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경찰, 이용구 조사 前 '공수처장 후보' 알고 있었다

서초서 간부들, '공수처장 후보' 조사 전 인지
내부서 보고·전파…서장·과장도 알았다
'몰랐다'던 서초서…진상조사에서 뒤집혔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 연합뉴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 발생 당시 그가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후보로 거론되는 중요 인물이라는 사실을 서울 서초경찰서 서장을 비롯한 다수의 해당 경찰서 간부가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경찰은 이 차관이 변호사라는 점만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설명했지만, 진상조사에서 이 같은 내용이 드러난 것으로 파악됐다.

25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이 발생하고 사흘 뒤인 지난해 11월 9일 당시 서초경찰서장 A총경은 '이 차관이 공수처장 후보로 언급되는 인물'이라는 내부 보고를 받았다.

이날 서초경찰서 형사팀에서는 택시기사의 피해자 조사가 예정돼 있었다. A총경은 택시기사가 출석하기 전인 오전보고에서 이 같은 내용을 접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서초경찰서. 이한형 기자
서초경찰서 간부들도 피해자 조사 전 이 차관이 공수처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라는 사실을 인지했다. 서초경찰서 생활안전과에서 이를 인지해 10명 안팎의 서초경찰서·파출소 직원들에게 전파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사건 실무를 총괄하는 서초경찰서 형사과장 B경정도 이 차관 신원을 조기에 파악한 간부에 포함된다. 그는 11월 9일 오전 택시기사가 출석하기에 앞서 자신의 업무용 컴퓨터로 이 차관 관련 기사를 검색했으며, 해당 기사에는 이 차관이 공수처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A총경과 B경정은 당시 경위를 묻는 질문에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말을 아꼈다.

경찰은 지난 1월말 자체 진상조사단을 꾸린 이후에야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하고 현재 추가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 차관이 중요인물임을 사전에 파악한 사실이 수사 과정에 영향을 끼쳤는지 여부도 들여다보고 있다.

앞서 경찰은 지난해 12월 이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이 뒤늦게 언론에 보도되고 '봐주기 수사 의혹'이 일자 "서초경찰서에서는 (이 차관이) 단순히 변호사라는 것만 알았고, 구체적인 경력은 전혀 몰랐다"고 발표했다.

이 차관은 변호사 시절인 지난해 11월 6일 서울 서초구 아파트 자택 앞에서 택시기사가 술에 취한 자신을 깨우자 멱살을 잡아 폭행해 경찰에 신고됐다.

경찰은 운전 중인 자동차의 운전자 폭행을 가중처벌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10항'을 적용하지 않고 내사종결 처리해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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