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정례브리핑에서 지난주 열린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공동성명에 자신들이 핵심이익으로 간주하는 대만 문제가 포함되고 남중국해는 물론 쿼드까지 등장했기 때문에 가만히 있는 게 오히려 이상했다.
자오리젠 대변인은 "대만 문제는 순수한 중국 내정"이라며 "어떤 외부 세력의 간섭도 용납할 수 없다"면서 "관련 국가들은 대만 문제에서 언행을 신중해야 하며 불장난 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 "한미 관계 발전은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돼야지 그 반대여서는 안 되며, 중국을 포함한 제3자의 이익을 해쳐서도 안 된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대변인 브리핑에서 그동안 중국이 일관되게 밝혀왔던 입장이나 외교적 수사를 걷어내면 그다지 새롭거나 특별한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대만 문제를 갖고 불장난하지 말라고 한 부분에서는 그 주체를 관련 국가들로 일반화 해 한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노력의 흔적도 보인다.
주말 내내 논란이 됐던 공동성명에 대한 입장 발표가 회담 이틀 뒤에나 나오고 관영매체들이 대만 문제 등이 포함됐음에도 한국에 대한 벌떼 공격에 나서지 않은 것도 주목해 볼 만한다.
한미정상회담보다 한 달 여 앞서 열렸던 미일정상회담 때는 공동성명이 나오자마자 주미중국대사관을 필두로 중국 외교부와 주일중국대사관 등이 미국과 일본을 강도 높게 성토했었다.
한미정상 공동성명에 대한 중국측의 반응은 미중 대결 구도 속에서 한국이 가지는 전략적 중요성 등을 면밀히 분석한 가운데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오던 한국이 미국 쪽으로 반 발짝 이동한 것으로 보이지만 자신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에서 움직였다는 판단도 했을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이날 외교부 브리핑 직전에 한미정상회담이 한미동맹을 기본으로 하고 한중 전략적협력동반자관계를 조화롭게 발전시켜 나간다는 일관된 입장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고 본다고 평가한 바 있는데 중국 측에서 나올 반응이 예상 범위 내에 있음을 미리 알았다는 뉘앙스로 들린다.
미국 쪽으로 약간 기운 것처럼 보이는 한국의 외교적 스탠스를 다시 되돌릴 수 있을지는 이제 중국의 몫이 됐다. 그 핵심은 문재인 정부가 공을 들이고 있는 시진핑 주석의 한국 방문이다.
한국에서 하루에 500명~600명씩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고 반중여론도 만만치 않은데다 문재인 정부 임기도 얼마남지 않아 이른 시일안에 방한한다는 약속에도 한국땅을 밟는게 쉬운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악조건을 뚫고 연내 한국 방문이 이뤄진다면 미국에 약간 기운 것처럼 보여지는 한국의 외교추는 다시 가운데로 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