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이미지 굳어질라…'이준석 돌풍'에 곤혹스런 與

58세 송영길 36세 이준석 마주한다면
우려 키운 정세균發 '장유유서' 논란
반면 '초선5적'에 갇힌 與청년의원들
'세대확장론' 민주당으로도 이어질까

대구 서문시장 찾은 이준석 전 최고위원. 연합뉴스
"사실은 굉장히 부럽죠. 되게 역동적이에요. 왠지 좀 생기발랄하고 톡톡 튀는 그런 보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속도 좀 쓰린 측면도 있죠"

최근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서 '30대 청년' 이준석(36) 후보가 지지율 1위로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데 대한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의 반응이다.

전 의원은 2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역동적이고 생기발랄한데 저게 얼마 전까지는 우리 민주당의 트레이드마크였는데 언제 저기로 갔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경륜' 보다 '구태' 부각될까

송영길 대표와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인 이준석 전 최고위원. 윤창원 기자·연합뉴스
전 의원 외에도 요 근래 민주당 의원들은 사석에서 '이준석 돌풍'을 향한 착잡한 마음을 종종 내비치곤 한다.

혹여 이 후보가 여세를 몰아 당대표로 선출돼 국민의힘이 젊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흡수할 경우 상대인 민주당에게는 '꼰대' 프레임이 굳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


송영길 대표와 연배가 비슷한 한 민주당 의원은 "58세 송영길과 36세 이준석이 마주 앉은 모습이 우리에게 결코 좋을 리 없다"며 경륜보다 구태적 인상이 부각될까 염려했다.

대권 주자인 정세균(71) 전 국무총리가 이 후보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하며 '장유유서(長幼有序)'를 거론했다 논란을 일으킨 것도 이런 우려를 더 한다.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 윤창원 기자
정 전 총리는 25일 언론 인터뷰에서 이 후보를 겨냥해 "경륜 없이 할 수 있겠는가. 우리나라의 특별한 문화인 장유유서 문화도 있고 저는 그런 변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봅니다만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유유서는 유교 사상의 핵심인 삼강오륜 덕목 중 하나로 '어른과 아이 사이에는 사회적인 순서와 질서가 있다'는 뜻이다.

이 후보가 1985년생으로 비교적 어린 데다 국회의원 경험이 없다는 점을 꼬집은 발언이었는데 '시대정신을 읽지 못했다'는 비판이 여야를 막론하고 제기됐다.

◇"국힘 초선들이 부럽다"

이준석 후보를 상대할 '청년 대항마'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도 고민이다.

2011년 새누리당 비대위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이 후보는 그동안 3차례 총선에서 쓴잔을 마셨지만 꾸준한 방송토론과 소셜미디어 활동으로 막강한 인지도를 쌓았다.

이른바 '박근혜 키즈' 출신이지만 이념이나 진영에 소구하기보다 당 지도부에도 '할 말은 하는' 캐릭터로 자리 잡아 젊은 층의 환심을 샀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오영환, 이소영, 장경태, 장철민 의원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2030의원 입장문' 발표에 앞서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반면 민주당 청년 의원들의 경우 재보선 뒤 쇄신의 선봉장을 자처했으나 강성 당원들이 '을사오적'에 빗댄 '초선5적' 프레임을 씌운 뒤로 존재감을 잃었다.

이들은 선거 패배 요인 분석 중 조국 전 장관을 거론했다는 이유로 '문자폭탄'에 시달려야 했고 비주류 중진 의원 몇몇을 제외하고는 당내에서도 싸늘한 시선을 받았다.

아울러 초선의원 81명 전원이 '더민초'라는 결사체를 만들었지만 역시 의견 수렴이 쉽지 않고 관료나 청와대 출신 '중진급 초선'이 많아 유연하지 못하다는 평이 많다.

젊은 축에 속하는 한 초선 의원은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은 다같이 광주로 내려가기도 하고 입장문도 자주 내는데 어떨 때 보면 마냥 부럽다"면서 "우리 당에선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준석 돌풍, 여당에도 역동성 불어넣을까

집권여당은 구조상 역동성을 갖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저희가 집권했을 때도 그랬다"면서 "그러면 안 되는데 권력의 속성상 대통령 중심제에서는 그러기가 어려움이 있다. 그러다 보니 여당은 역동성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실제 국민의힘 전신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은 집권을 마친 20대 국회 말미까지도 '꼰대' 이미지가 이어지면서 이를 탈피하는 데 골몰했었다.

다만 '이준석 돌풍'이 상징하는 야당의 역동성과 세대 확장론이 여당은 물론 한국 정치 전반으로 퍼질 것이라는 기대도 조심스레 나온다.

민주당은 송영길 대표 체제에서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이동학(39) 전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을 지명하고 당 차원에서 '청년 민심'을 청취하는 등 반전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래픽=김성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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