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 노조파괴 항의하자 고소"…연세대 동문들 학교 규탄

25일부터 연대 앞 1인시위 시작…청소노동자·재학생·시민 등
"벌금형 못 받아들여…부당노동행위 관련 진상조사·사과하라"

세브란스병원 노동자와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들이 지난 18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브란스병원과 용역업체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규탄하며 투쟁을 선포하는 모습. 연합뉴스
연세대와 세브란스병원의 부당노동행위에 항의하다 고소당한 연대 동문들이 학교와 병원 측이 여전히 반성 없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사과와 진상조사 등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등은 24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이 세브란스병원과 (청소) 용역업체 '태가비엠' 관계자들을 기소하면서 4년 8개월 만에 노조파괴 사건의 진상이 비로소 밝혀졌다"며 "하지만 아직도 연세대와 연세의료원은 어떠한 사과와 원상회복 조치도 하고 있지 않으며 그럴 의사도 없어보인다"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세브란스병원 사무국장과 사무팀장, 태가비엠 관계자들은 지난 2016년 6월 청소노동자 130여명이 민주노총에 가입하자 노동자들과 개별면담을 하면서 탈퇴를 종용하고 회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노조 가입을 주도한 노동자들을 회유해 107명의 노조 탈퇴서를 받아 병원 파트장에게 전달한 혐의도 받았다.

병원 측은 특히 2016년 7월 민주노총 세브란스병원분회 출범식 당시 조합원들이 행사장소인 세미나실에 들어가려 하자 출입구를 막고 문을 걸어 잠그는 등 출범식을 적극적으로 훼방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서울서부지검은 지난 3월 당시 병원 사무국장과 사무팀장, 태가비엠 부사장·이사 등 9명을 노동조합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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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측은 지난 2017년 4월 개교기념식 행사에서 학교 측에 항의하고자 청소노동자 10여명 등과 약식집회를 개최한 졸업생 등 7명을 미신고집회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동문들은 벌금형의 약식명령이 내려지자 정식 재판을 청구했고, 법원은 지난해 9월 "부당노동행위 의혹에 대해 항의하기 위한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참작할 사정이 있는 점, 초범인 점" 등을 들어 박병연씨 등 4명에게 각각 7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들과 검찰 모두 항소했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하면서 지난달 해당 형이 확정됐다.

동문들은 "세브란스병원 노조파괴에 사무국장과 사무팀장, 파트장이 관여했음이 검찰 수사에서 밝혀졌다. 이러한 중대 범법행위를 경영진 모르게 이들이 자의적으로 저질렀다고 믿기는 어렵다"며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책임자에 대한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교와 병원 측이) 지난 5년간 소수노조로 교섭권을 박탈당하고, 노조탈퇴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온갖 불이익과 고통을 감수해야 했던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인권침해를 중단하고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지난 2017년 당시 연세대 총장으로 재직했던 김용학 명예교수를 들어 "총장으로 계실 당시 '이한열 민주화운동 기념사업회'를 설립하는 등 민주화운동 기념에 적극적이셨다고 들었다"며 "하지만 30년 전의 시위를 기념하면서 동시에 눈앞의 항의시위는 '미신고집회'로 고소하는 것은 무슨 이율배반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어 "당시 총장께서 옆 세브란스병원에서 일어난 노조파괴를 알고도 덮어두셨다면 심각한 문제이고, 모르셨다면 그것대로 문제"라며 "당시 학교 책임자로서 지금이라도 입을 열어주시길 바란다. 무례한 제자들을 처벌하는 일에 앞서 '가장 작은 자'들의 인권까지 보장하고자 살피는 것이 바로 '이한열 정신'임을 보여달라"고 덧붙였다.

노조는 학교 측으로부터 고소를 당한 연세대 동문들과 재학생들, 세브란스병원분회의 청소노동자들, 연대시민들이 모인 '연세대·연세의료원의 비정규직 노조파괴에 항의하는 모임'(가칭)을 꾸리고 오는 25일부터 1인 시위에 돌입한다. 현재까지 △연세대 민주동문회 △연세대 비정규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권리찾기유니온 △노수석 열사 추모사업회 등이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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