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푹 쉬기만 한 시간은 아니었다. 드라마 '투깝스', '나인룸', '우아한 가' 등 드라마 OST를 꾸준히 가창했고, 음악 예능 '불후의 명곡'과 '로또싱어'에 출연하며 노래했다. 공연 무대에도 올랐다. 뮤지컬 '킹아더'에서 귀네비어 역을 연기했던 임정희는 여전히 '킹아더' 팀 단체 대화방이 유지되고 있으며, 신곡 발표와 관련해서도 응원을 받았다고 전했다.
3년 5개월 만에 자작곡 '낫 포 세일'(Not4$ale)을 낸 가수 임정희를 지난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공백기가 3년 5개월이나 된 줄 몰랐다고 말문을 연 임정희는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용기를 내기까지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방해받지 않고 제게 집중하는 시간이 저한테는 중요했던 것 같아요. 예전에는 '이러면 안 돼!' 하며 흘려보내는 시간이라고 생각했다면, 좋은 음악으로 길게 활동하기 위해서는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중요했어요. 어떤 것을 했을 때, 어떤 방향을 잡고 삶을 살 때 행복한지를 잘 알아야 했던 시기 같아요. 공백이 마냥 불안했던 적도 있지만, (이젠) 저를 채워나가야 하는 시간이었어요."
데뷔앨범 때부터 수록곡 정도는 참여했지만, 직접 작사·작곡·편곡한 곡을 타이틀곡으로 세워 활동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구상만 해 두었던 곡을, 올해 1월 한 달 동안 집에 안 나가고 몰두하며 완성했다. 고등학교, 대학교 친구들과 작업을 함께하며 가수의 꿈을 키웠던 예전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고.
임정희는 "너무나 훌륭한 프로듀서들이 좋은 곡을 써 주셔서, 저는 제 노래 부르면서 너무 행복하더라. 이제는 업그레이드되고, (제 곡이) 좀 더 추가되어야 할 것 같았다. 용기를 못 내고 하드(디스크)에 쌓아 두었던 곡을 하나씩 꺼내 보면서 정리했다"라며 "타이틀곡으로는 처음으로 자작곡을 내게 돼서 굉장히 떨리기도 하다. 어느 부분에서 실수가 있지 않을까 싶고, 설렘 반 긴장 반이다"라고 전했다.
타이틀곡을 직접 작업하고 싶다는 마음은 들었으나, 막상 직접 하려고 하니 막막한 게 사실이었다.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결국 자신에게서 답을 찾았다. 임정희는 "저의 이야기를 담은 노래를 할 때 제가 가장 만족하고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라며 "제 또래 친구들, 동시대를 사는 젊은 친구들의 모양, 결, 상황은 다를 수 있지만 세상이 급변하고 기대치와 기준이 높아지는 가운데서 스스로 실패와 좌절을 하면서도 스스로 이겨내려고 하는 것, 이런 비슷한 감정은 공유하는 것 같다. 나 혼자만의 감정이 아니고"라고 설명했다.
타인의 '단정 짓기'에 상처받은 경험이 있는지 묻자, 임정희는 "제가 그런 거에 아주 진지하거나, 상처받아서 고민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가사는 약간 심각한 내용일 수 있지만 장르적으로는 신나게 풀었다"라며 "음악을 하는 사람이지만 조금은 드러나는 삶을 살다 보니 평가에 대해 마냥 편안할 수는 없다. 그런 후배들도 주변에서 봤고, 저와 아예 다른 직군에 있는 친구들도 결국 다 비슷한 느낌의 고민을 하더라. 특별한 계기를 녹였다기보다는, 가볍기도 하면서 심각하기도 한 부분을 담았다"라고 밝혔다.
큰일에 마음을 쓰며 고민하지는 않지만 하루를 살며 투덜대는 스타일이라고 한 임정희는 '낫 포 세일'을 준비하면서 소속사 수장이자 총괄 프로듀서인 김태우의 응원 덕에 힘을 받았다고 말했다. 임정희는 "저에게는 없는, 굉장히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분이다. '안 좋은 걸 왜 생각해? 좋은 걸 생각해야지' 하며 응원하고 기 북돋아 주는 스타일이다. 덕분에 너무 주저하지 않고 잘할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매일 아침 일어났을 때 '오늘 하루도 잘해보자, 잘할 수 있어!' 하고 주문 거는 습관 등 실제 자신의 일상적인 부분을 '낫 포 세일' 가사에 녹였다는 임정희는 "이번 곡 통해서 조금 새롭게 도전하는구나 하는 기대감 있는 응원을 많이 받고 싶다"라며 "아마 발라드 곡으로 임정희를 기억하시는 분들은 (이번 곡을) 안 좋아하실 수도 있지만, 새로운 도전도 하고 앞으로의 행보도 기대된다는 피드백을 듣고 싶다"라고 바랐다.
"무엇을 이기고 넘어서야겠다기보다는, 좋은 곡을 계속 꾸준히 많이 부를 수 있는 탄탄한 가수가 됐으면 한다"는 말처럼 기존의 대표곡 외에 다른 새로운 노래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부담보다는 감사함이 먼저였다.
임정희는 "'뮤직 이즈 라이프'는 부를 때 가장 행복하다. 저를 한계 짓는 곡이라기 보다 스타트에 서게 한 곡이었다. 관심도 많이 받았고. 너무 좋은 곡들도 많고, 트렌드에도 민감하고, 신인들도 많이 나오며 바쁘게 흘러가는 이 업계에서 (대중이) 기억해 주시는 곡이 있다는 건 좋은 것 같다"라고 바라봤다.
2005년에 데뷔해 올해 벌써 16주년을 맞은 임정희. 가장 많이 달라진 점은 역시 '여유'다. 준비 기간이 길고 데뷔가 간절했기 때문에, 신인 때는 '잘하려고' 하다 보니 참 많이 긴장했다. 초창기 활동 영상을 보면 '왜 이렇게 힘이 들어갔을까? 어색할까?' 하는 생각 때문에 제대로 보지 못한다며 웃은 임정희는 "지금은 크게 크게 여유롭게 보다 보니 스스로도 덜 피곤하고 덜 스트레스받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최근 심취한 아티스트가 있는지 묻자, 임정희는 "제가 좋아하는 분들이 숨겨져 있는 분들은 아니다. '허'(H.E.R.)는 여자 아티스트로서 너무 멋지고, 음악도 굉장히 좋아한다. 오랜만에 컴백한 저스틴 비버도 좋고 요즘 위켄드 노래도 듣는다. 기분 전환할 수 있는 음악을 좋아해서 차트에 올라가 있는 곡도 자주 듣는다"라고 전했다. 협업하고 싶은 아티스트는 '죠지'다.
오랜만에 대중 곁으로 돌아온 임정희는 앞으로 컴백하는 주기를 줄여나갈 계획이다. 이번 '낫 포 세일'을 시작으로 여름과 하반기에 각각 한 개의 싱글을 더 내는 게 목표다. 꼭 자작곡을 고집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같이 좋아할 수 있는 음악"을 들려주고, 나아가 자기가 쓴 곡을 다른 아티스트에게 줄 수 있으면 한단다.
"음악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의 감사함을 최근에 더 느끼고 있어요. 저는 음악 팬이지만 그것을 제 직업으로 삼을 수 있어서 좋아요. 그렇게 되면 싫어진다는 분도 계시지만 저는 아직까지는 정말 좋아요. 저의 취미이자 직업으로 많은 분들에게 행복한 영향을 나눠드리면 좋지 않을까요. 그런 가수가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