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에 北 침묵 지속…김정은 내치집중

北 직업총동맹대회 25·26일 개최…김정은 서한전달
3개 과업…공산주의신념·5개년계획수행·비사회주의투쟁
"명줄 지키기 위한 결사전·비사회주의 집중소탕전"
"생활상 곤란·사업상 특수성에도 양보·융화 안 돼"
사상통제 집중…만 3천자 서한에 대남대미 메시지는 없어
20일째 공개 활동 없는 김정은…통일부 "큰 의미 없어"

북한 노동당의 외곽 노동단체인 직업총동맹(직총) 제8차 대회가 지난 25∼26일 평양에서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7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자 단체인 직업총동맹 8차 대회에 서한을 보내 경제발전 5개년 계획수행에 "전투력을 최대한 발휘할 것"과 비사회주의 투쟁으로 "자그마한 불건전한 싹도 절대로 돋아나지 못하도록 할 것" 등 사상교육을 강조했다.


만 3천 자가 넘는 김 위원장의 서한에 대남·대미 메시지는 없었다. 김 위원장은 27일 북한매체 보도기준으로 20일째 공개 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데, 한미정상회담 등 대외 문제에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은 채 내부 통치에 집중하는 양상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조선직업총동맹 제 8차 대회가 25일과 26일 평양에서 진행됐다"며, 김 위원장이 대회 참가자들에게 "강령적 서한 '직업 동맹은 사회주의 건설의 새로운 고조기를 앞장에서 열어나가는 전위부대가 되자'를 전달했다"고 27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서한에서 직업동맹의 3개 과제를 제시했다. "첫째, 노동계급과 직맹원들을 공산주의적 신념의 소유자로 준비시키는 것", "둘째, 5개년계획 수행에서 자력갱생의 선봉투사, 창조의 기수들로 준비시키는 것", "셋째, 고상한 도덕과 높은 문화적 소양을 지닌 사회주의 문명의 체현자들로 만드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자력갱생을 통한 5개년 계획수행을 촉구하며 "수입병과 남에 대한 의존심을 단호히 배격하고 철두철미 우리의 원료와 자재, 우리의 힘과 기술로 경제건설과 인민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는 원칙을 견지하도록 하여야 한다"며, "무엇을 하나 만들어도 쓸모 있고 값진 우리의 것이라고 당당히 자부할 수 있는 자력갱생의 창조물들로 5개년계획수행정형을 총화 받을 수 있게 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북한 내부에서 나타나고 있는 각종 통제 이완 현상을 겨냥해 "우리의 사상과 제도, 도덕과 문화를 위협하는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와의 투쟁을 강도높이 벌리도록 하여야 한다"며,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적 현상과의 투쟁이 우리식 사회주의의 노동계급적 순결성, 명줄을 지키기 위한 결사전이라는 것을 똑똑히 인식시켜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 집중 소탕전에 한사람같이 떨쳐나서게 하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사소한 이색적인 경향도 나타나지 않도록 사전에 교양대책"을 철저히 세우고, "생활상 곤란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단위와 집단의 이익을 좀먹는 현상들에 대해서도 있을 수 있는 일로 여길 것이 아니라 강한 투쟁"을 벌려야 하며, "사업상 특수성을 가지고 있는 단위들일 수록 사회주의 원칙을 더 잘 지키도록 교양과 통제를 보다 강화해 동맹원들 속에서 자그마한 불건전한 싹도 절대로 돋아나지 못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같은 맥락에서 "동맹생활조직과 지도에서 한 걸음의 양보나 융화가 동맹원들의 정치사상적 변질의 시발점으로 된다는 것을 명심"하고, "조직생활유리자, 조직미소속자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여 동맹조직 생활체계 밖에서 제멋대로 생활하는 직맹원이 단 한명도 없게 하여 한다"고 촉구했다.

연합뉴스
김 위원장의 이런 주문사항은 결국 대북제재의 장기화와 코로나19 등에 따른 경제난 속에 흐트러진 북한 내부 기강을 사상교육과 통제로 잡아나가면서 5개년 경제계획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의 이번 서한에 대남·대미 메시지는 한마디도 없었다. 지난 4월 당 세포 대회와 청년동맹대회 등 다른 여타 대회에서 나타난 내치집중 기조가 이번 직업동맹대회에서도 그대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는 "직업동맹대회 자체가 대남·대외 메시지 알리는 계기는 아니"라며, 다만 "5년 전 7차 직업동맹 대회에 보낸 김 위원장 서한의 경우 대남대미 문제와 관련해 조국통일 실현과 반미 자주화라는 북한이 견지해온 기본 입장을 언급했으나 이번에는 이런 언급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김 위원장의 동향과 관련해 "지난 5월6일 군인가족예술소조 공연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한 이후 20일째 김 위원장의 공개 활동 보도가 나오지 않고 있다"며, "올 들어 20일 정도 나오지 않은 두 번째 사례이지만 크게 의미를 부여하거나 판단할 사안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대북정책을 반영한 한미정상회담 결과가 지난 22일 발표됐지만, 북한은 아직 이렇다 할 반응을 하지 않은 채 침묵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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