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7년 유통가를 흔들었던 최저가격 보상제가 다시 돌아왔다.
이마트는 최근 최저가격 보상 적립제 대상 상품을 500개에서 2천 개로 확대했다.
최저가격 보상 적립제란 이마트상품이 경쟁사보다 더 비쌀 경우 차액을 보상해 주는 가격 보상 정책이다.
대상 상품의 가격이 쿠팡의 로켓배송 상품, 롯데마트몰과 홈플러스몰의 점포배송 상품과 비교했을 때 이마트보다 더 저렴하다면 차액을 'e머니'로 보상해준다.
'1개만 사도 무료배송'이라는 공격적인 마케팅 덕분에 쿠팡은 미국 상장 후 올해 1분기 최고 매출을 경신했다.
쿠팡은 올해 1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4% 증가한 42억 686만 달러(약 4조 7348억 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쿠팡을 통해 구매한 활성 고객도 1603만 7천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 늘었다. 기존 고객보다 적은 비용을 지출하는 신규 고객이 늘었음에도 고객 1인당 매출은 262달러(약 29만 4900원)로 지난해 동기(182달러) 대비 44% 증가했다.
이마트측은 "쿠팡과 롯데마트, 홈플러스와 가격을 비교해 보라"며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2위인 쿠팡을 정확히 겨냥했다.
쿠팡의 '도발'과 이마트의 '맞대응'에 시장은 요동쳤다.
롯데마트는 이마트의 최저가 정책에 대응해 500개 상품 가격을 이마트몰이 제시한 가격으로 운영하고 있다.
새벽배송 업체 마켓컬리도 채소과 과일 등 60여개 상품을 온라인 최저가로 판매하는 EDLP(에브리 데이 로우 프라이스) 정책을 시행중이다.
매각을 앞두고 몸집 불리기에 나선 이베이코리아는 13일부터 일주일 동안 연중 최대 할인행사인 '빅스마일데이'를 진행했다.
◇경쟁은 경쟁인데…같은 듯 다른 최저가 정책? 마트로 고객을 '유인'하라!
이마트는 경쟁사보다 더 비싼 상품의 차액을 'e머니'로 적립해주면서 사용처를 오프라인 매장으로 한정했다.
매장에 방문해 물건을 구매하도록 유도하고, 대형마트 중 이마트를 이용하도록 고객을 잡아두는 일종의 '락인(Lock-in)' 요인인 셈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e머니는 온라인 사용이 불가능하고 오프라인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며 "적립금을 통해 고객의 재방문을 유도하고 단골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만의 '전략'으로 고객을 유인하겠다며 가격전쟁에서 불참을 선언한 유통사도 있다. 홈플러스는 "10원 경쟁이 의미없다"며 가격 대신 대신 '신선A/S'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농수축산물, 반찬류, 가공품, 즉석조리식품, 베이커리 등 신선 카테고리 3천여 전 품목을 '신선 A/S' 대상 품목으로 선정, 품질에 만족하지 못하할 경우 1회당 10만 원, 월 10회까지 환불받을 수 있다.
일부에서는 유통가의 가격 경쟁이 자칫 유통 생태계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김광석 경제연구실장은 "한정된 시장 규모 내에서 업체들 간 치킨 게임이 이어지고 출혈 경쟁이 계속되면 영업 이익이 줄어들어 위기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 경쟁이 단기적으로는 소비자에게 이익을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가격 경쟁이 가능한 기업만 살아남아 독과점 시장으로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며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제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