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리뷰]핸드폰 속 비밀이 탄로났다…'완벽한 타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8월 1일까지

쇼노트 제공
지난 18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무대에 오른 연극 '완벽한 타인'. 개막한 지 열흘밖에 안 됐지만 벌써 '재밌다'는 입소문이 자자하다. 실제 110분 내내 객석에서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미소와 실소, 폭소가 뒤엉켰다.

'완벽한 타인'은 파올로 제노베제 감독이 2016년 만든 동명의 이탈리아 영화가 원작이다. 원작은 한국을 포함 18개국에서 리메이크될 정도로 유명하다. 한국에서도 2018년 개봉해 관객 500만 명을 모았다.


연극은 에바·로코 부부가 절친한 친구들을 저녁 식사에 초대하면서 시작된다. 비앙카·코지모 부부, 까롤로타·렐레 부부, 페페까지 총 7명이 긴 탁자에 일렬로 앉아 객석과 마주한다. 잠시 후 에바가 '핸드폰 공유 게임'을 제안한다. "저녁 시간 동안 각자의 핸드폰으로 오는 전화와 문자를 공유해보면 어떨까?"

"비번도 걸어놓지 않았다"며 쿨한 척 제안을 받아들이는 친구들. 하지만 화기애애했던 식사 자리는 어느 틈에 난장판으로 바뀐다. 외도, 성정체성 등 친구 간은 물론 부부 사이에서도 숨겨온 비밀이 죄다 까발려졌기 때문이다. 등장인물들의 웃픈 상황을 보고 있노라면 관객은 이 말이 절로 떠오를 법히다. '핸드폰은 우리 삶의 블랙박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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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하나의 장르로 구분하기 어렵다. 때론 코미디 같고, 때론 스릴러 같다. 포복절도할 개그는 없지만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나온다. 무서운 사건이 일어나지 않지만 등장인물의 핸드폰이 울릴 때마다 숨죽이게 된다. 현실적인 이야기의 힘이다. 비밀의 강도는 다르지만 핸드폰과 나만 아는 비밀은 누구나 있을 터.

배우들의 흡인력 있는 연기가 돋보인다. 캐스팅된 15명의 배우들은 각자 캐릭터에 녹아든다. 동료들 간 합 역시 좋다. 리드미컬하게 대사를 주고 받는다. 매체 연기를 주로 해온 장희진과 이시언의 연극 데뷔 무대를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현대무용가 김설진은 이제 배우로 소개해도 손색이 없을 법하다.

무대 뒤 화면으로 핸드폰 속 메시지 내용과 비밀을 폭로당한 인물의 속마음을 보여주는 점도 좋았다. 관객의 뒤통수를 치는, 훈훈한 결말은 덤.

"대다수의 사람이 상대에게 모든 걸 열 수 없다. 연다 해도 상대 또한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 민준호 연출의 말이다. 극을 보고 나면 제목이 왜 '완벽한 타인'인지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8월 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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