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앞에서 쓰러진 '뇌출혈' 택배기사…"명백한 과로사고"

로젠택배서 2년 근무…세브란스 코로나 검사 대기 중 실신
노조 "주 70시간 장시간 노동…사과·재발방지책 내놓아야"

택배 물류센터.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박종민 기자
40대 택배노동자가 병원 진료를 받기 위해 코로나19 검사 대기 중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진 것으로 파악됐다. 전국택배노조 등은 해당 택배기사가 매일 12시간씩 장시간 과로에 시달려왔다며 택배사의 사과를 요구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대책위)는 28일 로젠택배에서 2년간 근무한 서모(44)씨가 급작스레 뇌출혈로 쓰러진 사고를 들어 "과로로 인한 사고임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 마포구 일대 배송을 담당해온 서씨는 지난 22일 밤 11시 신촌 세브란스병원 응급실 주변에서 쓰러진 채 경찰에 의해 발견됐다. 당초 그는 이날 몸 상태가 좋지 않음을 느껴 조퇴를 한 이후 진료를 받으러 세브란스를 찾은 것으로 파악됐다. 서씨는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병원 주변에서 기다리던 중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대책위에 따르면, 지난 23일 뇌수술을 받은 서씨는 현재 말투가 어눌해지고 단어 수준에서 의사표현이 가능한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오른쪽 팔과 다리의 거동도 불편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책위는 평상시 서씨의 높은 업무강도가 이번 사고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서씨는 매일 아침 7시부터 분류작업을 시작해 2~3시간의 작업을 마치면 물품배송을 하고 택배물품 집하를 한 뒤 다시 터미널로 돌아와 집하물품을 상차하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며 "상차 마무리시간은 저녁 7시 정도"라고 밝혔다.

지난 1월 26일 열린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기자회견. 연합뉴스
그러면서 "서씨는 주 6일 동안 매일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12시간의 노동, 주 평균 70시간 정도의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로젠택배 측이 연이은 택배노동자의 과로사를 부른 원흉으로 꼽혀온 '분류인력 부재' 문제를 시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해당 로젠택배 터미널에는 단 한 명의 분류인력도 투입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그동안 대책위는 분류작업이 장시간 노동의 주된 원인이며 '공짜노동'인 분류작업을 택배노동자들이 하지 않아야 장시간 노동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수차례 밝혀왔다. 무엇보다 1차 사회적 합의를 통해 분류작업이 사측의 책임임이 명백해진 상황에서 여전히 택배노동자들이 분류작업을 도맡고 있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로젠택배는 서씨에 대해 '배송물량이 많지 않아 과로가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조금이라도 책임을 면하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며 "로젠택배는 지금 즉시 서씨와 그의 가족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 더불어 재발방지대책을 하루 빨리 수립, 이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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