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알고도 손 놓은 약국 불법 통행로…양산시장, 억대 돈 요구했나

약국 관계자 A씨 "2018년 11월 김일권 시장 울타리 철거 지시" 주장
철거 대가로 시장 쪽에서 1억 원 이상 돈 요구 의혹
양산시 "처음 들은 의혹,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워" 사실무근 주장
약국 관계자 B씨 김 시장 의혹 고발 예정

김일권 양산시장. 양산시청 제공
자신의 부동산 특혜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는 김일권 양산시장이 이번에는 특정 약국들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일권 시장이 특정 약국들의 이익 보장을 위해 공공공지에 설치된 철제 울타리 철거를 대가로 전달자가 억 대의 현금을 요구했다는 내용이다.

28일 취재진이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약국 관계자 A씨는 지난 2018년 11월 30일 여러 관계자들과 함께 양산시청에서 김일권 양산시장을 만나 부산대병원 건너편 약국 앞에 설치된 철제 울타리를 철거해달라고 항의했다.

이 녹취록은 A씨와 약국관계자 B씨가 지난 3~4월 두 차례의 전화 통화 내용으로 김일권 시장이 울타리 철거를 지시해 특정 약국들에 특혜를 준 대가로 전달자를 통해 1억 원 이상의 돈을 요구받았다는 주장이 담겼다.

녹취록에는 A씨가 "원래 29일날 철거 예정이었는데 철거를 안 해서 시를 찾아니까 시장이 '왜 아직 철거 안 했노. 바로 철거해라. 오늘 바로 당장 철거해라. 내가 이래 강력히 이야기 하는 것 봤죠?'"라며 말했다. 이에 B씨는 "그러니까 11월 30일 날 때 시장님실에서 했네요?"라고 물었다.

2018년 11월 30일 양산부산대병원 건너편 공공공지 구역 울타리 철거 당시 사진. 독자 제공
A씨는 울타리 철거 예정일인 29일에 철거가 이뤄지지 않자 바로 다음날 시청을 찾아가 김일권 시장에게 항의를 하자 김 시장이 직접 공무원에게 철거를 지시한 것을 봤고, 이에 B씨는 시장실에서 철거 약속이 이뤄진 거냐 재차 묻는 내용이다.


실제로 김일권 시장의 지시가 있던 2018년 11월 30일 당일 저녁 100여 미터 길이의 울타리는 철거됐다. 이곳에 울타리가 설치된 지 10년 만의 일이었다. 경찰은 공무원들이 직접 철거하지 않고 일부 주민들과 약국 관계자들이 무단으로 철거한 혐의(공용물건손상)로 수사를 벌이고 기소의견으로 송치를 했다.

A씨는 또다른 녹취록에서 "정치인들이 요구하는 것 있지 않나, 요구했다"고 말하자 B씨는 "뭘 요구했냐. 정치인이라는 것은 지금 VIP를 말하는 거냐"고 되물었다.

A씨는 "아니다, 시장이다. 그쪽에서 좀 요구가 왔다"고 하자 B씨는 "준 돈이 억 단위가 넘나?"라고 했다. A씨는 이에 "1억보다 더 많고 개인이 감당할 돈이 아니었고 한 사람한테 요구한 게 아니고 한 집단한테 요구를 한 것"이라며 "'이 앞에 약국을 할 거면 휀스를 다 열어놔야 되니 좀 성의를 좀 보여라' 뭐 이런 식으로(요구를 받았다)"고 말했다.

독자 제공
2018년 7월 김일권 시장 취임 이후 4년간 양산시의 해당 구역에 대한 행정 조치를 보면 이런 의혹 제기는 더욱 신빙성을 갖게 한다. 양산시는 철거 당시 가격 600만 원의 울타리를 원상 복구하면 해결될 문제를 현재까지 사업비 수천만 원을 들여 조경석과 나무를 심는 환경개선사업을 벌이고 있다.

더구나 2012년 대법원이 해당 구역에 울타리 설치는 위법이 아니라고 판단을 내렸는데도 애써 최소 수 배에 달하는 사업비를 지출하며 개선사업을 강행하는 부분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곳은 훼손으로 인한 수차례의 보강공사를 거쳐 현재 사업비 1억 원 정도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조경석과 나무 등은 매번 훼손(재물손괴)되며 해당 공공공지가 불법 통행로로 쓰이는데도 양산시는 약국들에 별다른 제지 없이 사실상 불법 영업을 방관하고 있다. 이로 인해 4년째 이득을 보는 특정 약국 몇 곳은 부당이득을 내고 나머지 약국들은 환자들을 놓쳐 피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은 이런 의혹을 더욱 짙게 만든다.

양산부산대병원 건너편 약국들 앞 공공공지를 훼손하며 길을 낸 불법 통행로. 독자제공
양산시는 이런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양산시 비서실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그런 의혹 자체를 처음 들었다"며 "울타리 철거했다고 몇 억 원을 준다는 거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철거한 대가로 (돈을) 청구했다는 부분은 시장님이나 시장님 측근이 철거한 것도 아니고 (그쪽에) 연고가 있는 것도 아니다"면서 "시장님이 답변을 할 내용도 아니고 물어볼 내용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만약 그런 부분이 사실이라면 수사를 의뢰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B씨는 이런 의혹에 대해 전달자를 통한 특정인의 돈이 김일권 시장이나 측근에게 흘러 들어갔다고 보고 뇌물수수 혐의로 경찰에 고발장을 접수할 예정이다.

[반론보도] 약국 통행로 금품요구 및 일감 몰아주기 의혹 관련 양산시 입장
본지 지난 2021년 5월 28일자「[단독] 알고도 손 놓은 약국 불법 통행로…양산시장, 억대 돈 요구했나」및 6월 2일자 「[단독] "많이 도와줬다"…이번엔 양산시장 일감 몰아주기 의혹」제하의 기사와 관련, 양산시에서 다음과 같이 알려와 보도합니다.
양산시는 약국 통행로 휀스 관련 금품요구 의혹에 대해, 양산시장을 비롯한 관계자 누구도 부정한 청탁을 수용하고 대가를 요구한 사실이 전혀 없고, 언급된 약국 앞 공공공지에 대해서는 행정법상 절차를 준수해 환경개선사업을 시행하고 있다고 알려왔습니다.
또한 친인척 업체에 관급공사를 몰아주었다는 의혹 제기와 관련, 전임시장 재임시절에 비교해 여러 업체에 골고루 분산 계약함으로써 오히려 일부 상위권 업체의 쏠림 현상이 사라졌고, 해당 업체보다 더 증가폭이 크거나 유사한 업체도 있어 특정 업체에만 몰아주었다고 볼 여지가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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