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러브콜'에 몸값 높아지는 김동연…대선 기지개?

'최저임금 속도조절론' 주장하며 현 정부와 '마찰'
비공개 강연활동 이어가다 최근 잇딴 메시지…'정치적 기지개'
김동연 "작은 실천, 큰 변화란 모토로 활동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선 잠룡에 김동연 오르내려…고무적인 일"
나경원 "윤석열·김동연 적극적으로 만나겠다"
김종인 "나라를 한 번 경영해보겠다는 욕심 있는 사람"
민주당 이광재 "김동연 '나는 문재인 정부 부총리 출신'이라 말해"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윤창원 기자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를 향한 정치권의 러브콜이 예사롭지 않다.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를 지내다 2018년 12월 퇴임한 김 전 부총리는 그간 정치 진영에 몸담지 않고 사단법인 '유쾌한 반란'을 설립하며 비공개로 조용히 전국 강연 활동을 이어왔다.

하지만 최근 국가경영 마인드인 '기회복지론'을 강조한데 이어, 조만간 자신의 이름으로 된 책도 출간할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대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사실상 '정치적 기지개'를 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 전 부총리는 21일 차기 대권 출마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작은 실천, 큰 변화란 모토로 활동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그는 이날 여의도 국민은행 신관에서 열린 '청년들과 공감, 소통의 장, 영리해(Young+Understand)' 강연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대권주자로 언급된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지금 그런 것에 대해 얘기를 할 상황이 아닌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공직에서 나와 2년 반 동안 국가나 사회로부터 받았던 많은 것에 대해 제가 어떻게 (사회에) 돌려줄 수 있을지 대안을 생각한 것에 천착했다"며 자신이 고민한 것들을 담은 책을 다음 달 초쯤 발간한다고 밝혔다.

자신의 차기 대권 출마 전망을 앞서 나간 것이라고 일축하면서도 전직 부총리로서 한국 사회의 발전 방향에 대한 고민은 꾸준히 해왔다고 여지를 남긴 셈이다.

당장 유력 대선 주자가 없는 국민의힘 측에서는 김 전 부총리에 대해 부쩍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최재형 감사원장. 이한형·윤창원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 영입론이 초반과 달리 힘을 받지 못하면서 김 전 부총리, 최재형 감사원장 등을 반문(反文) 전선에 투입할 기세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 겸 대표권한대행은 21일 "정권 교체를 열망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모두 담아내기 위해서는 야권에 속한 후보들이 적절한 시점에 제1야당인 국민의힘 통합플랫폼에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대선 잠룡들로 불리는 분들의 행보가 본격화되고 있다"며 "우리 당의 유승민 전 대표, 원희룡 제주지사를 필두로 해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 홍준표 전 대표, 안철수 대표, 그리고 최근에는 자천타천으로 최재형 감사원장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의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다. 고무적인 일"이라고 언급했다.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은 전날 "우리 당 밖에 계신 여러 후보와 세력을 하나로 뭉치지 못한다면 내년 대선 승리를 기대할 수 없다"며 윤 전 총장은 물론 김 전 부총리,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 야권주자 후보군과 적극적으로 만나겠다는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현 유쾌한반란 이사장)가 지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금융 국민은행 신관에서 열린 ''청년들과 공감, 소통의 장, 영리해(Young+Understand)'' 강연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4·7 재보궐 선거를 승리로 이끈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김 전 부총리를 "자기도 나라를 한 번 어떻게 매니지(경영) 해보겠다는 그런 욕심이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2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 전 부총리는 부총리를 그만두고 난 뒤 나름대로 '한국 실정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나라가 정상화될 수 있냐'는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김 전 부총리가 퇴임 직후부터 이어온 전국 강연 정치와 관련해서는 "전국적으로 돌아다니면서 강연하는 것들을 놓고 봤을 때는 사람이 괜히 그런 짓을 한다고는 볼 수가 없다"며 "웬만한 사람들은 공직에서 떠나 어떤 자리를 오퍼(제안)하면 다 따라가는데 그 사람(김 전 총리)은 그런 걸 다 피하고 '내가 앞으로 어떤 길을 가겠다'고 준비를 한 걸로 알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지난 2017년 6월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이주열 총재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문재인 정부 초반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소득주도성장으로 대표되는 '문재인 노믹스'에 김 전 총리는 재정 부담을 이유로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을 주장하면서 청와대와 마찰을 빚었다.

청와대 초대 정책실장인 장하성 당시 실장과는 경제 운영 방식을 놓고 경제 투톱 '김&장' 갈등까지 불거졌고, 이 때부터 야권의 관심을 받았다.

특히 지난 17일 JCI 경기지구 청년회의소 임원연수 강연에서 "단임 대통령제든 소선거구제든 우리 정치판은 전형적인 승자 독식구조"라며 "단임 대통령제에서 성과를 내려는 성급한 마음이 만드는 '청와대 정부'를 바꿔야 한다"고 언급했다.

초대 경제부총리직을 수행했지만 현 정부의 경제정책과 거리를 두는 것은 물론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존재감을 확인했다는 평가가 당장 나왔다.

김동연 전 총리 페이스북 캡처
20일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현금복지가 아니라 기회복지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며 보편복지를 강조하는 현 여권 차기 대권주자를 겨냥하는 듯한 언급도 내놨다.

그는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높여 국민의 역량과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데 답이 있다"며 "수많은 흙수저도 열심히 노력하면 행복해질 수 있는 기회공화국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차기 대선 출마와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여권은 김 전 부총리가 문재인 정부 사람이라며 그의 야권행(行) 가능성을 애써 부인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의원은 20일 CBS라디오 '김종대의 뉴스업'에 출연해 "김 전 부총리가 '나는 문재인 정부의 부총리 출신'이라는 말을 했다. 신의를 지키겠다는 말씀"이라며 "저는 김 전 부총리가 국민의힘으로 안 갈 거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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