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 자인하는 여당의 부동산 '유턴'…"정책 일관성도 우려"

대출 규제 풀고 보유세 완화, 임사제 사실상 폐지하는 총체적 변화

아파트. 이한형 기자
부동산 '죽비'에 호되게 맞은 여당이 주택 대출 완화와 비(非)아파트 임대사업자 신규 등록 폐지, 부동산세 감면 등 총체적인 '유턴' 당론을 내세웠다.

하지만 이것이 앞으로의 집값 상승마저 뻔히 자인하는 셈인 데다 정책 일관성과 신뢰를 해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규제지역 '무주택자' 대상 LTV 완화에 "가계부채 사상 최대인데…"

더불어민주당은 무주택 세대주의 LTV(주택담보대출비율) 우대 폭을 최대 20%p까지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기존 6억 원 이하에 50%로 적용됐던 LTV를 9억 원 이하 주택에도 여는 한편, 6억 원 이하 구간에 대해서는 그 비율을 60%까지 늘린 것이다.


조정대상지역에서도 이러한 주택 기준을 5억 원 이하에서 8억 원 이하로 넓히면서LTV 5억 원 이하 분에 대해서는 70%로 높였다.

소득기준 역시 부부합산 연소득 9천만 원 이하, 생애최초 구매자 1억 원 이하로 1천만 원씩 완화했다.

올해 1분기 말 가계부채가 1765조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또다시 갈아치운 상황에서 이른바 빚내서 집사라는 얘기다.

세종대 부동산학과 임재만 교수는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고심 중인 세계적 추세와 완전히 거꾸로 가는 것"이라며 "집값을 안정시켜서 집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게 맞는데, 대출을 늘려서 집을 사게 해주겠다는 것은 이 시점에선 전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박상인 교수 역시 "지난 박근혜 정권에서 '빚내서 집 사라'는 정책으로 집값을 올려놨다고 비판을 하더니,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는 똑같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다른 한편으로는 차주 단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강화하는 방향과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생애최초 주택을 구입하는 청년층의 대출을 틀어막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기 때문에 문턱을 낮추는 조치가 일부 필요한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부채 폭탄은 가계 건전성 훼손, 금융 부실화의 연쇄적 위험뿐만 아니라, 수요 증가로 가격 상승 압력을 키우기도 한다"고 우려했다.

◇1가구 1주택 종부세 과세 기준 9억→상위 2%2525로?

민주당은 또한 공시가격 6~9억 원 구간의 주택에 재산세율을 0.05%p 감면하는 완화안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문제는 종합부동산세의 불씨다. 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는 당내 찬반 의견이 갈렸던 해당 사안을 확정 짓지는 못했지만, 과세대상을 상위 2%로 한정하는 안을 잠정 확정한 상태다.

양도소득세는 1가구1주택자의 비과세 대상을 현행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다만 이는 공청회를 통한 공론화와 정부, 전문가와의 협의를 거쳐 다음 달 중 확정될 예정이다.

박상인 교수는 "부동산에서 비롯되는 초과이익을 환수할 제도를 만들었으면 일부 문제에 대해선 과세이연 등으로 당장의 부담을 줄이는 게 맞는 방향이지, 기본 방향을 손대면서까지 세금을 깎는 게 아니다"라며 "20번이 넘는 부동산대책을 내면서도 그때그때 상황을 모면하는 규제들만 내놓으니 남는 건 '표퓰리즘'뿐"이라고 말했다.

또, "'상위 2%'와 같은 기준으로 하게 된다면 공시가격 산정에 대한 반발도 훨씬 더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재만 교수는 "양도소득세는 '소득세'라는 점에서 양도소득의 규모가 얼마인지를 기준으로 부과해야 하는데, 다주택자라고 차익의 규모와 상관없이 무조건 양도세를 중과하는 현재의 방식 역시 문제"라며 "여당의 이번 발표에서도 이런 '다주택자' 대 '1주택자'의 단순한 대비 구도를 깨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이 27일 국회 소통관에서 정책의원총회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非아파트 등록 임대도 폐지…시한부 양도세 중과 배제

민주당은 또 주택 임대사업자 제도와 관련해서는 아파트에 이어 다세대·다가구·단독 등 비(非)아파트 일반주택 임대사업자의 신규 등록까지 폐지하기로 했다.

의무임대기간 이후 종부세 합산 배제 혜택을 폐지하는 것과 더불어 해당 주택을 6개월 내 팔지 않으면 여느 다주택자처럼 양도소득세 중과세를 적용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시장 매물을 유도한다는 취지다.

등록 임대사업자 혜택 문제는 문재인 정부 부동산정책 중 집값과 관련해 가장 기조에 어긋나는 대표적 정책으로 꼽혔고, 지난해 아파트 임대사업자 제도 폐지를 비롯한 축소가 지속돼 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역시 정책 일관성을 해친다는 반발이 클 예정이다.

고준석 원장은 "등록 임대사업자 제도의 취지 자체가 부족한 임대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장려책이었는데, 갑자기 몇 년 만에 혜택을 뒤집는다고 하니 졸지에 상황이 반전된 것"이라며 "양도세 중과 배제 이상의 매도 인센티브를 제공해 사업자들의 충격을 완화하면서 시장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설계가 돼야 했다"고 말했다.

이들 임대사업자의 비아파트 매물이 시장 수요를 만족시키고 진정시킬 만큼 영향이 크지 않은데, 오히려 전세난 임대시장 공급난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은형 책임연구원은 "매매시장과 임대시장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측면에서, 이들 주택의 매입이 많아지는 만큼 임대시장에서는 매물이 감소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