩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이는 당시 시가 인천연구원(당시 인천발전연구원)에 의뢰한 '백령도 운항 대형 여객선 도입 관련 타당성 조사 용역' 결과에 따른 것이다.
당시 인천연구원은 2012년부터 대형 선박을 투입하는 것을 목표로 8개의 시나리오를 검증한 결과 3천 톤급 중고 대형선 1척 또는 3천 톤급 중고선과 소형선을 투입할 경우 운영 초기부터 영업이익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백령도에 대형선 한 척과 소형선 한 척을 투입하는 것을 전제로 신조선(단가 350억 원)을 투자할 경우에는 순현재가치법(NPV) 분석에 의해 103억 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반면, 중고선(단가 150억 원)은 운영 초기부터 148억 원의 수익이 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결과는 향후 10년 간(2012~2021년)의 여객·물동량 추정치와 선박 구입비용 등도 염두에 두고 나온 결과다. 여기에 보태 당시 조윤길 옹진군수는 "인천시는 해상교통에 대한 담당부서를 신설하는 등 준공영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요구한 바 있다.
2012년부터 현재까지 운항 중인 하모니플라워호(2천71톤)는 이같은 과정을 거쳐 도입됐다.
◇여객선 공영제 도입 찬성했던 옹진군
이후 인천시는 2016년 섬과 육지 간 교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도서지역 해상교통 접근성 향상 방안 연구용역'을 인천연구원에 발주했다. 이 연구용역에서는 도서지역 접안 인프라 개선, 도서 간 순환선 도입, 연안여객 공영제 도입 등을 추진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옹진군도 이같은 연구 결과에 대체로 동의하는 입장을 보였다.
인천시는 이같은 연구용역 결과들을 토대로 이번 인천~백령 항로 대체선 투입 기조를 공영제 형태의 3천 톤급 이상 중고선 도입을 추진하자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옹진군의 입장은 2019년 이후 돌연 바뀌었다. 군은 2019년부터 대체여객선 투입을 준비하면서 조례를 개정해 2천 톤급 이상 규모의 여객선을 새로 건조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이후 2차례나 새 선박을 만들 선사를 모집한다고 공고했지만 이에 응한 업체는 없었다.
◇2019년 이후 '2천 톤급 이상 새 선박 도입'으로 입장 바뀐 옹진군
인천~백령 대체여객선 투입과 관련해 옹진군에서 2019년 이후 바뀐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지자체장이다. 옹진군은 2018년 지방선거를 통해 12년 만에 군수가 교체됐다.
전임 조윤길 군수가 3선으로 더 이상 출마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현 장정민 군수가 당선증을 받았다. 그러나 장 군수는 직전까지 3선 옹진군의원으로 지낸 만큼 옹진군의 기조를 모르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두 번째는 업무 담당자다. 옹진군은 대체선 도입 담당부서의 팀장급 인사를 2019년에, 과장급 인사를 지난해에 단행했다. 이들은 현재 옹진군이 2천 톤급 신조 여객선 도입을 추진한 이유에 대해 조례를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조례 개정이 어떻게 이뤄졌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일각에서는 대형여객선 도입과 관련해 옹진군은 '업무 연속성'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이번 인천연구원의 연구용역 결과에 대해서도 10년 전 도출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되는 분위기다.
◇중재안 마련됐지만 낭비된 사회적 비용들
백령도·대청도·소청도 주민들로 구성된 '서해3도 이동권리 추진위원회'는 지난 24일부터 옹진군청 앞에서 집회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하모니플라워호를 대체해 3천 톤급 카페리를 공영제 형태로 운영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2019년 인천시와 옹진군이 추진했던 것과 일치한다. 지금 시점에서는 인천시의 입장과 같다.
이와 관련해 지난 26일 옹진군과 섬 주민 간 간담회가 열렸지만 서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이같은 갈등은 두 지자체가 이달 말 나오는 인천연구원의 용역보고서 결과를 따르기로 결정하면서 중재안이 마련된 모양새다. 그러나 주민들의 잇따른 집회와 1년여간 대체선 도입에 아무런 결과를 못 낸 옹진군 등을 둘러싸고 그동안 소요된 사회적 비용이 너무 컸다.
인천시와 옹진군 관계자는 각각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이달 말 나오는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정책 추진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라며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