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또 쓰러진 노동자···300kg 파지더미에 깔려 숨져

작업 당시 현장에 안전 관리자 없어
경사진 작업 현장, 추락 위험 높아
화물연대 "숨진 노동자, 회사 요구로 하차 업무 중 숨져"

세종시 조치원읍 쌍용C&B에서 화물노동자가 하역 작업을 준비하던 중 파지 더미에 깔려 숨졌다. 화물연대는 28일 공장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정세영 기자
화물노동자가 300kg이 넘는 종이 더미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사진 작업 현장에서는 컨테이너에 실린 파지 더미가 쏟아질 위험이 높은데도 사고 당시 안전 관리자는 없었다.

◇ 위험한 작업 현장···300kg 파지 더미 쏟아져

사고가 난 곳은 세종시 조치원의 쌍용C&B 제지공장이다. 화물차 기사인 장 모씨는 지난 26일 오전 9시 15분쯤 광양항에서 컨테이너에 싣고 온 파지 더미를 내리기 위해 컨테이너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파지 더미 2개가 장 씨를 덮쳤다. 거대한 사각형 모양으로 묶인 파지는 무게만 300~500kg에 달한다. 장 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지만, 사고 하루 만인 지난 27일 숨졌다.

숨진 장 씨가 작업한 현장은 경사진 곳이어서 컨테이너에 실린 적재물이 쏟아져 내릴 수 있는 위험이 높은 곳이었다.

장 씨의 동료인 한 노동자는 "경사진 작업장에서 하면 위험하다. 컨테이너와 작업장 사이 1.5m 공간에서 저렇게 큰 파지 더미를 내리는 작업을 하는 것인데, 갑자기 떨어지면 피할 공간도 없다"고 말했다. 이 노동자는 "작업장 위에서 하역하자고 회사 측에 얘기했지만, 쓰레기가 날릴 수 있다며 작업장에서 일을 하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작업 현장을 찾은 장 씨 유족은 "평소에도 위험하다고 회사에 얘기한 것으로 들었는데, 회사에서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고 들었다"며 "지금 봐도 사고가 날 수밖에 없는 작업장"이라고 했다.

당시 이 현장에는 안전 관리자가 없었다. 화물 노동자들은 회사 측이 사고가 난 뒤 하루가 지나 '현장에 컨테이너 문을 안전하게 여는 방법'을 현장에 게시문으로 걸었다고 했다.

◇정부도···회사도···"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이날 쌍용C&B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화물연대본부는 "부실한 안전관리로 화물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화물연대는 "국토교통부가 화물 노동자는 컨테이너 문을 열고 닫는 작업에 동원될 수 없다고 유권해석을 내린 만큼 이번에도 상·하차 작업을 쌍용C&B에서 맡아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위험이 따르는 업무를 관행적으로 화물 노동자에게 떠넘겨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은 "지난해 9월 태안화력발전소와 11월 한국남동발전 영흥화력, 12월 광주 현대기아차 공장 등에서 화물노동자들이 상하차 작업을 하다 사고로 숨지는 일이 있어, 국토부와 해수부 등에 관행을 고쳐달라고 요구했지만, 답변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정부가 화물 노동자들의 말을 귀담아들었다면 이런 사고는 없었을 것"이라며 "더 이상 억울한 죽음이 나오지 않도록 다음 달 18일 총파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고용노동부는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리고 조사에 나섰으며, 경찰도 회사 측을 상대로 현장 관리 감독 소홀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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